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교육을 바꿀 희망일지도 모른다니까!"

실패할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꿈을, 아이들과 꿀 수 있을까.

by 공존

"이게 정말 교육을 바꿀 희망일지도 모른다니까!"


16+1 주제 융합 탐구 수업의 4일차, 내가 거의 하루 5시간의 커리큘럼을 모두 책임지게 된 날 아이들에게 교육불평등과 칸 아카데미에 관련된 영상을 보여준 뒤, 인공지능 활용 교육이 왜 사람들이 관심 갖는지 힘주어 말했다. ChatGPT, 대화형 인공지능, 발전한 기술이, 이번엔 교육을 바꿀지 모른다고. 이것이 희망일지 모른다고.


(물론, 나 자신이 그런 희망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상황을 조금 설명하자면, 기말고사가 끝난 뒤에 고등학교에서는 시간표를 조정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운영하고 그것을 생기부에 적을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 방안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개설했고 나를 무려 귀엽게 여기시는 우리 학교 진로부장님이 자문역으로 함께 해주시기로 하셨다.


“영득아, 나는 마지막에 아이들이 인공지능 활용 교육의 위험성을 알고 이걸 예방할 윤리헌장을 제정하면 좋겠다 모둠활동 토론하고.“


“좋죠! 그럼 인공지능으로 학술정보 찾아보고 지적 저작권 침해와 학술 분야에서의 인용과 출처 관리에 대해서 교육시킨 다음 윤리헌장 제정으로 마무리하시죠!“


여담이지만, 우리 진로부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강북지역에선 거의 가뭄에 콩나물 나는 수준으로 희박하게도 자제분을 한성과학고에 보낸 위인이시다. 그런 양반이시니 인공지능 등, 과학 분야의 최신 조류에 대해 빠삭하시다.


“애들아, 우리 교육은 공정하고 공평하니, 아니면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니. 한번 손?“


이 글을 읽으실 현명하고 사려깊은 민주시민분들께서는 대부분 예상하시겠지만, 아이들은 다수가 불공정 불평등에 손을 들었다. 당연하게도 부자들, 상류층은 집집마다 최고 수준 전문가들이 품앗이로 아이들의 미래 길잡이를 해주고 진로지도를 교환한다. 그에 속하지 못하는 압도적 다수는? 전문가들의 카르텔에 막혀 질 좋은 교육의 탈을 쓴 콩고물이나 겨우 냄새 맡아볼 뿐.


"그러니까 내 얘기는 애들아. ChatGPT가 그런 전문적인 학술정보 제시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어. 수시든 면접이든, 너희가 전문가에 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아이들이 수업 중 품게된 궁금증만 풀더라도 큰 진전이다. 물론 첨단 학술정보까지 찾으려면 전문적 학술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준비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의 몫. 다행히도, 우리의 일주일의 모험이 끝나갈 때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도달했고 그들은 마침내 논문 열람 사이트인 디비피아에서 전문 학술자료를 탐독하고, ChatGPT와 정규 학술 정보의 차이를 이해했다.


“쌤, 제가 논문에서 찾은 게 되게 포괄적인 정보인데 이걸 어떻게 소감으로 남기죠?“

“으흠…내가 할당해준 과제는 포괄적인 정보 속에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정보가 있음을 이해하란 거였다만…“

“구체적인 걸 찾긴 찾았거든요? 제가 찾던 게 답이 다 있는데 이걸 어떻게 소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이지, 하고 보니, 요 아이는 ChatGPT에 던진 질문들에 대한 보다 나은 답변을, 2쪽짜리 학술지 페이퍼에서 찾아냈다. 출처가 분명하고, 그러므로 근거도 보다 확실한 요약정보다.


"그래. ChatGPT보다 이런 식으로 학술자료 찾아서 더 좋은 답변 찾아냈네. 이건 되게 모범적인 거다."

"그럼 소감을 어떻게 써요?"

"지금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잖아. ChatGPT로 불분명하게 알던 것을 저자와 출처가 확실한 정보로 알게 되니까 더 좋지."


이 학생은 실제로 다음과 같이 소감문을 작성했다.


<게임 개발자가 필요한 능력,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준비 방법에 대해 학술지를 찾아보며 chat gpt가 제시한 방법들보다 조금 더 구체화되고 다양한 게임 툴, 언어들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중 unity라는 게임 개발 툴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었다. ai가 낸 답을 교차 검토하기 위하여 학술지를 찾아보면서 더 자세한 내용들을 확인하는 것 뿐만 아닌 생각보다 내 진로 분야에 관련된 재밌는 내용들을 더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고 나는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인공지능 활용 교육에 대해 아이들과 탐색했다. 다양한 과제를 부여했고, 아이들은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중에는, 우리가 어떻게 지혜롭게 대화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을 얻어낸 아이도 있었다.


<챗gpt를 활용하여 조사하는 방법은 빠르고 쉽게 자료조사를 할 수 있지만 정확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정확하게 질문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다. 반면 직접 논문 조사를 하는것은 내가 원하는 논문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논문에 정말로 내가 원하는 내용이 들어있는지 검토하는 단계까지 거쳐야 하므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근거 있는 말이라는게 보증되어 있고 논문을 쓴 사람을 밝혀 저작권이 보장되어 있는 글이라는 점이 논문과 기사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둘을 비교해보니 장단점이 확연히 공존하는 것 같다 따라서 하나의 방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두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료조사를 하는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쩌면 이것이 희망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분한 기대라거나 현재의 철옹성과 같은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외면하며 갖게 된 생각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에 성찰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ChatGPT로 손쉽게 무언가를 해결해오던 아이들은 마지막 과제로 학술정보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논문까지 살펴보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꽤 열심히. 한시간 이상 집중해서. ChatGPT가 가진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안적 실천으로 말이다.


앞으로, 이러한 교육적 노력이 나 개인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지속될지 현재로선 불분명하지만(교사는 혼자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수행평가조차 협의가 필요하며 반대에 부딪히면, 못한다.) 희망이 있다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어떤, 희망이라도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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