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유코치 티아라 Dec 28. 2021

변하는 세상에 적응한 할머니가 되어야지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렇게 사용하다니..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 곰 아기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 ”



이 노래를 30분 넘게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첫째는 카시트를 너무 싫어하는 아이였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아이를 맡기고 일하러 가는 날들이 많았다. 차를 탈 때마다 첫째는 카시트를 거부하며 심하게 울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운전할 때마다 울릴 수 없었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장난감을 손에 쥐여줘 보기도 하고 과자를 주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해보았지만 그 어느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 번뜩 든 생각 ‘노래를 불러볼까?’라는 생각에 태교 할 때 불러줬던 곰 세 마리가 생각이 나서 부르기 시작했더니, 웬걸 첫째가 울음을 그치고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 와! 울지 않고 카시트를 타다니..’이 상황에 진짜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았다.

 

곰 세 마리 동요가 왜 국민동요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고 너무너무 고마운 동요였다. 하지만 고마운 것도 며칠뿐, 현실은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마다 곰 세 마리를 무한 반복으로 불러야 했다. 목이 아파서 잠시 멈추면 울기 시작하는 첫째이기에 방법이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 있는 곰 세 마리를 찾아 노래를 들려줘봤으나 똑같은 곰 세 마리인데도 엄마 목소리에만 울음을 그쳤다. 그러다 보니 장거리 이동을 한 다음날엔 목이 쉬어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게 다반사였다.

 

그렇게 카시트 태우는 방법으로 첫째 둘째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목이 쉬도록 곰 세 마리를 불렀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희미해질 때 즘 동생이 결혼을 하고 조카가 태어났다.

이쁜 조카와 단둘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이 있었다. 아침을 먹이고 마스크를 들고 손짓하며 밖으로 나가자는 조카의 다급한 몸짓에 “유모차 타고 나갈까?” 하고 물어보니 웃으며 신발을 찾는 조카였다. “그래 가자!” 하고 조카를 유모차에 태워 나갔다. 유모차를 타고 동네 산책을 하다 보니 유모차 컵홀더에 커피 컵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지? 왜 이걸 유모차에?’ 이렇게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유모차를 타고 있는 조카의 생떼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난 첫째, 둘째를 키웠던 경험으로 곰 세 마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곰 세 마리, 나비야, 학교 종이 땡땡땡 동요 메들리를 한 시간쯤 부르며 유모차를 끌고 동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저녁엔 만난 동생에게 오늘 하루를 이야기하던 중 오래간만에 동요를 1시간 넘게 불러서 목이 아프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동생이 “블루투스 스피커 쓰면 되는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응? 그걸 사용해? 어떻게? 잘못 있었던 거 아냐?"


블루투스 스피커는 잘못 놓인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었다. 노래를 불러줘야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를 위해 동생이 직접 핸드폰에 노래를 불러 녹음을 하고 그걸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 무한 반복으로 들려주면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하;;뭐야.. 시대가 변했어?? 큭큭큭 나 무식해서 목이 아픈 거야? 큭큭큭 야, 그래도 녹음이랑 라이브는 다른 거야 애들은 녹음 싫어해 “ 했지만

 "언니.. 똑같아 육아는 아이템이 중요해! “ 하는 이야기에 빠르게 변한 세상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줌마가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살지만

블루투스의 곰 세 마리가 주는 충격은 강렬했다. 그러면서 TV를 보고 있자니 예전 TV에서 보았던 내레이션이 떠올랐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 봬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엑스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 목숨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이 내레이션처럼 나는 마이마이와 cd플레이어, mp3, 멜론, 유튜브까지 모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경험한 엑스세대이다.

곰 세 마리를 목소리로 불러줬으며 동요 음원을 다운로드해 들려주기도 하고 이제는 엄마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려주는 이 모든 변화 과정을 겪은 몸소 체험 중이다.

’과연 미래의 나는 손녀, 손자들에게 어떻게 곰 세 마리를 들려주고 있을까?‘

그때도 목소리로 곰 세 마리를 들려주는 꼰대 할머니는 되지 말아야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곰 세 마리는 아이를 울지 않게 해 준 고마운 노래이자 세대의 흐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지금도 내 곁에 살아있는 노래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유 코치를 꿈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