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틀 편>16+1 잘쓰는 법

이건 교사 교과 중심.

by 공존

우리학교는 2021년도에 16+1 학교자율과정을 실시했다. 당시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교사들의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반발도 많았다. 그럼에도 교육과정부장은 교사들을 설득했고, 자신이 교사들의 비난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추진해나갔다. 그 해에는 우리 지역에서 16+1 학교자율과정을 시행하는 학교가 소수였지만, 2022년, 이듬해가 되자 우리 지역의 거의 모든 학교들이 이것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이 교육과정 프로그램은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6+1 학교자율과정이 뭔지를 설명하기 전에, 그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 학교의 사정을 설명했다. 교사들이 반발은 했지만 안할 수 없이 다들 한다.


16+1은 17을 "수업하는 16주"와 "자율운영하는 1주"로 나눈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1년의 수업 시수는 190일 가량이다. 주5일제이므로 5로 나누면 38주.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학기마다 두번씩, 4주를 뺀다. 그럼 딱? 34주. 1,2학기 각각 17주가 나온다. 각 학기당 17주 동안에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2주씩은 시험을 보는 것이 기본 운영이다.


그런데 문제의 17주차, 기말고사 이후가 문제다. 이때는 아이들이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교사도 마찬가지려니와 수업을 통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낭비되는 시수가 해마다 3,4주는 되니, 교육부에서 묘안을 냈다. 그 "노는 1주"를 수업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과 수업을 운영하도록 하고, 그것을 생기부의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일반적으로는 쓸 일이 거의 없는 란이다. 과거 외부 스펙 경쟁이 심할 땐 썼을까? 지금은 생기부 기재에 제약이 많이 가해지면서 더욱 쓰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16+1을 학교에서 운영키로 하면, 이 1500바이트의 공간이 새로 열린다. 그것도 교과 중심의 기재 영역이 열리니 학교 입장에서는 학종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너도 나도 하겠다고 나서면서도, 막상 "어차피 애들 성적확인하고 교사들 생기부 쓰는 시기인데 뭐하러 이런 걸 하느냐"고 따지는 교사도 있는 것이다.


어쩄든, 설명은 된 것 같다. 학종을 위한 따끈따끈...하지는 않은 신상, 16+1도 잘쓰는 방법이 있을까?




운영의 원칙 상 16+1의 경우 정규교과 시간을 자율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교사들이 교과의 특성에 맞게 1주간의 활동을 구상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다. 정규수업이므로 일단 시수에 맞게 국어 4시간짜리, 영어 4시간짜리, 국사 3시간짜리, 이런식으로 단기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방법이 교과에 부담이 적다. 그러나 이는 1500바이트르 여러 교사들이 나눠서 써야 하므로 실익이 없다. 다들 서로 떠넘기려고 할걸? 우리 학교는 이것도 동아리처럼 헤쳐모여 방식으로, 교육과정부장님이 아이들의 선호 교과와 희망 진로를 설문조사하고 그룹을 임시로 만들어, 교사가 그 모둠을 지도하도록 했다. 그러면 한 교사가 1주, 30시간의 활동을 지도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퇴보한 안으로, 학급담임이 15시간을 자율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다.


그럼 어느 미친 담임이 그걸 15시간짜리를 짜서 아이들을 굴릴까? 다들 영화나 틀어주거나 책 보고 감상문 적어서 내라고 하지. 그러나, 세상엔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더라도 꿋꿋하게 계획을 짜고 추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는 그에 따라 "영어+사회적경제"라는 교과와 주제를 융합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부담임으로 들어가는 학급의 담임선생님에게 나의 계획을 전달했다.


학생들에게 먼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강의를 진행하고, 내가 따로 교육청 사업에 공모하여 받은 400만원의 예산으로 커피 로스팅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초보적인 재료들을 마련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를 먼저 학습시킨 다음, 공정무역이나 생산자활동 등의 이슈가 있는 커피에서 교과 주제를 융합해서 활동을 시키도록 했다.


교육청 예산까지 받아가며 활동을 진행한 것이라,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볼 순 없지만 우선 "좋은 성과물"을 참고해서 자신의 16+1 지도에 참고하도록 하자, 내가 예산을 받아 집행한 것은 2022년의 활동이고, 2021년의 경우 예산 없이 아이들에게 진로탐색활동을 시켰다. 그것도 함께 설명하도록 한다.




사회적경제 및 소비자 생산활동이라는 주제를 탐구하여(교육과정 기술) 개인의 노력으로는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 극복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말하며 그 이유로 여러 사람의 실천이 모여서 전체의 실천으로 바꾸지 않으면 단지 한 사람의 노력은 양심의 수준에 머문다는 점을 밝히고, 만약 실천이 크게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작은 실천일 수 없다고 주장함.(구조화 질문과 응답)


위는 교육과정 기술과 구조화 질문 및 응답이다. 아래의 설문지가 학생들에게 제공되었다.

https://forms.gle/f1H4KLetm6GoxRWG6


16+1은 교사 주도의 활동이며 사회적경제는 내가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고른 주제다. 아이들은 사전 정보 없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므로, 이처럼 강의와 병행된 구조화 설문을 배부하고 회수하는 게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설문지를 받아서 생기부를 기술하는 것도 쉽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젖은 삶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성찰하고, 그 배경으로 자신이 직접 자본주의적 공세에 타격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 점을 성찰해 보고, 그 대책으로 올바른 자본 거래, 즉 공동체의 룰을 익혀가며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함.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유명한 메이커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닌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지출을 하고,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갖추었다면 그 제품을 주위의 친지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이라고 제안함.(자본주의에 대한 성찰)


위에선 성찰과 실천이 중심되게 기술되었다. 설문지는 아래의 것이 활용되었다.

https://forms.gle/mn9FVJodVgg2od8R9



자본주의에 대한 이런 비판적 태도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하여 커피를 로스팅해 드립백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소비자의 생산활동 참여가 갖는 의의를 알고, 개인의 실천의 의미와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깊이 숙고하게 되었다는 점을 감상으로써 밝힘.또한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카페인 섭취와 운동효율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 계획을 밝힘. (로스팅 실습+교과탐구:체육)


위 학생은 체육과 지망 학생이라서 교과 관련 기술은 무척 짧다. 작년 2022년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수행된 16+1의 특기사항을 소개하는 것이라, 다른 진로의 학생들 사례를 소개하지 못하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이 분량도 1500바이트는 된다. 다른 진로의 학생들의 경우, 교과 탐구 내용을 늘리고 위의 구조화 질문과 응답의 분량은 짧다.


다만 다른 교과의 학생들의 사례를 설명하자면, 수학 진로 학생이라면 로스팅 반복 시행의 수치들을 가지고 수학적으로 통계를 해볼 수 있다. 몇 그램, 몇분, 몇도에서 로스팅을 하느냐 등을 통계 냄으로써 커피에 대한 종합적 수치를 제공할 수 있다. 미술 및 음악 교과 연계로는 커피에 대한 예술작품 및 음악을 소개하고, 커피의 이름을 붙이거나 음악과 큐레이션하는 내용으로 기재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내용을 연계해낼 수 있는 교사의 창의력이다.


다시 모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사회적경제 및 소비자 생산활동이라는 주제를 탐구하여 개인의 노력으로는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말하며 그 이유로 여러 사람의 실천이 모여서 전체의 실천으로 바꾸지 않으면 단지 한 사람의 노력은 양심의 수준에 머문다는 점을 밝히고, 만약 실천이 크게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작은 실천일 수 없다고 주장함. 더불어 자본주의에 젖은 삶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성찰하고, 그 배경으로 자신이 직접 자본주의적 공세에 타격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 점을 성찰해 보고, 그 대책으로 올바른 자본 거래, 즉 공동체의 룰을 익혀가며 윤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함.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유명한 메이커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닌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지출을 하고,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갖추었다면 그 제품을 주위의 친지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이라고 제안함. 자본주의에 대한 이런 비판적 태도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하여 커피를 로스팅해 드립백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소비자의 생산활동 참여가 갖는 의의를 알고, 개인의 실천의 의미와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깊이 숙고하게 되었다는 점을 감상으로써 밝힘.또한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카페인 섭취와 운동효율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 계획을 밝힘.



우리 학교에서도 16+1을 운영은 했는데, 교사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학생들의 생기부 기재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교사 잘 만나서 저런 생기부를 갖고, 어떤 학생은 교사 잘못 만나 복붙 생기부를 갖게 된다는 것은, 굉장히 비극적인 일 아닐까. 학교교육과정에 교사들의 협력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학교장이 생기부에 대하여 헌신을 보여야 한다.


2021학년도에는 이처럼 예산을 써서 실습활동을 진행하지 않고, 모둠 진로탐색활동을 하고 발표를 하도록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교자율과정 영어+사회 과정에 "세계화 및 글로벌 상호작용 연구" 주제로 참여하여, 세계화의 역사와 그것의 부정적 영향, 세계화와 국제화의 차이점을 탐구하고, OOO의 장단점으로 OO OO의 발달, 다양한 OOOO, 각국 OOOO의 발전 및 새로운 OOOO, 개발도상국의 OOO OO, 국제수준의 OOOO 등 다양한 문제를 모색하였으며, OOO의 장점을 자신이 여러가지 누리고 있는 반면, 수반되는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하기로함. (활동1 : 세계화 및 국제문제)


학교자율과정 주제탐구활동으로 "한국인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는 이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하였으며, OOOOOO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의 유사성을 통해 OOOO로서 OOO OOO을 갖고, 그들에게 우리가 OO OOO을 실천할 때 우리 OO의 OOO가 상승함은 물론 OOO 측면에서도 OOO OOO가 있으며, 최근 OOO 화두로 떠오른 "OO OOO" 개념을 결론으로 제시함. (활동2 : 사회 이슈(


"한국교육과 청소년의 문제"라는 글쓰기 활동을 통해 12년간의 학교생활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전세계 최악의 학업에 대한 무력감과 트라우마를 심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OOO의 과도함, 부족한 OOOO, 공부를 아무리 오래 해도 경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원인으로 제시함. (활동3 : 자기 문제)


2021년의 위 작성 사례는 2022의 작성사례에 비하면,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특기사항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학교자율과정"이라는 문구가 없으면 이것은 단순한 동아리 활동과 다를 바가 없다. 그에 비하여 2022년에는 확연하게 개성이 드러나고 교과 특성도 설명되고 있다. 전년도의 생기부를 성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21년에는 나도 16+1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하고 준비도 짧았기 때문에 효과적인 활동 운영이 되지 않았다. 대신에 아이들이 직접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생생히 작성해주는데에 힘썼다.


생기부의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1,2학기 합쳐서 연간 1500바이트 밖에 작성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많은 분량은 아니다. 여기에 뭔가 알뜰살뜰히 넣어주려다보면 금새 칸이 꽉 차고 만다. 교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상당한 부담이지만, 의지를 갖고 하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 7월에 일주일 동안 15시간을 진행한 뒤 26명의 아이들 전원의 16+1, 최대 1500바이트 작성을 여름 방학 전에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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