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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a Sep 16. 2018

아무로 나미에가 보여준 은퇴의 미학

< source : https://namieamuro.jp/ >


드디어 아무로 나미에의 은퇴일을 맞았다. 어제 고향인 오키나와에서 뜻깊은 라스트 콘서트를 마쳤다고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20년 넘게 그녀의 음악을 듣고 인생의 단계를 넘어온 팬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아무로 나미에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가수로 불리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헤이세이, J-Pop, CD, 매스 미디어... 지금도 남아있지만, 아무로의 전성기 때 J-Pop은 적어도 아시아를 뒤흔들었고, CD는 밀리언셀러가 넘쳐났고, 방송국의 영향력도 막강했다. 아무리 대단한 아티스트가 나와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일본 대중문화 최고의 시대를 만들며 이끌어 갔고, 그 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아무로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고, 이번 은퇴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장엄하기까지 한 마침표를 찍는 과정이다. 무사도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일본인들이 가진 ‘최후의 미학’은 유명하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은퇴는 처음 본다. 


작년 9월에 아무로는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일을 지정한 다음, 1년간 정확히 맞춰진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물론 상업적 기획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분명하고, 유튜브와 스트리밍의 시대에 CD 200만 장, DVD 100만 장을 팔아치웠을 정도의 결과를 냈다. 하지만 마케팅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그녀의 은퇴를 국가적 이벤트로 만들어가는 에너지는 놀랍기만 하다. 

예고 살인 날짜가 다가오며 집단으로 패닉에 빠지는 상황 같기도 하고, 올림픽 개막을 카운트 다운하며 흥분이 고조되는 심리 같기도 하다. 혹은 10대 때부터 25년간 정상과 추락을 반복하며 신의 경지에 오른 ‘댄스의 신’을 떠나보내는 의식 같기도 하다. 앞으로 이 정도의 은퇴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야구의 신’ 이치로 정도가 있지 않을까.



25th Anniversary History Movie (Japanese ver.) / NAMIE AMURO ~glorious days~

https://youtu.be/SS9ZzTXL4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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