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개인주의자인가요? 아니면 집단 주의자인가요?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by 커피홀릭

이 글의 시작에 앞서, 나는 개인주의자가 아니면서 동시에 집단 주의자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싶다.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현재 나의 행복 여부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친한 지인들과 하는 대화의 상당수는 '행복'과 '즐거움'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단주의와 연공서열에 의한 문화로 똘똘 뭉쳐진 한국 사회에서 오롯이 나의 행복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개인주의자가 아닌가 싶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대문화에 상당히 익숙한 사람이다.


TV에 나오는 생전 처음 보는 누군가의 가슴 아픈 사연에 혼자 청승맞게 눈물을 흘리며 휴지 한 통을 다 쓴다거나, 국가 유공자들이나 역사 속 누군가의 가슴 절절한 희생에 대해 들으며 그들의 숭고한 삶에 대해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현하고는 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나의 동생은 이런 나를 보며 '군대에 가면 정말 의리 있다고 칭송받을 스타일'이라며 나를 놀리곤 한다. 나의 지인 중에 내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우는 모습을 못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니 상당히 한국적인 '정'의 연대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내가 상황에 따라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집단주의적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이 책을 읽었다. 사실 '개인주의자 선언'이 우리 클럽의 토론 책으로 선정되기 이전에 이 책을 읽었고 이번이 두 번째 완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개인주의자인지 집단 주의자인지 정의하지 않았으며 정의할 필요도 느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자신을 개인주의자라고 스스로 지칭하는 저자에게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책을 읽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그에게 동의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의 생각에 반대하며 책을 읽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보다는 합리적 개인주의 문화를 지향하며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에 몰입하여, 저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이 두드러지며 서구의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가 주장하는 개인주의는 책에서 서술했듯이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기에 한국 사회의 여러 부정적 면모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며 '과연 개인주의 문화가 저자가 나열한 각종 상황들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책의 제목부터가 개인주의자 선언인 만큼,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망하는 서구 사회도 합리적 개인주의의 긍정적인 면모와 더불어 그 이면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격동의 사회현상들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않았던 극우 정당 소속 트럼프의 당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았던 영국의 브렉시트,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님비현상들, 그리고 현재 국제 사회 최대의 이슈인 난민 문제까지.


수많은 사건들이 거시적 측면에서는 집단 이기주의, 미시적 측면에서는 개인주의에서 비롯되어 우리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집단주의 문화가 이러한 모든 사건들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와 다른 서구의 합리적 개인주의를 맹목적으로 선망하고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의 일례들처럼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 생각된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이 시대 청춘들의 서글픈 현실은 단순히 꼰대 문화와 '옛날에 우리는 말이야~' 라며 힘듦을 감내하도록 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 소견이다. 역사라는 큰 흐름을 보았을 때,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서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물론 '과거에 이랬더라면~' '집단주의 문화가 아니었다면~' 하는 여러 후회가 들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과거 중심적인 가정들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현재에 대해 자조적인 한탄을 하거나 '우린 이래서 안돼...'라는 식의 발언은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우리 문화의 특성을 비판하기보다는 보완하고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 미래사회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멋진 자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우리의 집단주의 문화를 사랑하고 동시에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도 선망한다.

아마도 난, 앞으로도 계속 집단 주의자와 개인주의자로 이분화된 물음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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