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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Jun 13. 2022

제주도의 2인분 같은 1인분 흑돼지 집에서

혼자 여행 중 만난 사장님 부부

제주도의 여름을 떠올리면 작년 10월쯤 2박 3일로 혼자 여행을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울의 날씨는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긴 팔 위주로 챙겨갔지만 옷들이 무색할 만큼 제주도의 날씨는 한여름처럼 더웠다. 면허증은 있지만 장롱면허이기에, 내 튼튼한 두 다리와 택시, 버스를 이용했는데 원하는 곳은 모두 갔으니 제법 뚜벅이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혼자 제주도를 간 이유를 묻는다면 ‘완벽한 힐링을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보는 커다란 솜사탕들, 사계절 내내 찬란함이 보장된 바다, 제주에서만 파는 귀한 음식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 이 네 가지는 힐링이 보장된 것이라 생각했다.

 

  
첫날은 오후 늦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근처에 있는 국숫집에서 대충 허기를 때웠고, 둘째 날부터는 제대로 맛보기 위해 이른 점심부터 흑돼지에 도전했다. 흑돼지라 함은 적어도 2인분은 기본이기에 과분한 만찬을 각오로 하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웠던 올레길 코스에 위치한 ‘올레칠돈’이라는 흑돼지 집에 들어섰다. 오후 두 시쯤이었기에 사람은 나뿐이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여자 사장님께 주문을 했다.


 “고기 2인분 주세요”
 “아이고 혼자 드시기엔 양이 많을 텐데, 1인분도 가능하니까 먹고 배고프면 된장찌개 먹든지 해요.”
 ‘세상에 이런 천사 같은 고깃집이 있다니’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개이득을 외쳤다. 그 사장님은 직접 고기도 구워 주셨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보니 사장님 두 분은 부부였다. 혼자 온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심심해 보이기도 해서인지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다.
“오늘은 어딜 갈 거야?”
“아 아직 못 정했어요.”
 “그러면 내가 추천해줄게.” 라며 여러 곳의 지역과 위치를 읊어주셨다.
역시 찐 제주도민 분이라 그런지 인터넷의 관광지와는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잊을까 하여 노란 메모지에 손수 하나하나 적어서 나에게 전해주셨다.

고기를 먹고 있는 동안에도 틈틈이 입맛에 맞는지 체크해주시고, 날씨, 여행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착한 가격의 맛있는 고기와 함께 처음 온 손님에게 친근한 대화를 건네주는 이런 고깃집이 또 있을까.


가끔씩 낯선   걸어주는  한마디가  위로가  때가 있다. 이를테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사석에서 어색함에 혼자 쭈뼛쭈뼛 되고 있을  먼저 미소를  채로 다가와 용기 내어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한마디면 나는 잔뜩 경계하던 표정을 풀고 웃음을 지었고, 왠지 모르게 당당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혼자 있는데도 혼자 있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 제주도 흑돼지 집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있었다. 1인분을 시켰지만 2인분을 받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정성이 담긴 음식과 더불어 따뜻함이 느껴지는 대화로 뜻밖의 위로까지 받았으니 두배로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들 덕분에 나는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도 전혀 민망하지 않게 혼자서도 식사를 천천히 즐길  있었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카페를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쳤다. 마스크 안에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제주도를 혼자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저 고깃집을 제주도에서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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