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게 늘 최우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도전에 대한 벽은 점점 더 높아진다. 당장의 현실과 그동안 누리지 못햇던 것들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에 도전보단 안정을 더 추구하는 삶을 지향한다. 도전하는 삶이 매력적이고 좋다고 얘기는 하지만 막상 도전할 여력도 안 되고 지금의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뭔가를 시도하지 않게 된다. 도전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 도전 자체를 사치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거 할 시간도 없을 뿐더러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뭘 어떻게 도전하고 시도할 건데 하는 식으로 얘기한다.
과거 10대, 20대의 나는 알지 못했다. 어릴 적 내가 했던 공부는 어찌보면 도전을 부추기는 공부는 아니었다. 입시 때 배웠던 지식들의 현실적인 활용도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대학에 들어와 도서관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던 경험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됐다. 항상 부모님, 선생님, 교수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이 과연 도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경우에 따라 부모님, 선생님, 교수님이 열린 사람이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안정을 추구하는 공부와 삶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삶에 대한 기대감을 더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IT 분야는 요즘 들어서 말도 안 되게 변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그건 글로벌 기준에서일 뿐이지 대한민국의 IT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듯 하다. 변화보단 기존의 방식을 더 추구하고 조금이라도 뭔가 바뀌는 것에 의심을 품는다. 처음엔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그런지를 알게 되었다. 10년, 20년 동안 내가 사용하고 있던 프로그램이나 인프라의 아키텍쳐나 구성도가 갑자기 바뀐다고 생각을 해보자. 과연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조금씩 개선을 해나가는 형태로 진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대부분은 변화의 씨앗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늘 그렇지만 변화는 많은 것들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세상은 정적이지 않다. 본질적으로 동적이다. 10년, 20년 하다못해 100년, 200년 이상 지속되어왔던 것들도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건 어디에도 없다.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 시대의 흐름이 있고 트렌드가 있는 법이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불완전한 세상인 만큼 그에 따른 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야 삶에 대한 기대심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는 삶에 무슨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을까?
삶에 끝은 없다. 진행만 있을 뿐이다. 목적지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다. 왜 삶을 무의미하다고 할까? 무의미를 의미로 바꾸려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방향과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 100점은 100점일 뿐이다. 70점, 60점, 30점이란 점수는 그저 점수일 뿐이다. 거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자신의 도전 유전자를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훈련은 누가 가르쳐줘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삶을 최적화하고 가꿔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거엔 사회의 기준과 누군가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갔다면 이제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교육도, 기술도, 트렌드도 결국엔 변한다. AI와 유튜브, 스마트폰은 사실상 모든 걸 바꿔놓았다. 사고방식과 공부방식, 교육방식 마저도 더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는 도전과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성공 사례는 과거의 성공 사례일 뿐 이제는 새로운 성공 사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자료들과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자유도가 높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엄청나게 좋은 세상이 열린 것이다. 반면 기존의 사고방식과 업무방식에 적응된 사람들 입장에선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고 웬만하면 변화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좁히고 싶어한다. 당연하다. 변화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최적화된 사람들 그리고 변화가 부담되는 사람들, 사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느낀 점은 결국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변하는 세상에서 안정을 추구하려면 역설적으로 도전을 많이 해야 한다. 안정적이라는 얘기는 바꿔말하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철학과 가치관에서 바라봤을 때 인간은 여유를 가지면 가질수록 시도를 하지 않는다. 도전을 기피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다. 여유가 완전히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마음의 여유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을 몰아부치는 것도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변화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많은 시도를 해야 하는데 정적인 상황에 익숙해지면 내 삶에 대한 기대심리는 0으로 수렴할테니 말이다.
도전을 지향하고 변화를 수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를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것도 없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성공과 실패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일 뿐 변화를 받아들이며 시도를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무조건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을 하면 절대로 도전을 할 수가 없다. 닫혀있는 도전의 문을 열려면 성공과 실패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현실에선 이러한 도전이 돈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 또한 세상의 현실이 아닌가. 뭔가를 시도하는 것에 두려워 한다면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세상의 본질은 변하는 것인데 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외톨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기대심리를 낮추는 삶을 살지 않겠다.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삶에 더 집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