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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01. 2020

학부모편 1. 민원을 넣으세요. 애들 관리해달라고.

학생 관리는 결국 학교의 몫

 월요일에 바깥양반과 대화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온라인 개학이 거의 확정되어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니 뭔가 빠르게 수를 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것도 급하게.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생들의 온라인수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교사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애들이 모니터 앞에 하루종일 어떻게 앉아있어?" 라고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것도 하나마나한 소리다.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고, 닥친 일이니 해야 할 뿐이다. 어떻게 아이들을 수업에 집중시킬지는 교사들과 학교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다른 방법이 있나? 그냥 온라인수업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수업영상을 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풍성한 과제물을 던져서 학습을 유도하고 그것을 평가에 반영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알아서 하는 학교는 없다. 교사들은 복지부동이고, 대체로 준비되어 있지도 않다. 고약하게도 지난해 내내 "수능 확대, 수시 축소" 담론이 쓸데없이 우리 교육계를 뒤흔든 바람에 오히려 보수적 교육기조가 확산된 판이다. 수업연구를 잘 해서 아이들과 폭넓은 공부방안을 고민하던 교사들도 등떠밀려 수능교육을 준비하며 겨울방학을 보냈을 판이니, 이제 와서 갑자기 온라인 개학에 대비하라고 장비를 구매하고 사용법은 알아서 숙지하라고 해서 그게 원할하게 이루어질리는 없다.

 교육부에서는 당연히 상황을 인지하고 급별로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일반적인 수업 재구성도 길게는 1년 짧게는 한학기는 꼴아박고 말아먹기 마련인데 온라인 개학이 잘 될리가. 많은 교사들이 나몰라라 온라인 수업을 대강 처리할 것이고, 당연히 많은 학생들도 나몰라라 온라인 수업을 대강 듣는 시늉을 할 것이다. 속이 타는 학부모만이 뒤에 남아 아이과 싸운다.


 학교가 아이의 온라인 개학에 맞춘 관리방안을 내야 한다. 학생들의 관리는 결국 학교의 책임이고, 학교의 관리 가 사실상의 강제력으로 작용하여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학생들이 개학했을 시에 학교생활에 적응을 더 잘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교사의 업무를 경감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마찰도 줄어들 것이다. 비가 올 때 빨래를 걷지 않으면 나중에 빨래에서 걸레 쉰 냄새가 나는 것처럼, 제때의 적절한 조치는 특히나, 교육에선 필수다.


 앉아서 간단하게 설명글과 양식을 작성했다. 그리고 학교 부장들이 모인 회의용 단톡방에 보냈다.


 부장교사들이 이 방안에 동의한다면 우리 학교에서 위 대책이 시행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시행되지 않는다. 내가 짐작하기에는 고3은 몰라도 고1,2에선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방안이고, 이것을 교사들이 제출받아 상담 및 출결확인자료로 쓴다면 온라인학습의 느슨함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양식의 경우, 교사의 업무 부담과 학생들의 작성의 귀찮음을 덜기 위해 최대한 간략하게 짠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프린트가 없어도 기록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그냥 할까? 안 그렇다. 내 관점에선 이런 방안이 "회의"를 통해 시행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긴 일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교육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고 무엇이라도 수를 내서 누수를 막아야 할 시기인데 이런 간단한 조치조차 학교가 쉽사리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부모들 입장에선 이러한 대책을 시급히 요구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학교를 믿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학교에 연락을 넣어서 학생들의 온라인수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수업은 어디까지나 교사의 몫이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온라인학습을 관리하게 된 여건이지만, 교사의 몫, 교사가 할 수 있는 분량의 부담까지 질 이유는 없다.


 학교에 위와 같은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오프라인 전면 개학 때까지, 학교가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간략하고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진로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에까지 가정에서 학교의 조력이 미칠 수 있는 안을 학교는 내야 하고, 학부모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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