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반 서서 주방일 한 사람...
그것은...부추...로 시작이었다...부추...장모님께서 주신 부추...
한 3주 전에, 처가에서 장모님께서 싸게 샀다며 부추를 주셨고...나는 부추를 열심히 먹었다. 열심히 먹었는데...부추가...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았다...부추...부추는 맛이 있지만...그렇다고 부추가 메인 메뉴가 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부추 무침을 해도...삼겹살이랑 먹어야 할 것 같고...아니 그것도, 부추 무침은 애초에 그때 그때 해먹어야 하는데 이 많은 부추를 언제!...
부침개도 정도껏이다...더 이상 부침개를 먹을 순 없었다...그때!
만두. 만두를 만든다. 그렇다면 이 많은 부추 따위 한컷 아니 한방! 이라는 생각에, 나는 냉동실에 있던 돼지 뒷다리 고기를 꺼냈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만두를 해야지. 만두를 빚어먹은 게 지난 설이니, 한참이어도 너무 한참이 지났다. 부추와 대파, 돼지고기면 땡이다. 냉동실에 만두피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나의 또라이 기질이 어김없이 발동했다.
만두에는 두부지. 그런데 두부도 괜찮은데, 이왕이면 비지는 어떨까.
정신을 차렸을 땐 3년전, 엄마에게 받은 콩을 통에 담아 물을 붓고 있었다. 그러라고 받은 콩이었다. 불려서 갈아서 먹으라고. 그런데 손이 가다보니 잘 해먹지 못했다. 이번이 두번째야 세번째야. 그냥 마트에서 두부 사면 되는데 왜 이런 미친짓을 하느냐...대체 왜...왜 미친짓을 하는 것일까...생각은 들었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냉장고에 통을 넣어두고 잠에 들었다.
만두를 만든 것은 3일 뒤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로 달려가서 제일 먼저 콩을 꺼냈다. 3일이나 불리다 보니, 미리 상항 콩을 골라냈는데도 여기저기 상한 콩이 많이 눈에 띈다. 너무 오래 불려서인지 더 까매진 콩도 있다. 모조리 골라내고 골라낸다. 그리고 끓인다.
보글보글...3분...4분...풋내가 가시면, 이때쯤. 소금은 딱히 넣지 않았다. 안넣어도 되는 것 같다.
최근 터널 증후군이 온 것인지 손목과 손등 사이 줄기가 좀 아프다. 콩 껍질을 벗기려니 더욱 아픈데...어쩔 수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안벗겨지는 건 굳이 골라내서 벗겨내지 말고 대충 하라는데, 그러긴 싫었다. 최후의 한 알까지 일일이 손으로 벗겨냈다. 그 과정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튄 콩을 정리하면서, 콩 껍질 벗기는데만 오로지 20분은 쓴 것 같다. 그러나 덕분에 흠집 있는 콩 반쪽은 버리고 남은 멀쩡한 반쪽은 살리는듯,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아니 내가 먹는 거 맞지. 내가 먹는 거니까 정성을 다해 콩 한.쪽.한.쪽. 다 골랐다. 진짜 뽀오오오오오오얀 콩들만 남았다.
그리고 믹서에...갈았...는데!
왜 성공인거지? 왜? 왜 나 안망했지? 멀끔한 비지가 나와버렸다. 작은 믹서기라 제대로 갈아지지 않아서, 절구에 빻은 정도의 입자가 나왔지만 비지를 만들었다. 만들어버린 것 같다. 새로 꺼낸 순면 100% 면포에 두유를 짜내고 난 비지를 탈탈 털어서 볼에 담고 바깥양반을 불렀다.
"바깥양반 이리 와봐."
"왜?"
"마셔봐. 이거 방금 내가 두유 짠거야."
"오."
"맛있어? 두유 같애?"
"어 신기하네."
"오오."
벌써 한시간 넘게 뻘짓을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 어려운 과정이다. 만두 속을 이제 만든다. 돼지고기는 맞춤하게 해동됐지만, 이걸...칼로 다져야 한다. 손목 아픈데...대략 200그램은 넘는 분량이다. 일을 벌리고 보니 꽤 많은데...비지와 고기가 1:2 정도로 고기가 많다. 그리고 비지의 입자가 곱지는 않다. 어떤 맛일까? 그래도 궁금하다. 칼질하는 손목이 쑤시지만 참고 열심히 고기를 칼로 다진다.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스으윽 탕탕탕탕탕탕탕탕탕 스으으윽 탕탕탕탕탕탕탕탕 바깥양반은 쌀밥충이라 따로 곰탕을 조금 사왔다 탕탕탕탕탕탕탕 스으윽 탕탕탕탕탕탕탕 그래서 엄마가 주신 양지를 삶아서 고기국물을 탕탕탕탕탕탕탕탕탕 스으윽 탕탕탕탕탕탕탕탕 지금 두시간 가까이 우리는 중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만두 빚고 나서 탕탕탕탕탕탕탕탕 스으윽 탕탕탕탕탕탕탕탕탕 양지를 자르고 사 온 곰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이랑 섞을 예정탕탕탕탕탕탕탕탕탕
...다됐다...그런데 이제서야 이야기하는 거지만, 나는 냉동실에 비지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작년에 두부식당에서 받아와서 잘 모셔놓고 있다. 그러나 그걸 쓰지 않은 건, 이 미친짓을...굳이 한 건...비지를...굳이 만든건...그냥...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섞고, 버무리고, 해동시킨 만두피를 뜯었다. 냉동기간이 길었는지 만두피 테두리가 말라붙어있다. 자연해동을 시켰으면 나았을까. 아침에 만두피를 꺼내뒀어야 하는데. 아니면, 오는 길에 마트를 들렀어야 하는데.
그런데 그 와중에 만두속이 때깔이 참 곱다. 간장에 참기름, 마늘소금으로 대략 간을 했다. 그리고 빚어낸 만두들은 바로바로 후라이팬에 올린다. 기름은 미리 둘러두었다. 뚜껑을 덮고...양지를 꺼낸다. 그리고 잔뜩 어질러진 주방을 치우며 설거지를 한다.
아차. 조금 탔다. 그리고 그 맛은...
뻑뻑해!!! 군만두를 만들면 안될 것 같다. 남은 만두속은 쪄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