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켠다고 불을 다룰 수 있는 건 아니다

by 커피해커 LOE

로스팅을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 이상했다.


같은 생두, 같은 로스터기, 같은 설정인데 맛이 달랐다. 어떤 날은 산미가 살아있고, 어떤 날은 둔탁했다. 같은 손으로 같은 버튼을 눌렀는데도.


그때 베테랑 로스터가 말했다. "오늘 날씨 봤어요?" 커피를 볶는데 날씨를 왜 보냐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열은 단순히 뜨거운 것이 아니다


로스팅에서 열은 세 가지 방식으로 생두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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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회전이 빠르면 대류 중심, 느리면 전도 중심으로 작동한다. 로딩량이 많을수록 열 전달 속도가 달라진다. 이 세 가지 비율을 이해하는 것이 로스터의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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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두께가 두꺼울수록 온도 유지력은 좋지만 반응이 느리다. 센서 위치에 따라 Bean Temp와 Environment Temp가 다르게 잡힌다. 1kg 로스터기와 10kg 로스터기는 열의 반응성이 완전히 다른 기계다.


열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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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두라도 열원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커피가 된다.



로스팅은 환경도 불의 일부다


이제 날씨 이야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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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생두, 동일한 프로파일이라도 날씨가 결과를 바꾼다. 겨울 아침에 볶은 커피와 여름 오후에 볶은 커피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감각에서 데이터로

과거의 로스터는 소리와 냄새, 색으로 판단했다. 그 감각이 틀린 건 아니지만, 지금은 Artisan이나 Cropster 같은 도구가 초 단위로 온도를 기록한다. 감각 위에 데이터가 쌓이면, 실패가 줄고 좋은 결과가 반복된다.


열은 기술이지만 불은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환경을 읽는 눈에서 완성된다. 기계를 보는 눈과 함께, 날씨를 감지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진짜 로스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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