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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Oct 24. 2023

단풍

2023_이야시크릿_05



나에게는 여전히

푸른색


가을이 오면

단풍의 색이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그대로 보이는 색이 알려주네

나에게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고


나도 조용히 가을을 기다려본다

혹시 몰라 책도 읽어보고

혹시 몰라 산도 올라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남의 계절


휘이잉

바람은 불어오는데

휘이잉

낙엽은 떨어지는데


가을이 오면

단풍 든 색이 예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언제나 똑같은 색의 너는

나의 계절이 될 수 없는 걸까


지나가는 나를 스쳐가는 너는

분명한 나의 여름

휘이잉

느껴지는 온도가 알려주네

여기 가을이 왔다고


다시 책을 읽어

다시 산을 올라

만난 나의 가을은 온통 노란색이야

나를 반기는 풍요로운 나뭇잎이 좋아


사르륵

다가와 내게 알려주네

여기 나의 가을이 있다고


그러니 내 품에 네가 없어도

한가득 안은 게 네가 아니더라도

나는 나만의 가을에 있어


나에게는 영원히

푸른색


그 길을 걸어도 괜찮은 산책

흠씬 풍기는 은행의 내음

이 가을이 좋아

이 바람이 좋아

모르는 너마저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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