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편안한 직장생활은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취업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입사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환경과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이었지만 적응 속도가 느리더라도 점진적으로 적응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아는 게 많지 않다 보니 일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모르는 내용들은 선배들한테 물어보면서 진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실제로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고 과연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만 더 커져갔다.
직급이 있는 회사든 없는 회사든 처음 들어가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경력이 있어도 쉽지 않다. 처음 접하는 환경과 업무 패턴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이 사람마다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업무 적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을 잘하면 그만큼 더 많이 일하게 된다. 당연하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감을 주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준다면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만 잘하면 되는 건가? 아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와 맞지 않거나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같은 부서나 맡은 업무가 동일하다면 어쩔 수 없이 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이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일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사람 때문에 힘들어진다. 반대로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는데 일이 나와 맞지 않아서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일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회사로 가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그런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마음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출중한 능력, 상위 1%, 10%의 능력과 다채로운 커리어를 통해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 할지라도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회사는 사업의 미래와 방향성을 위해 인재를 채용한다. 취준생들은 어떻게든 돈을 벌고 커리어를 쌓으며 소위 말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 무엇인지를 느끼며 삶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한다.
워라밸, 높은 연봉, 좋은 복지와 혜택 등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취준생들의 노력과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어렵게 준비하고 면접까지 봐서 입사에 성공했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첫 출근을 한 이후부터 한 주, 한 달이 지나면서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대한 흐름을 파악한다(100%는 아니다). 하지만 쉽게 타협하기 힘든 것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고민이 더 깊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이건 하고 싶지 않은데', '저 사람하고는 웬만하면 같이 밥먹고 싶지 않은데', '제발 오늘 만큼은 야근하지 않기를...' 하지만 회사라는 곳이 생각만큼 그렇게 자유로운 곳도 아닐 뿐더러 날마다 야근을 피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회사의 복지나 정책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것들이 많아질수록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은 쌓여만 간다.
쉬운 직장생활이란 없다. 편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적응을 잘한 것도 아닐 것이다. 직장생활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마음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될 거 같은가?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회사가 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내가 회사에 맞춰나가면서 업무에 대한 경험치를 쌓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세상 어떤 회사도 나에게 맞춰주는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낯선 업무 환경, 처음 만나는 팀원들과 임원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실무,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등 회사를 다니지 않고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설령 일을 잘하지 못거나 실수를 해서 상사에게 혼났다 할지라도 말이다.
마음은 쉽지 않다.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어떻게 보면 퇴사나 쉬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지극히 정상이다. 힘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거나 뭔가 버겁게 느껴지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러한 감정이 매순간 반복된다면 그건 고민을 해봐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업무 매뉴얼도 없는데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 설계서나 레퍼런스 문서도 없는데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을 되뇌이며 퇴사 각을 잡을 것인가?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 있다. 근데 오늘도, 내일도 저 사람과 일을 해야 하고 심지어 장기간 프로젝트까지 같이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퇴사가 답일까? 아니면 장기 휴가라도 써야 하는 걸까? 정말 이런 상황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모든 행동과 감정, 생각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대가가 부정적일지 긍정적일지는 알지 못한다. 직장생활,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것은 맞다.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당연히 힘들고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감정적으로 풀려고 한다면
설령 퇴사를 해서 이직을 하더라도 상황이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에 창업을 한다면 어떨까? 일과 사람 그리고 회사의 복지나 정책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결국 대가가 따른다. 직장생활에서 느낀 고통과 어려움이 다른 형태의 고통과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어려움과 힘든 상황이 본인 스스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측과 판단을 얼마나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직장생활, 어찌 보면 나의 영향력보다 외부의 영향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