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
-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 번호 031-XXX-XXXX나 010-XXXX-XXXX로 전화주세요^^
1교시 수업을 마치니, 올해 우리 지역의 중등교육 업무를 맡은 장학사님이 쪽지가 와 있다. 보통, 장학사에게 이런쪽지가 온다는 것은 업무상의 긴요한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관내 공개수업을 6일 앞둔, 금요일 아침의 나는, 자리에 앉아서 전화를 걸었다.
"네- 유O란 장학사입니다."
"네 장학사님 김영득입니다."
"아 네 선생님, 이번 공개수업에요, 사실 교육장님께서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허미
"어어...네 괜찮아요."
"네에 다른 선생님 수업은 제가 말씀을 못드려봤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괜찮다고 해주실 것 같아서."
오...오메
"아니 뭐 그냥 저야 할 거 하면 되니까."
"네 교육장님이 그날 일정이 있으세요. 그래서 마침 선생님 학교에 한번 방문하시고 싶으신 것도 있으셔서 겸사겸사, 그날 3시 40분쯤 먼저 관리자 뵙고, 잠깐 수업에 들어가실 수 있어요."
허허허허허
"네 준비하겠습니다."
"네에 선생님 감사해요."
"아뇨 고생 많으세요. 다음주에 뵐게요."
"네에-."
나는 3,4교시 수업을 앞두고 1시간의 공강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는 금요일에 창체가 있는 경우 금요일 일정이 조금 바쁘다. 겨우 1시간 공강인데...나는 다음주에 있을 수업 자료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공개수업 퀄리티의 커트라인이, 한껏 올라가버렸다.
식사를 하고 내려오니 내가 수업을 하기로 한 정보교실에서는 교감 선생님과 우리 부장 선생님이 같이 서서 둘러보고 계시다. 나는 마침 다른 보고할 거리도 있었기에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더니, 교감선생님은 날 보자마자 말씀하셨다.
"이거-는 괜찮을...야이 너는 왜 일을 키워서."
"허허허허허허허 아 아니 저도 그것이..."
아뇨 교감선생님께서어어어 저한테 그 사업도 신청해보라고오오오하려고 하려던 참이었다면서요오오오오
"교육장님도 오신다는데, 이거 괜찮을까요? 사람 몇명이나 와?"
"어어...한...15명 올 거예요."
아니요 최소한 20명 와요...나는 거짓말을 했다.
"다른 학교도 다 에듀테크 때문에 컴퓨터실 어지러운 건 비슷해. 짐 뺄 데도 없고."
"사람들이 시야가 가리지 않을까? 이쪽은 너무 좁은데?"
현재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크롬북을 학생 1인당 하나씩 배부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학교 입장에선 이 크롬북들이 담겨오는 박스조차도 혹시 몰라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충전기들에 메뉴얼들에, 그걸 뭐 상자 하나에 쳐막아둘 수도 없는 일이고.
그리고 현재 1학년들에게 배부하기 위해 크롬북을 위한 대형 충전기 겸 수납장을 정비중이라, 정보교실에는 작은 옷장만한 크롬북 함들이 앞뒤로 8개가 늘어서 있었다.
"제 제가 치울게요. 다음주에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여기 정리해두죠."
"치우는 건 해야지. 그런데 이쪽은 안돼. 어디 둘 데도 없고."
"방송시일..."
나는 정보교실 바로 옆 방송실로 손을 향해 가르켜보았지만, 교감 선생님은 고개를 흔들며 피곤하단 표정으로 답하신다.
"일단 다음주에 좀 봅시다. 정보부장이랑 얘기해봐야지."
"네네."
그리고, 오후엔 우리 전학공이 있는 날이었다.
내가 자원해서 공모 신청해서 담당하고 있는 2개 사업, 미래형 교과서 선도학교와 AI 활용 맞춤형 교육 시범학교의 지침에 따라, AI 활용 교육을 연구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해야 하고 나는 관심있으신 세분 선생님과 올해 같이 알아보고 있다. 사실, AI에 관심 있으신 선생님은 많지만, 담임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말은, 이걸 틀을 짜주진 말라고. 애들이 알아서 해야, 여기서 AI를 활용한 역량이다, 뭐 창의성이다, 이게 나오는 거지. 교사가 이렇게 영어 지문 가지고 이거 이거 과제 주고 그거 따라하면, 그건 그냥시험 문제만 만들어보는 거지, 무슨 창의성이 생기겠냐고."
"그래야죠 그래야죠."
우리 진로부장님은 올해 큰 아드님을 한성과학고에 입학시키셨다. 그런 탁월한 교육전문성을 가지신 양반이니 AI에 대한 나의 수업 계획을 공유드리니 바로 날카롭게 지적을 하며 내 공개수업을 도와주셨다.
나는 공개수업을 일주일 앞둔 어제 목요일, 우선 한글 10쪽짜리 수업자료를 만들어 둔 참이었다. 그 계획에 따라 두가지 수업 및 수행평가를 간단히 시연해보았고, 그 결과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재기되었다.
오 전학공 나이스야.
어쨌든, 나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또 바쁘게 살았다. 교육장님이 보러오신다 하고, 여기에 직접적으로 끼어있는 장학사만 세분이고, AI 활용 맞춤형 교육으로 관내에 공개수업 공문을 뿌리니, 초중 모두 오신다 하고,
아 혼란하다 혼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