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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워드 Sep 26. 2019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부제: 이커머스 업계는 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부제: 이커머스 업계는 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2019-09-25


-운전자본에 대한 기본 설명

운전자본의 측면에서 이커머스 플랫폼 회사들은 축복받았다. 수많은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과 비교한다면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원재료를 매입하고, 노동력을 투입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팔고 그 뒤에 매출채권이 회수 되어야 돈이 들어온다. 공장을 짓는데 들어간 금액, 원재료를 포함한 완성품 등 재고 금액, 매출채권으로 있는 금액 모두 묶여 있는(또는 잠겨 있는) 돈이다. 제조업을 영위하고, 사업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해당 돈의 일부는 영원히 현금화가 되지 못한다.

반면 이커머스 플랫폼은 묶여 있는 돈이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 돈을 묶어 놓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남의 돈을 가져다가 쓸 수도 있다. 티몬이나 위메프를 통해 소비자(물건을 구매하는 개별 주체들을 지칭)들이 물건을 구매하면, 티몬과 위메프는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다. 정확한 실무적인 관행을 알 수 없으나, 첨부한 뉴스 그리고 재무제표상 미수금 등의 항목을 볼 때 기일이 매우 짧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http://news1.kr/articles/?3369813)

그리고 이 대금을 판매업자(플랫폼 업체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업자들, 이하 ‘셀러’라고 칭한다.)에게 천천히 지급하면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셀러에 비해 갑의 위치에 있으므로, 협상력을 가지고 충분히 돈을 늦게 줄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 검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필요가 있어서 위메프의 2018년 재무제표에서 수치를 가지고 왔다.



위메프의 매출액은 판매수수료 말고 다른 것들도 일부 있지만, 모두 판매수수료로 가정하고 수수료율은 위메프 공시 자료에서 15%로 명시되어 있어 매출액/15% 를 거래금액으로 가정했다. 각 연도별로 미지급금 및 미수금의 회전율을 계산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별금액 등은 외부에서 알 수 없으니, 기말 수치 및 연도별 거래금액을 기준으로만 본다면 위메프는 2018년 중 소비자들에게서는 4.4일만에 돈을 받아서, 셀러들에게는 약 68.4일만에 돈을 주었다.

돈을 조금(?) 늦게 주는 것은 단순히 셀러들에 대한 갑질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 자본의 측면에서 위메프 또는 티몬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해 준다. 단순히 계산해서 68.4일에서 4.4일을 차감한 기간인 64.0일 동안 자금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만일 회사의 비즈니가 영원히 동일하게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해당 기간에 유지되는 자금은 영원히 회사에 귀속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제 이것을 음의 운전자본이라고 부르자. 위메프 2018년의 경우를 따져보면, 거래금액이 하루 약 78억 원이 발생하고, 여기에 64일을 곱한 금액이 위메프가 영업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자금 5,023억 원이며 이는 정확하게 미지급금과 미수금의 차이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나쁘지 않은 현금흐름

기초 개념들을 설명하느라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이제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 이제 티몬과 위메프를 계속 이야기할 예정인데, 그 이유는 1)쿠팡은 가까운 기간 동안 자본에 대한 증자가 이루어졌음에도 티몬과 위메프는 그렇지 않았고, 2)어쨌거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의 운전자본을 활용하여 티몬과 위메프는 완전자본잠식(자본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지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현금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티몬과 위메프는 자본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영업이익이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생각보다 양호하다. 즉, 영업 및 당기순손실에 비해 현금흐름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계속될 수 있을까? 위메프는 2018년 약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영업현금흐름에서는 35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아주 간단하다. 미지급금을 늘렸다. 즉, 위의 표를 다시 보면 위메프의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줄었다. 거래대금도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지급금도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위메프는 대금지급 기한을 늘려서 오히려 미지급금을 늘리고 회사에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청산을 가정해보자.

대단히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회사의 청산을 한 번 가정해보자. 갑자기 청산이 뜬금없지만 은행을 한 번 생각해보자. 예금자들은 은행이 망하지 않더라도 은행이 충분한 지급 여력을 계속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만일 은행이 알고봤더니 돈이 부족하고, 뒤에 다른 누군가가 예금을 해야 내 돈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걱정될 것이다.

티몬이나 위메프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소비자는 아니다. 물건만 잘 받으면되지 티몬이나 위메프의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필자가 셀러라면 티몬이나 위메프의 상황을 신경 쓸 것이다. 내 물건을 팔고, 거의 두 달 뒤에나 돈을 주는데 담보 채권도 아니고 그 사이에 별일이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 갑이 판매하는 물건 알파를 구매한 소비자 A가 지급한 대금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을까? 재무제표로 볼 때는 아닌 것 같다. A가 지급한 대금에 만일 꼬리표가 달려있다면 재무제표에 현금, 또는 단기금융상품 등 어떠한 형태로도 남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그 말은 현재 A에게서 받은 자금은 이미 써버렸고, 또 다른 소비자 B가 물건을 구매하면 그 대금으로 갑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만일 사업을 중단한다면 미지급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 지급하기 위해서는 마치 돌려막기처럼 누군가가 구매를 해주어야만 앞의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뭐가 문제냐고? 엄청난 문제가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일 이들의 영업현황이 BEP수준에서라도 유지되고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런식의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속적으로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원래는 셀러에게 지급했어야 할 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A가 아니라, B, C, D에게 판매대금을 받아서 정산해주고 있다.


-문제가 터지면

티몬과 위메프에는 현재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전혀 걱정할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각보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투자가 없고 티몬과 위메프의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적자는 누적되고 일단 들어오는 현금을 가지고 회사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지급금만 남고 이에 상응하는 채권이나 현금 금액은 거의 0에 가까워 질 것이다.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도산이 이루어진다. 이 때 문제가 터지면 다른 회사가 도산하는 것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해진다. 일반적으로 현금이 부족해서 도산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애초에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기 전에 회사에 문제가 생기고 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갚는 절차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부채만 엄청난 규모가 있고 자산은 거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망하면 채권자들은 그래도 얼마씩은 건지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건질 것이 하나도 없어보인다. 그리고 이 때 피해자들은 은행처럼 전문적인 여신기관이 아니라 셀러들이라는 것이다. 주로 영세한 규모가 많을 것이고, 피해자 숫자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살펴보았을 때 위메프의 2018년 말 미지급금이 5천억원이 넘는데 이 금액 모두 지불을 못한다면 아마 엄청난 대란이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인 티몬과 위메프가 잘못되었으면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내부적으로 어떠한 전략으로 적자를 극복하려 하고 있는지, 또는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지 상황을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재무상태를 볼 때 이대로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를 가정하여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추가적인 사항들>

이 글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흥미로운 링크 두 개를 받았고, 이와 관련된 사항들이라 간단하게 같이 코멘트를 남겨 본다.


[티몬의 자금 조달]

https://mediapresso.tistory.com/9?fbclid=IwAR3T2JiBL1p5-DO7G-QrK8MvzDosT-wRAzisdKSHcDwt6Q93Xvbb2iAoajY

티몬이 상품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이야기인데, 운전자본과 대금 지급 기일을 알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는 내용이다. 상품 알파가 베타가 된 것일뿐 상품권이 아니라 아이폰이든 뭐든 어떤 제품이라도 동일하다. 대금수령과 지급기일의 차이를 활용해서 자금을 확보하려 한 케이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위메프보다는 티몬의 자금 상황이 더 좋지 않아 보인다.(2018년 기준) 당기순손실도 티몬이 위메프보다 훨씬 크고, 영업현금흐름도 더 좋지 않다. 이렇게 글까지 회자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안좋은 상황을 누군가가 캐치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어니스트펀드의 상품]

https://www.honestfund.kr/products/7461

어니스트펀드의 상품이라 상품이 홈페이지에서 사라질 수 있어 간단히 캡쳐한 화면을 같이 첨부한다. 










필자는 해당 상품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정말 세상에 호구가 많은 건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정직하지 않게(어니스트 하지 않게) 상품을 팔 수 있는지 말이다.

해당 상품을 아주 간단히 개괄하면 셀러가 물건을 팔고 티몬이나 위메프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 즉, 셀러의 입장에서 채권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상품이다. 셀러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어음깡이 되겠다.


-몇 가지 문제점

첫째, 상황 시나리오 분석 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사항이 채권에 대한 소구권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나와있지 않다. 만일 티몬이나 위메프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어니스트펀드의 투자자는 해당 채권을 소구하여 셀러에게서라도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말이다.

셀러의 매출채권에 대하여 압류 등 대책을 강구한다고 되어있는데 웃기는 말이다. 티몬이나 위메프가 돈을 지급하면 어니스트펀드로도 돈이 들어오니 문제가 안될 것이고, 만일 티몬이나 위메프가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부실채권을 압류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구매기업)인 (주)티몬과 (주)위메프는 본 투자 상품의 실질적인 신용리스크의 주체이며’ 라고 씌여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신용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신용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민망한 수준의 분석이 있다. 얼마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채 규모가 훨씬 더 크고, 당장 지급해야 할 미지급금의 규모가 회사가 가진 현금보다 훨씬 큰 금액인데 말이다.


1문1답의 내용 중

새벽 늦은 밤이라 필자가 한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나 싶어서,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았다. 상환하지 않을 리스크에 대한 질문인데, 답은 상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시 숨겨진 의미가 있나 싶어서 또 다시 읽어보았는데 그런 내용은 없는 것 같다. 

(비록 근거는 없지만)상환하지 않을 리스크는 없다고 보는 것 같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자금을 줄 것을 요청한다고 한다. 요청해서 줄 사람들이면 미리 주지 않았을까.


-운전자본 분석 글과 관련해서 읽어보자.

만일 티몬과 위메프에 문제가 생긴다면, 수많은 셀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상기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 상품을 보니 피해를 입을 사람들은 셀러들에 한정되지 않을 것 같다. 해당 어니스트펀드 상품의 가입자들은 셀러들의 리스크를 나누어서 떠안고 문제가 생기면 함께 피해를 볼 것이다.

힘든 일은 함께 하는 것이 한국인의 정이라고 하지만, 굳이 이런 리스크를 이렇게 떠안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니스트펀드 상품의 금리는 연간 6% 수준이고 만기는 1개월이다. 만기가 짧으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지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짧은 기간 가입한 DLS상품에 문제가 생긴 것을 보면 기간이 짧다고 안심할 수 없다.

그리고 아마 이런 상품은 Roll-over 형태로 문제가 터질 때까지 계속 지속될 것이다.

필자라면 해당 상품의 금리가 연환산 50% 수준이고, 일단위로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만기가 1주일이라 1주일만 지나면 상품을 해지할 수 있다면 가입을 고려해 볼 것 같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티몬이나 위메프에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며, 현재 티몬이나 위메프 내부적으로 어떠한 일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고 전자공시 사이트인 Dart에 공시된 재무제표만을 기반으로 분석한 내용임을 밝힌다. 혹시 문제가 생기고 이 글이 성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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