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여전히
푸른색
가을이 오면
단풍의 색이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그대로 보이는 색이 알려주네
나에게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고
나도 조용히 가을을 기다려본다
혹시 몰라 책도 읽어보고
혹시 몰라 산도 올라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남의 계절
휘이잉
바람은 불어오는데
휘이잉
낙엽은 떨어지는데
가을이 오면
단풍 든 색이 예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언제나 똑같은 색의 너는
나의 계절이 될 수 없는 걸까
지나가는 나를 스쳐가는 너는
분명한 나의 여름
휘이잉
느껴지는 온도가 알려주네
여기 가을이 왔다고
다시 책을 읽어
다시 산을 올라
만난 나의 가을은 온통 노란색이야
나를 반기는 풍요로운 나뭇잎이 좋아
사르륵
다가와 내게 알려주네
여기 나의 가을이 있다고
그러니 내 품에 네가 없어도
한가득 안은 게 네가 아니더라도
나는 나만의 가을에 있어
나에게는 영원히
푸른색
그 길을 걸어도 괜찮은 산책
흠씬 풍기는 은행의 내음
이 가을이 좋아
이 바람이 좋아
모르는 너마저도 좋아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