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와 구분, 실천과 탐구의 구분
진로특기사항은 많은 담임교사들의 고민거리다. 일단 바이트 수가 많다. 동아리가 1500바이트인데 진로는 2100바이트. 물론 이것은 진로희망에 매년 직업이나 학과 한가지씩 적던 것을 폐지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배려하는 등, 정책의 맥락이 있지만 일단, 그 분량이 행발보다도 많고 과세특보다도 많다.
둘째로 진로활동을 내실 있게 하는 학교 자체가 드물다. 진로 특기사항을 기재해줄 담임교사들에게 아이들의 성장기록을 개별화 기재해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보통은 담임교사가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이런 저런 활동을 긁어모으도록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므로, 자기 스펙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아이들 외에는 텅 비기 일쑤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쨌든 알림받은 창체 계획표에 진로활동이라고 적혀있고 담임이 와서는 뭐라 뭐라 하니, 그것으로 어떻게 생기부가 적힐 줄 아는 것인지, 그냥 멍하니 1년을 보낸다.
셋째로 동아리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동아리도 진로 활동 중심으로 기재되고, 진로활동도 진로로 꾸려지니, 아이들은 매 한가지의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여기 저기 써달라고 하는 일이 생긴다. 담임 교사 입장에선 일단 동아리 특기사항을 다 마쳐놨더니 그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훨씬 많은 인원의 진로활동 기재가 닥쳐들고, 부족한 근거로 동아리와 다르게 써주려니 고민이 생긴다.
한가지씩 이야기해보자. 첫번째 문제는 그저 분량일 뿐이니 해결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먼젓번의 동아리의 경우 3가지 활동으로 내용을 구성했으니, 여기에 하나를 더 하는 거 정도면 200자 추가는 쉽게(?) 해결된다.
두번째 문제는 학교 단위에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창체 담당자로서 2013학년도부터 전체 교사들이 진로강좌를 개별 개설하여, 학생들이 동아리나 방과후수업처럼 원하는 진로강좌에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교사가 1인당 15명 내외의 학생들을 20시간 가량 진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내용을 각 교사가 생기부에 적어 담임교사에게 전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래서 중간에 학교 내부 협의에 따라 2년 정도 없애보기도 하다가, 부작용이 너무 커 올해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마침 자율동아리가 폐지되어 생기부 기재가 빠졌으므로, 학생들 입장에선 자율동아리 활동을 똑같이 하고 그것을 진로특기사항에 적는다는 감각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들의 진로활동은 일반적으로 담임교사 1명이 지도 학급의 25명에서 30명 되는 학생들을 모두 한꺼번에 지도해서 그것을 생기부에 개별화하여 적는다. 이 경우 담임교사가 일단 할 일이 없다. 상담을 하면서 개인 진로활동 내용을 아이들에게 받아 기재해주는 식인데,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애들이 해오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나는 모든 교사들이 진로강좌를 따로 개설해서, 자기 주제를 갖고 진로활동을 지도한 다음에 그것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가는 이런 기획이 우리 학교에서 성공한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이런 활동을 위해서는 누구 한사람이 전교사의 진로활동 계획을 받아 편성하고, 학생의 신청을 받아 배정하고, 그 결과를 학급에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을 진로부장이 아닌 창체담당인 내가 했다. 산을 옮기려면 누군가는 곡괭이를 메고 들어가야하는 법이다. 두번째 이유는 담임교사 개인이 학급 전원의 진로특기사항을 적는 것보다는 부담임을 포함한 전교사가 진로활동을 지도하고 생기부를 기재해주면 담임교사의 부담이 1/2로 줄기 떄문이다. 기본적으로 담임을 비선호하고 비담임을 선호하는 학교 풍토에서 이런 메리트를 설명하는 것으로써, 비담임교사들의 반발은 줄이고 담임교사들의 환영을 이끌어냈다. 바로 이 점이 우리 학교에서 진로강좌가 없어졌다가 2년만에 부활한 이유이기도 하다. 담임교사들이 가장 원하고, 실제로 내용적인 면에서도 훨씬 좋은 방식이다.
세번째 문제, 동아리와 구분이 어렵다는 점인데 먼젓번 동아리 기재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쓸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나는 앞서 동아리 기재에 대한 글에서 아래와 같이 내용을 구성했다.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예인 가십 뉴스가 나온다는 댓글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배경), 뉴스의 진실성에 의문을 품고(문제의식) 어떻게 뉴스가 생산 및 유통되는지 탐구하기 위하여 동아리에 입부하였으며(탐구 주제)"
"'타임라인'이라는 활동을 고안하여, 연예인 가십 뉴스가 터지기 전 2주일 간의 정치 사회 뉴스를 모아서 함께 제시하는 활동을 친구들과 함께 함.(모둠활동) 특히 뉴스 검색 기능을 이용해, 특정 키워드에서 어떤 뉴스가 가장 많이 발행되었는지를 비교해서 함께 제시하는 창의력과 분석능력을 보였음.(개별화+특성)"
"더 나은 언론 만들기를 목표로 미디어감시활동에 관심을 갖고, 옴부즈맨 단체와 프로그램들을 찾아보았으며, 그를 토대로 직접 나쁜 언론기사 알리기 활동을 수행하여, 매주 한가지씩을 골라 자신의 SNS에 비판적 평가와 함께 공유하였고, 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언론감시활동이 무엇인가 고민함."(메이커 활동)
"그간의 활동을 통해 성숙한 언론관을 토대로 언론비평문을 작성하여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함.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가 차츰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좋은 댓글이 달렸던 경험, 악플에 놀랐던 경험을 친구들에게 말하며, 언론 및 매체의 기능과 악영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드러냄."(심화활동+성취수준)
이제, 이것과 차별화된 진로활동은 어떻게 기재할 수 있을까? 세번째 질문에 답을 하면서, 첫번쨰 질문인 2100바이트의 문제도 같이 풀어보자.
일단 진로활동을 동아리와 구분하기 위해 나는 동아리는 실천 중심으로, 진로활동은 탐구 중심으로 컨셉을 잡았다. 그 이유는 동아리가 본디 학생의 자유로운 활동을 권장하는 교육과정이며, 그에 비해 진로활동은 진로교사의 주도 하에 담임교사들이 협력하여 수행되게 되어 있다. 자연히 활동보다는 탐구가 중심이며, 이를 조력하기 위해 진로교재를 학교에서 구매해서 학생들에게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실천활동보다는 학술활동 중심으로 진로특기사항 기재를 한다는 컨셉으로, 나는 학종 평가자인 대학교수나 입학사정관이 익숙한 포맷으로 구성했다. 예시는 언론학이다.
"왜 기자를 '기레기'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연구질문)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대중과의 관계를 알기 위하여(연구 주제) '여론 읽기의 혁명'(손석춘)과 '대화'(리영희),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윤리'(톰 로젠스틸) 등 언론 관련 도서를 탐독하고(이론적 배경) 다양한 언론인 인터뷰를 읽어보고 지역 언론인 인터뷰를 수행함.(연구방법)
위는 전형적인 논문의 전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질문, 연구주제, 이론적 배경이 되는 도서들과 연구방법으로 구성하면, 일단 동아리 특기사항 기재와 차별화할 수 있고 학종 평가자들도 직관적으로 학생의 진로활동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아 좀 아는 교사가 썼구나."라고 생각하고 수월하게 나머지 분량을 읽어내려갈 수 있다.
언론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나라의 언론산업의 수익구조가 매체의 정직성이나 신뢰도보다는 클릭수에 따른 광고매출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알아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언론이라는 형태의 사회운동 및 언론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 해당하는 언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실천방법이 있는지 탐구함.(연구결과)
또한 비판적 언론읽기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필수적이라는 여러 문헌을 통해 고찰하고, 우리 학교교육에서 미디어 읽기나 언론 윤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른 나라의 사례와 함께 탐구함.(연구방법2)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단계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활발하여, 민주시민의 소양으로 청소년 인권, 노동 인권, 언론에 대한 이해와 언론 윤리를 교육한다는 점을 알고, 우리 나라에 민주시민교육이 여러가지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되고, 이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키로 함.(연구결과2)
연구방법과 연구결과는 단계적으로 심화해나가는 구성을 취했다. 학생들이 자기 진로, 자기 연구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깊이있는 논의로 확장되어나가는 구성이다. 위 사례에선 먼저 기레기라는 현상에 대한 설명에 대한 답을 중립적으로 기술하였다. 그 다음으로 기레기가 넘치는 사회에서 민주시민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점에서 국제비교연구를 수행토록 하고 그 결과를 기술했다.
우리 사회에 부재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및 언론윤리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미디어워치 활동을 직접 수행해보고 결과를 진로활동 발표회에서 설명함. 언론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왕이나 정부를 위하여 홍보나 공고, 중요한 정보 전달의 역할만을 수행했었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유주의 시대에는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언론의 극단적 자유를 추구하였으며, 이런 점이 비판받자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깨우치게 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를 영화 '더 포스트',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생생한 사례와 구체적 영상자료로 설명함.(진로탐색 실천활동 및 성취수준)
마지막, 언론에 대한 탐구를 수행했으니 진로탐색 실천활동 및 성취수준이다. 즉 대학 교수가 학술적 성과를 토대로 자신의 실천활동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학생이 얻어낸 진로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토대로 실천활동을 수행토록 하였다. 여기에 학교 축제와 보통 병행되거나 하는 진로발표회를 넣고, 아이들이 진로발표회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한번 모아서 보도록 하자. 바이트는 2200바이트 가량이 나온다.
왜 기자를 '기레기'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대중과의 관계를 알기 위하여여론 읽기의 혁명'(손석춘)과 '대화'(리영희),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윤리'(톰 로젠스틸) 등 언론관련 도서를 탐독하고 다양한 언론인 인터뷰를 읽어보고 지역 언론인 인터뷰를 수행함. 언론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나라의 언론산업의 수익구조가 매체의 정직성이나 신뢰도보다는 클릭수에 따른 광고매출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알아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언론이라는 형태의 사회운동 및 언론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 해당하는 언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실천방법이 있는지 탐구함. 또한 비판적 언론읽기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필수적이라는 여러 문헌을 통해 고찰하고, 우리 학교교육에서 미디어 읽기나 언론 윤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른 나라의 사례와 함께 탐구함.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단계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활발하여, 민주시민의 소양으로 청소년 인권, 노동 인권, 언론에 대한 이해와 언론 윤리를 교육한다는 점을 알고, 우리 나라에 민주시민교육이 여러가지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되고, 이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탐구키로 함.우리 사회에 부재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및 언론윤리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미디어워치 활동을 직접 수행해보고 결과를 진로활동 발표회에서 설명함. 언론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왕이나 정부를 위하여 홍보나 공고, 중요한 정보 전달의 역할만을 수행했었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유주의 시대에는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언론의 극단적 자유를 추구하였으며, 이런 점이 비판받자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깨우치게 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를 영화 '더 포스트',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생생한 사례와 구체적 영상자료로 설명함.
정리하자면, 먼저 연구질문, 연구주제,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을 소개하고 그에 따라 연구결과 1을 도출한다. 연구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연구질문을 품게 되었으니, 그것을 설명하고 해답을 기술한다. 이렇게 얻게된 진로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실천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소개한다. 마지막에 영화들을 소개한 것은 실제 학생들이 할 법한 내용이기도 하고, 이런 접근을 취하면 단지 공부만이 아니라 그것을 알리는 데에도 고민을 했다는 점을 설명한다.
흔히 진로특기사항에 쓰는 일회성 내용보다는 이렇게 절차를 갖추어 심화하고 그 결과 활동을 이끌어내는 게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기재방식이 될 수 있다. 분량도 금방 뽑혔다.
진로활동의 경우에도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학년별로 구성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취해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일단 학교가 도와주지 않는 한, 이런 방식은 교사 개인의 노력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므로 굳이 학년에 따른 내용전개를 구분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있는 교사라면 나 자신이 이런 방안을 실천하고, 아이들이 진급해서 좋은 교사를 만나길 바라길 빌면 될 것 같다. 만일 우리 학교에서 내가 했던 작업처럼, 진로활동을 일원화해서 학생들의 개별화 성장기록이 뽑혀나올 수 있는 체제라면, 우선 학교의 각 교사들이 내실 있는 생기부를 쓰도록 함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 2,3학년 교사들이 1,2학년의 진로특기사항을 보면서 이보다 심화한 연구질문과 연구주제, 연구방법과 연구결과를 전개해 나가면 될 것이다.
대학교수나 입학사정관들이 하는 생업이 연구질문을 뽑아내서 그 답을 찾는 것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1학년 때 하나의 연구질문, 2학년 때 하나의 연구질문, 3학년 때 하나의 연구질문을 차근 차근 탐색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한 학생들이 지망하게 되는 전공의 세부 분야로 질문들이 확장해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언론학을 예로 들자면 처음엔 미디어 윤리로 시작했으니,PR이론과 미디어제작으로 확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런 방식을 취했을 때 동아리와도 확연히 차별화된 기재가 가능하다. 위의 동아리와 진로 특기사항을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