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 같았던, 마틴 에덴(2019)

그는 관객의 손을 잡고 자신의 세계로 이끈다.

by 채아
마틴에덴 스틸컷. 출처: 네이버영화


최근 '마틴 에덴'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고 영화를 보는 두 시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강렬했다.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


마틴 에덴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답게 영화의 주인공은 마틴 에덴이라는 청년이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그가 작가를 꿈꾸게 되었던 계기부터 명성 있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조명된다. 영화에서 작가 마틴 에덴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강렬히 자주 찾아온다. 마틴 에덴이 글을 쓰는 장면에는 그 내용을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가 따라온다. 관객은 그가 무엇을 읊조리는지 귀 기울이다 어느새 그의 생각에 젖어들어간다. 감동과 감탄이 밀려온다. ​


첫 장면은 이러한 대사로 시작된다.


"(타자 치는 소리.. 담배를 머금는다) 그리하여 세상은 강하다. 그 힘에 맞서 내가 가진 건 나 자신뿐이지만 어찌 보면 그건 대단한 일이다. 다수에 짓눌리지 않는 한 나 역시 하나의 힘이며 내 글의 힘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한 내 힘은 가공할 만하다. 왜냐하면 감옥을 짓는 자는 자유를 쌓는 이보다 자신을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마틴에덴 스틸컷.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속, 마틴 에덴이 읊조리는 글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영화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의지가 있는 관객이라면 그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생각의 지평을 확장해나가기 어렵지 않다.


첫 시작을 연, 마틴 에덴의 말이 끝나자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실물 아카이브 영상이 재생된다. 스산한 음악과 함께 기차 타고 떠나는 사람들, 아이와 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표정이 연달아 등장한다. 실사 영상은 영상 속 시절이 오래전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때가 타있다.​​


첫 장면에서 마틴 에덴의 읊조림 이후 틀어진 흑백 영상은, 우리가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림 속의 인물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영화 속 마틴 에덴이 글을 쓰며 떠올리는 생각들을 엿보는 것 같달까. 독특한 실사 영상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마틴 에덴 영화는 주인공의 글, 당시의 사회를 보여주는 실사 영상, 둘 사이의 조화를 확고한 게 주장하는 듯한 짙은 음악이 삼박자를 이루고 그 조화는 상당히 아름답다.


<마틴 에덴>은 계급 갈등이 극심해지며 사회운동이 번창하고 있던 20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선박 노동자 마틴 에덴은 우연한 기회로 부르주아 엘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마틴 에덴은 11살부터 선박 노동을 한 노동계급의 서민이었고 대학을 다니고 있던 엘레나와 달리 그는 초등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엘레나와 그녀의 가족은 부르주아 계급을 대표하는 집안이며 사회운동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었다. 마틴 에덴은 엘레나와의 계급 차이를 좁히기 위해 초등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녀를 위해 펜을 들던 그가 점차 자신 주변의 극심한 노동환경,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회문제를 알리기 위해 펜을 들기 시작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다. 마틴 에덴이 엘레나와 극장 데이트를 하다가 영화관을 박차고 나와 그녀를 데리고 노동자의 마을로 향하는 장면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당장 자신과 엘레나가 봐야 할 것은 영화가 아니라 상처와 가난을 짙게 짊어지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엘레나뿐만 아니라 관객 또한 마틴 에덴의 손에 이끌려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보게 된다. 각종 기술과 음향, 섬세한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단단히 손에 쥔 채 관객의 몰입의 방향을 부당한 계급, 열악한 노동환경, 빈곤 문제로 이끈다.

20세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그늘이 도사리고 있는지 되돌아보라고 무심한 듯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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