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콩은 왜 갈색으로 변할까

by 커피해커 LOE

처음 로스팅을 보았을 때 신기했다.


초록빛이던 생두가 드럼 안에서 서서히 노랗게, 그다음엔 갈색으로 변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팡'하는 소리가 났다. 1차 크랙이었다. 그때 나는 그 소리의 의미를 몰랐다.


볶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훨씬 복잡한 일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생두의 여정 — 로스팅의 큰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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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터기 종류, 배치량, 환경 조건에 따라 온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색은 초록에서 노랑, 갈색, 진갈색으로 변한다. 무게는 수분 증발로 평균 14~20% 줄고, 부피는 약 1.5배 커진다. 1차 크랙의 그 소리는 내부 압력이 쌓이다 세포벽이 터지는 소리였다.


향의 정체는 화학이다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핵심 반응이 일어난다.


마이야르 반응 — 당과 아미노산이 만나 수천 가지 향미 전구체를 만든다. 160~185℃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바디감과 고소함의 기반이 여기서 생긴다.


캐러멜화 반응 — 당류가 분해되며 단맛과 쓴맛이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1차 크랙 전후부터 본격 시작되고, 로스팅 후반의 주요 향을 만든다.


이 두 반응이 겹치고 쌓이면서 수백 가지 휘발성 화합물이 생겨난다. 커피 향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다.

향미를 다듬는 시간 — DTR


1차 크랙부터 배출까지의 시간을 DT(Development Time)라 한다. 전체 로스팅 시간에서 DT가 차지하는 비율이 DTR(Development Time Rati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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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안에서 향미의 인상이 결정된다.


색으로 읽는 로스팅

Agtron이라는 도구는 원두의 색을 수치로 표현한다. 숫자가 클수록 밝고, 작을수록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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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는 감각의 도구다

로스팅 그래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


TP(Turning Point)는 생두 투입 후 온도가 최저점을 찍는 순간이다. 예열 상태를 점검하는 기준이 된다. ROR(Rate of Rise)은 온도 상승률이다. 이 곡선의 기울기로 로스팅의 흐름을 읽는다. 그리고 1차 크랙은 향미의 분기점이다. 여기서부터 Drop 타이밍까지가 DT다.


커피는 내부에서 변하고, 로스터는 그것을 설계한다. 향미는 감이 아니라 계산이고, 그 계산 위에 로스터의 손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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