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두 편 추천
밖으로 나가기 겁날 만큼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보일러 따뜻하게 켜놓고, 침대 위에서 핫초코나 마시며 넷플릭스 보는 게 최고의 휴식인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넷플릭스에서 재미난 콘텐츠들 잘 보고 계시는지? 유명한 건 다 봤고, 새로운 걸 보자니 재미없을 것 같아 아까운 월정액을 날리고 계시지는 않는지?
이제 넷플릭스에서 볼 게 없다며 첫 화면만 어슬렁 거리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입을 모아 추천하는 콘텐츠는 아닌 것 같지만 재미 하나는 보장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두 작품을 소개한다.
불편함 한점 없는 유쾌한 가족 시트콤
사실 나는 시트콤을 잘 보지 않는다. 그 유명한 '프렌즈'와 '모던 패밀리'도 대충 시큰둥하게 봤는데, '원데이 앳 어 타임'은 끝나는 걸 아까워하며 시즌 3개를 단숨에 몰아봤다.
미국에 정착한 쿠바계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이다.
두 아이와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페넬로페는 퇴역군인으로 현재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과도 엄마와도 티격태격하며 지내지만 갈등이 있을 때는 따뜻하게 지원해 주는 든든한 사람이다.
페넬로페의 어머니인 리디아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쿠바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셨다. "여자는 미모!"라는 신념이 있어 멋 내기 좋아하는 손주 알렉스를 좋아한다. (남아 선호 사상의 영향이기도 하다.)
딸 엘레나는 공부도 잘하고 손재주도 좋아서 집주인 슈나이더 대신 아파트의 수리를 맡는다. 여성차별, 환경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 온갖 차별과 문제에 맞선다.
파피토(빠삐-또)라고 불리는 아들 알렉스는 놀기 좋아하고 겉멋이 잔뜩 든 귀염둥이다.
금수저 집주인 슈나이더는 가족은 아니지만 페넬로페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든다. 캐나다에서 온 멍청하고 낙천적인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 모습이다.
유대인 의사 레슬리 버코위츠 박사는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페넬로페의 상사다. 엄마인 리디아와 연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리 쉽지 않다.
십 대 아이들의 성 정체성 문제와 페미니즘 이슈, 성차별, 인종차별, 약물 중독, 퇴역군인과 싱글맘 문제, 디아스포라 문제까지 미국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온갖 문제들이 에피소드들에 알차게 녹아 있다. 어떤 문제는 생각해 보게끔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가고 어떤 문제는 에피소드 내에서 진지하게 다루기도 한다. 좋은 콘텐츠가 그렇듯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울고 웃게 한다.
현재 시즌 3까지 공개된 상태다. 넷플릭스 측에서 시즌 4를 캔슬해 버려 다음 시즌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를 한 번은 봐야 한다. 이토록 따뜻하고, 열려 있고, 올바른 드라마를 놓치지 말자.
(미국의 케이블 방송에서 시즌4를 방영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있다.)
예측불가! 아수라장! 정신없어! 어?! 문제 해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유명한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고급 호텔의 벨보이로 일하고 있는 30대 토드는 오늘도 엉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주인은 차를 부시며 집세를 요구하고, 호텔 마스터키를 잃어버리고,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집에 오니 창문을 타고 웬 노란 재킷의 남자가 들어온다. 자신을 탐정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 더크 젠틀리가 모든 사건의 중심이다. 아무런 관련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렇게 토드와 더크의 엉망진창 예측불가 사건 해결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보았던 추리물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했지만 이 드라마는 다르다. 더크의 문제 해결 방법은 특별(?)하다. 주로 아무거나 건드려서 일을 만들고, 죽을 것 같으면 도망치고, 누군가 더크를 찾아온다. 그냥... 그러다 해결이 된다. 현장에서 단서를 찾거나, 발자국을 조사하지 않는다. 중요하다 싶으면 주워오면 그만. 모든 일이 얼렁뚱땅 정신없이 진행되지만 작품 자체는 짜임새 있어서 시즌 1이 끝나면 다시 한번 보게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는 단연 여성 캐릭터들이다.
모든 훈련과 트레이닝 과정을 완수한 실질적으로 작품 속 최대 능력자이지만 본인에 대한 자신감은 바닥인 파라.
죽이고 싶으면 죽인다. 그것이 우주의 뜻. 천진한 암살자 바트.
토드의 동생으로 불치병에 걸려 칩거생활을 하고 있지만 록 스피릿과 깡으로 똘똘 뭉친 아만다.
이렇게 생동감과 매력이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이 두루두루 나오는 작품은 그리 흔치 않다.
보고 나면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가 한 둘 쯤은 분명히 생기고, 곧바로 재탕하고 싶어 지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드라마도 시청자들의 사랑이 부족해 시즌 3가 캔슬되었다고 한다. 너무 짧게 끝나고 만 나의 넷플릭스 최애 드라마.
두 작품은 모두 다음 시즌이 캔슬되었다. 넷플릭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순리대로 돈이 안 되는 작품은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대중적인 작품만이 살아남아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좋은 작품이란 결국 돈이 되는 것이다. 나의 보는 눈이 돈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끝나지 못한 이야기만 쌓여가게 될 것이다. 그건 참 슬픈 일이다. 나의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반증과 같은 드라마들을 뒤로하고 오늘도 볼거리를 찾아 헤맨다. 이제 뭘 보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