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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 Aug 08. 2021

완벽주의자를 위한 지침서

불필요한 완벽주의는 버릴 것

불필요한 완벽주의대신

최선의 완벽을 추구할 것


 일을 미룰 때 내 머릿속은 무드등만 킨 침실처럼 어둡고 침침했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을 보면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그럴수록 몸을 움직이기가 더 어려워졌다. 시간을 대충 흘려보내다보면, 남는 거라곤 그 시간만큼 쌓인 할 일들이었다. 이런 행동 패턴을 한 번은 꺾어야했다. 가장 먼저 시도했던 건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거였다. 완벽하려는 강박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무작정 '글 10편을 채워 브런치북을 발행해보자' 는 목표를 세웠고, 브런치북을 제 때 발행해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도 해볼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 무조건 일을 미루는 대신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의 완벽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더 세부적인 규칙을 세워볼 수 있었다.



① 아무리 바빠도 하루를 시작할 땐 우선순위를 정리하자

우선순위를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급한 일이 오히려 뒤로 밀려 시간에 쫓기는 일이 생긴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② 초안부터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일단 초안을 시작하자. 그래야 다음 단계가 보인다.

일의 경중에 맞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자

완벽해야한다는 강박때문에 중요치 않은 일에 힘을 빼지 말자.

 


학습지 첫 단원만 열심히 푸는 학생


 지나친 완벽주의를 버린 덕에 나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얻었다. 단순히 일하는 게 조금 더 편해졌다는 것 이상의 소득이었다. 그 전엔 두 가지 일만 해도 버거웠는데, 이젠 3개, 4개의 업무가 들어와도 '그 쯤이야!'라는 자신감으로 임할 수 있었다. 부담이 줄어드니, 일을 미루지도 않았다. 그래서 도전할 수 있었던 일 중 하나가 '컨셉진 에디터 스쿨'이었다. 에디터 스쿨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에서 주최하는 에디팅 강의로, 5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프라인 수업에 참석하고 4번의 과제도 수행해야했다. 직장인에게 절대 쉽지 않은 수업이었다. 콘텐츠 기획안 작성, 컬쳐 추천 꼭지 쓰기, 제품 사진 촬영해보기, 직접 인터뷰하고 기사 쓰기 등...덥썩 해보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매주 과제를 한다는 게 절대 만만치 않더라. 하지만 시작한 이상 중도에 포기할 순 없었으므로 제한된 시간 안에 과제를 제대로 해가기 위해 조금 더 구체적인 규칙을 세우기 시작했다.



학습지 첫 단원만 열심히 푸는 학생이 되지 말자

 모든 단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려면 힘을 써야할 때와 빼야할 때를 현명하게 구분할 필요는 있었다.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에 제대로 힘을 줄 것. 컬쳐 꼭지를 쓸 때는 콘텐츠 선택이, 인터뷰 기사를 쓸 때는 질문 정리하기가 가장 공을 들여야하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낸 결과물이 오히려 모든 단계에서 시간을 오래 들인 과제보다 평가가 더 좋았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일은 이동하는 시간을 적극 활용하자

아이디어는 '이제부터 생각해야지' 마음먹는다고 떠오르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자투리 시간에 고민하고 메모를 해뒀다가 시간을 들여 정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과제를 할 때는 인터뷰이에게 물어볼 질문을 출퇴근길에 열심히 고민하고, 퇴근 후에 질문을 흐름에 맞게 배열하는 정도로 손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물론, 퇴근 직후엔 잠시 쿨타임이 필요했다. 회사에서 집까지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데, 환승 전엔 유투브를 보고 노래를 듣다가, 환승 후에 인터뷰 과제를 생각하는 식으로 휴식과 과제 준비를 병행하는 것도 나만의 규칙이었다.


 마감이 다가와도 침착할 것

벼락치기에 쥐약인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 기한이 다가오면 불안감에 휩싸여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렇게 오두방정 떠는데 쓸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쏟았다면 과제나 일을 훨씬 깔끔히 마무리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컨셉진 과제를 하는 동안엔 마음 속으로 항상 되뇌었다. '괜찮아, 침착하자, 집중하면 다 할 수 있어.'




 완벽주의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있기에, 강박관념 하나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건 모두에게 피로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모든 걸 완벽하게 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일인가?'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뭘까?' '완벽하려는 강박관념때문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완벽해야만 하는 절정의 순간을 위해, 가끔은 불필요한 완벽주의를 덜어보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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