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그건 일보다 밥보다 중요한 일이다.
일을 하다가도 누가 절에서 기부를 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 누구든지 회사일을 중단하고 거기에 참석한다.
보통은 미리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그날은 꼭 참석해 달라는 약속을 해놓지만 부랴부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한 번은 회사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도미니윈과 우나잉이 오토바이를 타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둘 다 정장 론지 차림이다.
자기 사무실 사람이 오늘 절에서 도네이션을 하니 별일 없으면 함께 가자고 한다.
우리에게 늘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니 마다할 수가 없어 따라나선다.
보통 신쀼의식, 단기 출가를 하는 행사는 왕자였던 석가모니가 출가를 한 의미처럼 집에 돈이 있건 없건 석가모니가 그러했듯이, 왕족의 신분처럼 가장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마을 사람들을 초청하고 악단을 불러서 절까지 행진을 하고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과 절에서 사는 학교 아이들과 스님 모두에게 음식을 접대한다.
돈이 없는 집안의 자녀가 신쀼행사를 해야 하면 넉넉한 집안에서 그 아이의 비용까지 다 내주고 신쀼의식을 치러준다.
그럴 때 절에서 출가를 하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음식을 차리고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
또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를 드리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 도네이션 행사를 할 수 있다.
미얀마 스님들은 오후 12시까지만 식사를 하고 이후에는 금식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 불교와 달리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드신다.
미얀마의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과 유사한 형태가 많다.
종교적으로 소와 돼지를 금기시하는 경우가 많아 닭과 생선을 많이 이용해서 조리를 하고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자 않는 염소고기가 가장 비싸게 팔린다.
염소고기와 닭고기 모두 우리나라의 찜처럼 간장과 고춧가루를 이용해서 조림형태로 만들어 먹고 사시사철 풍부하게 생산되는 채소를 데치거나 생으로 된장에 찍어먹는다.
미얀마 된장은 우리나라의 된장처럼 짭짤하고 멸치젓 같은 맛도 나서 한식밥상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민물에서 나는 메기도 고등어조림같이 푹 익혀서 졸여먹는데 비린내나 흙냄새도 나지 않고 아주 맛이 좋다.
한국에서 먹는 생선 매운탕은 가끔 비린맛이 나서 잘 먹지 않는데 미얀마의 생선음식은 맛이 좋고 부드러워 즐겨 먹는다.
도네이션행사를 할 때면 미얀마 정식을 잘 차려서 대접을 받으니 그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다.
몇 번 일을 하다 말고 도네이션( 기부)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그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고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시든 농촌이든 절에서 행사를 할 때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커피농장이 있는 마을 사람들의 노동력으로 먹고 사니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전통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학교와 직장에서 만약 그럼 참여를 해야 한다면 모두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뉴스에 나올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만 할까.
하루쯤 공부 안 하고 하루쯤 일 안 하고 멍 때리고 나무 밑에서 논다고 해서 뭐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더불어 살고 더불어 의지하는 그들의 삶이 나는 맞다고 본다.
코피 쏟으며 공부만 하고 과로에 쓰러지며 일만 하고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 말이다.
우리는 그래서 다 이루었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