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께. 출산장려본부는 전국에서 출산 자원 여성을 적극 모집하였으나, 목표 인원을 달성하지 못하고 300여 명에 그쳤다. 당초 3,000명을 계획한 출산장려본부의 관계자는 "정책 지원이 미흡한 것을 보충하고 (출산) 친화적 방법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예비 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토대로 3년 내 출산의 의무화가 통과되는 상황 역시 고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원영은 정리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안타깝게도 (목표에) 미달되었으나, 출산 희망 여성이 300명이라는 점은 꽤나 고무적인 사항이다. 이에 출산장려본부장 역시 이들을 위한 지원은 유지될 것이며, 그에 대한 예산도 다시 편성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3,000명의 인원이 10분의 1로 줄었으니 마땅한 부분이다. 더 쾌적한 환경과 물품 등을 제공할 예정이며, 또한 희망 인원을 추가 모집하는 것도 논의 중에 있다.
손이 멈추고, 글을 보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초고라지만, 엉성한 문장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덧붙일 내용들을 고민하고 있어 당장 수정하지는 않았다.
끝까지 쓰고 나면 어차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흠. 일단 이것도 넣긴 해야 하는데."
잠시 후, 들어갈 이슈를 고르자 타자기 소리가 다시 사무실을 울렸다.
-그렇다면 희망한 300명은 대체로 같은 나이일까. 의무화가 활발히 논쟁하던 시기, 24세부터 30세의 여성들을 동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던 본부. 그러나 이번에 자원한 여성들의 세대는 포괄적이었다. 20대 초반과 30대 중후반의 비율이 높았으나, 40대와 50대 이후의 비중도 낮지 않았다. 또한 신체검사가 끝나고 일찍이 산중원(산모 대기자, 예정자 등이 생활할 장소)으로 이관된 인원에는 이미 임신 상태의 여성도 많았으며, 이들 대다수는 20대 초반에 해당했다. 또한 방문 인원에는 또래의 남성들이 많았으며, 입소까지 홀로 자리를 지키는 여성의 수는 적었다.
거기까지 작성한 원영의 손이 분주하게 책상을 뒤집었다.
인터뷰한 내용을 뽑아둔 게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복잡한 서류들 사이, 한참 뒤적인 끝에 찾아낸 후.
그녀는 답변을 옮기는 데 열중했다.
-현재 임시 운영 중인 의경군 소재의 산중원은 출생아 수 감소로 가장 먼저 저출생 위기 대응에 동참하였으며, 이번 이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입소 예정자들을 위한 철저한 위생 관리, 교육 프로그램 마련, 기타 복지 및 시설 준비 등 다방면으로 구성되었고, 해당 사항들을 확인한 여러 예정자들이 감탄을 내비쳤다. 11일 입소한 송 모 씨(21, 서울)는 "다른 것보다도 부모님께 폐가 될까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에 자원 신청으로 (산중원에) 들어올 수 있어서 한시름 놓았어요."라고 말하며 "일단 여기서 다양한 교육을 받으니까 출산 이후의 앞날도 막 암담하지 않고, 시설이 깨끗해서 아이 낳을 때까지 여기에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와 함께 휴가 기간과 일정이 따로 나온다고 설명한 송 모 씨는 덜컥 임신하고도 크게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정책이 생겨서 좋으며, 또한 자신과 비슷한 상황 속 이들이 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며 심경을 드러냈다. 이렇듯, 여러 입소자들 대다수는 임신 초기에 해당하며 (가임 여성을 주력으로 한) 신체검사가 불가피한 관계로 따로 검진을 받은 이들 중에 만삭의 임산부는 없었다.
살을 붙였지만, 여전히 완성도가 낮았다.
흘끗.
어느새 빠듯하게 다가온 제출 시간.
마른 입술을 깨문 원영이 속도를 올렸다.
-의경군 소재 산중원 측은 홍보 영상 제작과 함께 출산장려본부와 합의하여 만삭의 임산부들도 희망자 차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산중원에 나간 이후, 출생아들은 직접 돌볼 수 있으나 원치 않는 경우 정부가 맡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에 의경군 산중원은 공동 육아의 책임을 강조했고, 한편으로는 기준을 정해 계보산(생모를 예비군처럼 동원하는 경우)의 협력을 꾀할 묘책을 내놓았다. 시행만 된다면 (출생아와 계보산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게 관계 구현과 회복 등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기사를 작성한 그녀는 현장 사진과 통계 자료 등의 위치를 선정하며 수정 내용을 체크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기한.
클릭을 연속으로 누른 그녀는 곧 제시간 내로 전송할 수 있었다.
기획이 통과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주제 자체가 반려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내용에 대해선 피드백과 같이 여러 조언과 지적이 올 수도 있겠다.
생각한 원영이 커피를 들이켰다.
캬.
달달한 음료 대신 루이보스차를 넘긴 혜지는 기분을 내려고 애썼다.
뿐만이랴, 밤새 놀던 작년이 그립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후, 혜지는 얼마전 했던 인터뷰를 떠올렸다.
"기사 곧 나오겠지? 내가 말한 것도 들어가려나."
'파송송이'라는 신기한 이름의 매체.
간혹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그곳의 기자였던 도-
"이름이 뭐였더라. 되게 예뻤는데."
요즘은 그런 게 관심이 간다.
아이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영훈과 이름을 조합해서 여자 아이면 혜영, 남자아이면 지훈으로 할까.
아니면 아예 다른 이름으로 할까.
"뭐가 좋겠니, 대통아~"
배를 문지르며 묻는 혜지였다.
남자친구인 영훈과 함께 정한 태명.
대통이는 온기만 전달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어서 보고 싶구나~"
얼마나 예쁠까.
걱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대가 있었다.
그와 함께 부담감과 책임감도 막중했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괜찮았다.
"암, 대통이가 엄마를 잘 이끄는데 괜찮지."
이제는 마냥 낯설지 않았다.
부르기만 했지, 불릴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벅찼다.
"그러고 보니 그 언니도 여기 오려나?"
이미 임신 상태였기 때문에 일찍 들어온 자신과 달리, 30대 중반으로 보였던 여자는 아마 입소까지 시일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혜지는 그녀와 빨리 재회하고 싶었다.
배유경.
신체검사 때, 비록 자신은 따로 이동해서 받았지만 그러기 전에 방문한 검진 장소에서 도움을 줬던 사람.
현기증이 일어나서 쓰러진 자신을 안쪽으로 옮겨준 은인이었다.
비록 나이는 그쪽이 많았지만, 출산은 달랐다.
"만약 여기로 오면 내가 잘 챙겨줘야지. 아, 우리 대통이도 같이?"
미약한 울림이었다.
그래도 좋을 대로 알아들은 혜지는 찻잔을 다시 들었다.
홀짝.
산중원은 인구 감소 문제를 크게 앓는 도시 위주로 생기는 중이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멀리 떨어진 혜지였지만, 그녀는 전처럼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한가로우니 편안한 상태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출산 의무화가 진행된 지도 어느덧 4년째였다.
입소를 앞둔 원영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 드디어 올라왔네."
당분간 휴직인 그녀가 넣은 마지막 기사.
본문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애국, 환상을 지키는 흡연자. 필히 널렸던 무성한 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잡초만큼이나 애탔던 꽁초들. 희고 검한 꽁초들이 자취를 감춘 데에는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흡연구역 확대로 흡연 문화가 일부 개선된 것과 더불어, 곳곳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공동 육아는 이제 모두의 책임이 되었고, 그중 흡연자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에게 더욱 민감한 기호식품은 한국의 흡연 문화를 개선하는 데 크게 일조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민 보호와 복지에 일조한 정부의 적극적 행보는 그간 대두되었던 흡연구역의 추가 확대로 이어졌고, 산중원 내에도 작게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2031년. 여성들은 출산과 병역 의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으며, 추후 남성 역시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생식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출산기피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처분 강화와 함께 출무청은 그들의 입국을 영구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무청 역시 기피자 처벌에 적극 개입해 예방과 단속을 강화한다고 전했다.
이윽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원영은 폰을 정리했다.
급하게 읽느라 내용 전문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벌써 마흔.
옛날 같으면 노산에 해당될 수도 있으나, 요즘은 또 아니었다.
그래서 만 30세까지로 예정되었던 것이 만 46세로 변경되었고, 그녀는 적당한 때에 산중원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