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망치는 네 가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by 커피해커 LOE

선물 받은 원두를 부엌 창가에 놔뒀다. 예쁜 투명 유리병에 담아서.

일주일 뒤 커피를 내렸더니 뭔가 이상했다. 향이 흐릿하고, 맛이 텁텁하게 무너져 있었다. 원두 탓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탓이었다. 창가, 투명 병, 여름 햇살. 나는 커피를 가장 빨리 망치는 방법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었다.


첫 번째 적: 햇빛

빛은 에너지를 가진다.

커피가 직사광선이나 강한 조명에 노출되면 내부의 화학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향미 성분이 파괴되고, 산화 반응이 빨라지며, 원두 표면의 지방이 변질된다. 투명한 용기는 보기엔 예쁘지만 커피에게는 독이다. 불투명하고 빛을 차단하는 용기가 기본이다.

카페 진열대에서 햇볕을 그대로 받고 있는 원두는 이미 맛을 잃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챕터5_3_1.png


두 번째 적: 산소

산소는 생명의 숨결이지만, 커피에게는 다르다.

원두에 산소가 닿으면 지방 성분이 산화되어 쩐내를 일으킨다. 향미는 무겁고 둔탁하게 변한다. 포장을 열고 닫을 때마다 커피는 더 많은 산소와 접촉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하다. 작은 양을 구매해 빠르게 소비하는 것. 한 번 열면 최대 2~3주 안에 마시는 게 이상적이다.


세 번째 적: 열

고온은 커피의 향미를 빠르게 훼손시킨다.

여름철에는 실온에서도 30도를 넘는 날이 많다. 직사광선 아래, 자동차 안, 주방 창가는 피해야 한다. 최적 보관 온도는 약 15~20도. 온도 변동이 적고 서늘한 곳이 커피에게 가장 편안한 집이다.

한여름에 차 안에 원두를 두고 몇 시간을 보내면, 그 커피는 이미 한 계절을 먼저 보낸 셈이 된다.


네 번째 적: 습기

커피는 향을 잘 흡수한다. 그만큼 습기와 냄새도 잘 빨아들인다.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커피가 눅눅해지고 곰팡이 위험도 커진다. 갈아놓은 커피가 습기를 먹으면 추출할 때 물이 균일하게 통과하지 못해 맛이 망가진다. 밀폐 용기를 쓰고 건조한 장소에 두는 게 중요하다.

냉장고에 커피를 넣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온도 차이로 생기는 결로, 그리고 다른 음식 냄새를 흡수할 위험 때문이다.


작지만 확실한 습관들

불투명 용기에 보관한다.

한 번 열었으면 2~3주 안에 소비한다.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냉장 보관은 피한다.


커피는 말없이 변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하루하루 향과 맛이 조금씩 잦아든다.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조금 더 커피의 시간을 이해하고, 조금 더 존중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한 잔은 충분히 달라진다.

작가의 이전글로스팅 날짜를 확인하는 습관이 커피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