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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원 Dec 19. 2023

돈 보다 중요한 것

부모를 위한 나라

일단은 지난 포스트를 통해서, 단순 통장에 남는 돈만 봤을 때는 노르웨이에서의 삶이 크게 매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우리가 한국에서 그토록 외치는 '워라밸'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단 노르웨이의 공식 근무시간은 주당 37.5시간이다. 한국이랑 2.5시간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실제로는 더 차이가 난다.


왜냐하면 노르웨이는 점심시간이 딱히 있지 않다. 암묵적으로 30분 정도로 존재를 한다. 그래서 보통 한국처럼 나가서 거창하게 사 먹고 그러지 않고 본인들이 집에서 쌓은 간단한 빵이나 도시락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한다.


이 점심시간이 짧은 게 안 좋은 것 같은데, 점심시간이 짧다는 건 퇴근을 일찍 한다는 뜻이다.


보통 노르웨이는 출근을 8시에 한다. 학교 수업들도 8시 15분에 시작하는 게 1교시다. 그러면 8시에 출근하면 점심시간 포함해서 퇴근을 4시에 하게 된다. 우리가 잠을 12시쯤 잔다고 하면 아직도 8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사실 직장을 하나 더 가져도 가능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남는다.


예전에 인턴을 할 때는 7시에 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3시에 퇴근을 했다.


물론! 이렇게 시간이 많아도 사실 한국처럼 그렇게 할게 많지 않기 때문에 뭔가 재밌고 알차게 보내기가 쉽지는 않다. 또 외식값이 비싸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요리하고 치우고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기도 한다.


나는 박사임에도 불구하고 8시간만 딱 일을 하고 집에 오는데, 처음에는 운동도 하고 다른 취미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채웠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가끔은 그냥 소파에 앉아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아무튼 그만큼 시간이 많다.


야근을 하는 경우도 다른 회사 같은 경우에 특별한 날에는 있기는 한데, 집에 안 가는 걸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30분 일찍 퇴근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보이는 눈치가 여기서는 30분 늦게 퇴근한다고 하면 받을 수 있다. 오히려 근무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는 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 안 하는데, 늦게 퇴근하는 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휴가가 많다. 한국은 처음 1년을 일하면 15일의 유급휴가가 생기는데, 여기는 25일이 생긴다. 


일단은 휴가 일수 차이도 많이 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 휴가를 다 붙여서 한 달씩 휴가를 가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이다. 오히려 다들 그렇게 가서 회사가 여름에는 텅텅 빈다.


이러한 워라밸의 진가는 이제 아이를 갖게 되면 발휘되기 시작한다.


일단 육아 휴직을 12개월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이제는 18개월까지 늘렸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가 휴가가 없어서 자유롭게 못쓰냐! 눈치가 보여서 못쓰지.


육아 휴직도 마찬가지다. 안 쓰는 게 이상한 거고, 육아휴직 쓴다고 하면 회사에서는 바로 임시직 채용공고를 올린다.


한국도 많은 회사들이 점점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 주고 그런 게 약간 복지 좋은 회사라고 여겨지는데, 이곳에서는 기본권리에 더욱 가깝다. (당연한 거 아니야? 느낌)


그리고 한국에서 육아휴직동안 통상임금의 80%를 받게 된다는데 이게 최대 150만 원이라고 한다.(출처)


노르웨이는 이 최대가 좀 높다...


https://www.tekna.no/en/salary-and-negotiations/employment-law/parental-leave-in-norway--what-you-sh


2021년 기준으로 638,000 NOK 이니까 원화로 8000만 원 정도 된다. 그러니까 8000만 원 이하를 버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물론 한국도 노르웨이도 저 돈은 정부에서 나온다.)



그러면 노르웨이 출산율은 높나?


https://www.macrotrends.net/countries/NOR/norway/fertility-rate#:~:text=The%20current%20fertility%20


2023년 기준 1.7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나도 여기서 살다 보니까 아이를 가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믈 스믈 들기 시작했다. 


일단 아이한테 좋은 환경이냐?

뭐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이건 별로 신경 안 쓴다. 나는 어렸을 때 한국도 좋았으니까. 그리고 애들은 뭐 금방 적응하지 않나?


무엇보다도 부모한테 너무 좋다.

일단 4시 퇴근 후 12시까지 8시간이 남는데, 마침 할 것도 없었는데, 애들이랑 놀면 된다.


그리고 이쪽 애기들은 이상하게 엄청 일찍 잔다. 그리고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7시에 잠을 재운다. 그러니까 애를 재우고도 5시간이 남는다. 이때 부모들은 각자 할거 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와 관련된 이슈는 무적카드다. "애 아파서 오늘 회사 못 가", "애 아파서 오늘 집에서 일할게" 이런 소리를 정말 자주 듣는데, 그 이야기를 상사하게 하면 진짜 또 애를 걱정해 준다. 아마 그들 또한 애들이 아팠을 테니..  무슨 10일 정도의 이런 집안 경조사를 위한 유급휴가가 있기는 한데, 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1년에 10번은 더 아팠던 것 같은데...


그런데 어차피 부모들도 노르웨이고 한국이고 애 보는 거 힘든 거는 마찬가지니 회사에 있고 싶어 하지, 위의 시스템을 악용해서 더 쉬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



사실 한국에서 애를 키울 생각이 엄두가 안 났던 게, 회사 출퇴근 전에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아무리 빨리 퇴근해도 6시 넘어서 집에 와서 아이와 놀고 하는 게 엄두가 안 나서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너무 재밌는 게 많아서, 그걸 또 포기하기가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여기서 4시 퇴근하고 너무 할 게 없으니 소파에 앉아서 문득 든 생각이, "이럴 거면 애나 키울까?"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확실히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 같더라. 젊은 사람들에게는 역시 서울이 최고!




Photo by Michal Bar Hai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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