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 새우와 남해 특집
남해에서 멸치와 보리새우를 사 왔다. 한 박스에 4만원. 박스에 쓰여진대로 1.5kg보다는 묵직한데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미조항에서 식사를 한 뒤에 주변을 한바퀴 걷다가, 온 김에 남해 멸치로 반찬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 나도 바깥양반도 동의했다.
요 멸치볶음은, 아기가 잘 먹는다. 원래는 염분 식사를 시작하면서는 장조림과 멸치로, 식사 거부를 초장에 잡으려고 했는데 기묘하게도 장조림은 먹질 않고 멸치볶음으로 주로 밥을 먹었다. 헤힝. 장조림이 더 공들여 만든건데.
남해 마지막날 시장에서 보리새우를 사러 갔더니, 잔새우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냥 조금 일반적인 건새우 사이즈를 사왔다. 그 뒤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용케도 딱, 건새우가, 보리새우가, 국산이, 잔새우 사이즈로. 반가워서 바로 한 봉지 샀다. 사는 김에 아몬드편도 샀다. 그리고 이걸,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운 뒤 볶기 시작했다.
건어물이라 아무래도 이물질이 있을 수 있다. 멸치볶음을 할 때 손이 많이 가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조금, 바삭해지도록 볶으며 이물질을 걸러내게 되지만, 맛은 좀 아쉬워지겠지. 새우와 멸치를 볶으며 하나 둘 입으로 가져가본다. 짜지 않고 달달한 게, 감칠맛.
올리브유가 떨어져서 없다. 카놀라유로 볶으면서 기름을 적게 쓰도록 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아몬드편을 넣은 후 간장, 올리고당, 물엿을 적절히 넣어서 마무리 한다. 물엿이 들어가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래서 큰 뭉치로 뭉쳐버려서, 먹기가 어려울 뿐더러 그걸 떼려고 하면 튀기도 제법 튄다. 그러나, 물엿을 넣지 않으면 눅눅한 식감이 된다고 할까. 멸치볶음 그릇의 아래에 잠긴 올리고당 국물 속 멸치보단, 이렇게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유지되는 모습이 좋다.
그릇에 넣기 전에 한 입. 크으 감칠맛, 바삭함. 얼른 그릇에 담고 팬을 한번 닦아낸다. 바쁘게, 마늘을 다지고 기름을- 음...호박새우볶음이므로, 들기름!
약불에 들기름을 가열하여 마늘향이 배이도록 하면서, 애호박 두개를 잘라서 팬에 넣었다. 그러자, 불쑥 옆에 와서 바깥양반이 묻는다.
"호박은 왜?"
"호박새우볶음도 많이 먹잖아."
"어으."
"나 혼자 먹을 거니까 냅두세요-."
편식쟁이. 나는 호젓하게 호박을 계속 볶았다. 그리고 이번엔 남해에서 사 온 보리새우, 큰 놈을 냉장고에서 꺼낸다.
새우가 조금 크다. 이런 놈들을 집었다간, 세번 중 한번은 반드시 날카로운 새우 뿔에 손이 다친다.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이 새우를 쓰는 동안은 껍질이 부드러워지도록 최대한 다스리는 것. 새우 볶음을 할 때는 그래서 물이 양념에 거의 필수로 들어간다. 간장, 후춧가루, 소금에 이어 물을 자작하게. 자작한 상태에서, 호박이 노릇해지도록 볶는다.
마늘에서도 향이 충분히 배어나도록. 애호박도 충분히 부드러워지도록, 새우는 물렁해서 쉽게 입에 넘어가도록. 어릴 땐 이, 물을 넣고 볶는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를 못했다. 집에서 순대볶음을 만든 적이 있는데, 기름만으로 볶겠다고 무식한 짓을 했다. 적당히 수분이 있어야 제대로 볶아지는 걸.
새우를 하나 집어먹어본다. 야- 감칠맛. 이게 건새우지. 보리새우를 사오길 잘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게 건새우인데, 그 식감이나 향을 막 엄청 좋아하진 않는 편이라, 바깥양반이 좋아함에도 새우볶음을 해주지 않았다. 남해 여행 중 들른 식당에서, 바깥양반이 마늘쫑과 새우볶음을 맛나게 먹길래, 아 내가 너무 무관심했구나, 반성하며, 멸치를 산 김에 보리새우도 사, 반찬을 만들기로 한 게 오늘의 사정.
그래서 나는, 마늘쫑을 볶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들기름. 아 이 들기름이 사실 승전방앗간에서 사 온, 비싼 놈인데 이렇게 볶음에 쓰이는구나. 맑은 들기름이라 향이 부드럽다. 들기름은 값비싼 국산 맑은 기름인데, 주인공은 정작 중국산. 어쩔 수 없다. 아이를 보다가 시간을 쪼개 장을 보고 온 것이니까.
그래도 이 마늘쫑이 향이 아주 강한 것이 싱싱하고 좋다.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품질은 뭐. 한 입 먹어보니 입 안에 짜르르한 마늘의 매운 맛이 느껴진다. 쫑쫑 잘라서 소금과 볶는다. 그리고 미리 볶아둔 새우를 넣고, 본격적으로 볶는다.
보리새우를 넣고, 물과 물엿, 간장과 설탕을 넣고 휘 휘 돌린다. 마늘쫑이나, 호박이나, 새우나 멸치나 모두 각자 조미료로 쓰일만큼 감칠맛 덩어리들인지라, 이렇게 요리를 하며 한 입 두 입 입으로 가져가 간을 보는것이 퍽 즐거운 일이다. 웬만하면 밑반찬을 잘 먹지 않는 우리집이지만, 우선 아기 때문에 넉넉히 만들어둬야 하고, 이때처럼 멀리 여행을 가, 특산품으로 만드는 밥상은, 고되도 즐겁지.
그렇게 짜안, 하고. 밤에 만든 반찬들을 통에 탁탁 담는다. 전날 끓여둔 미역국에, 아이의 밥상을 차리고 우리는 (미국산)차돌된장에, 김치며를 꺼내 아침을 차린다.
우리가 아이를 등원시키는 첫 아침이다. 아이는 울며 우유를 찾다가 이내 포기하고 밥상에 앉았다. 그리곤, 김치를 먼저 찾는다. 나는 열무김치를 꺼내 쫑쫑. 아이는 미역국에 밥을 얌얌. 남해의 새우와 멸치, 그리고 강화도에서 사온 토하젓. 음, 오늘 아침은 새우 특집, 남해 특집인 것 같다.
아빠엄마의 등원과 아이의 연장보육. 새로운 시작, 그리고 여름의, 끝무렵이기도 하다. 아이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오자, 산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훅 옷깃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