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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소울메이트

by 세은

“여기서 하나만 골라봐~!”

마당발처럼 친구 많기 vs 찐한 친구 한 명만 있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항상 “난 찐한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돼.”라고 대답했다.

나에겐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려 17년을 함께한 소울메이트 같은 친구가 두 명 있다.

이 친구들을 떠올릴 때면 괜히 울컥해진다.


내게 ‘소울메이트’는 떠올리기만 해도 애틋한 존재다.

그들이 잘 되는 건 내 일처럼 기쁘고, 큰돈을 빌려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고,

가치관이 닮아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래서 늘 생각한다.

이 친구들과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웃으며 늙고 싶다고.


하지만 요즘,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자주 스민다.

특히 지난주 어느 저녁, 유난히 외로움이 깊게 찾아왔다.


목요일 밤 8시. 하루 종일 열일을 하고 나니 맥주 한잔이 간절했다.

문득, ‘한잔할까?’ 하고 친구들에게 연락하려다 손이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연락했을 동네 친구, 오래된 친구였는데

이상하게도, 선뜻 연락이 안 됐다.


면목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조금씩 멀어졌던 것 같다.

연애를 하거나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을 때,

친구들의 연락이 귀찮게 느껴져 자주 거절했다.

‘다음에 보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근데 그건 내 오만함이었다.

언제든 연락하면 바로 나와주던 친구들도 이제는 우선순위가 바뀌어 있었다.


“오늘 뭐해? 술 마실래?”

“나 내일 출근이야.”

“오늘 뭐해?”

“나 남자친구랑 있어.”


이해했다. 정말 100% 이해됐다.

건강을 챙기고, 옆에 있는 연인을 더 소중히 여기고,

도파민보단 다음 날 컨디션을 택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도 마음은 섭섭했다.

머리는 이해했지만, 감정은 외면당한 듯 쓸쓸했다.


나에겐 친구들과의 맥주 한 잔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주는 소중한 루틴이었는데

그걸 함께할 친구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낯설고 아팠다.


‘나이 들수록 친구가 줄어든다’는 말은

어쩌면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결국, 편의점에서 맥주 네 캔을 사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이 고독함,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나 보다.’

조심스레 그런 생각을 하며 맥주를 한 모금씩 삼켰다.


그동안 나는 ‘소울메이트는 타인이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의 진짜 소울메이트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 고독한 소울메이트와

좀 더 친해지고 싶다.

기쁠 땐 함께 웃고,

쓸쓸할 땐 술 친구도 되어주고,

힘들 땐 옆에서 가만히 안아주는 그런 사이로.


그렇게,

내 안의 외로움마저 다정하게 안아주는

진짜 친구가 되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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