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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Jun 16. 2018

커피, 인식의 변화

커피, 이야기가 되다.

“사장님! 진짜 맛있는 커피 가져왔어요.”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손님이 내게 건넨 원두 봉투에는 파란색 로고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손님은 일본 여행 중에 도쿄에 있는 블루보틀 커피를 다녀왔다고 한다. 

블루보틀 커피는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린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자동차 창고에서 시작한 카페가 커피업계 제3의 물결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2015년 2월, 해외 최초로 일본의 도쿄에 1호점을 열었으며 한국에도 곧 상륙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요즘은 싱글 오리진 커피가 대세다. 달콤한 과일의 향미가 풍부한 아프리카 커피, 언제 마셔도 부담 없는 남미의 커머셜 커피, 진한 쓴맛으로 대표되는 다크 로스팅 커피까지 지역마다 다른 자연환경과 품종, 가공방식, 그리고 로스팅 정도에 따라 개성 있는 향미의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가정과 직장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으며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는 맛이 없어서 마시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러한 인식 변화를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유통, 교육 등 커피 업계 전반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로스터리 카페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동네 로스터는 늘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 또한 커피를 잘 모르는 손님들의 질문에 정성을 다해 대답한다. 그들은 시장을 분석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막강한 유통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심지어 기본적인 회계 지식이 부족하여 자신이 하는 일이 돈이 되는지 안 되는 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들은 늘 최고의 향미를 찾기 위해 생두를 로스팅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어떠한가? 그들이 과연 손익을 떠나 소비자들의 커피 문화를 끌어올려보겠다는 순수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0% 아라비카 커피로 만든!’


소비자들이 커피에 대한 소양이 부족했던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로부스타 커피를 판매해 왔고, 저가의 생두를 강하게 로스팅하여 ‘커피는 쓴맛’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들의 행태는 수십 년 동안 물을 탄 맥주를 판매하다가 수입 맥주에 밀려 매출이 떨어지자 ‘물을 타지 않는 맥주’가 좋다는 광고를 하는 기업과 같다.

동네의 작은 로스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이들과 다르다. 대다수의 기업이 원가절감과 손익에 커피의 품질을 맞추는데 반해 동네 로스터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는데 조금 더 집중한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기업과 로스터들이 선택하는 생두의 품질은 그 출발점이 다르다.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팔아도 된다는 기업전략이 팽배할 때 동네 로스터들은 커피라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자신이 로스팅 한 커피를 맛 볼 손님의 행복한 표정을 한 번 더 떠올린다.


‘진짜 맛있는 커피!’


손님이 사 온 블루보틀 원두는 로스팅을 한 지 시간이 좀 흘러서 그런지 향미가 약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커피가 동네 로스터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로고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로 느껴졌다. 


일본까지 가지 않고 ‘진짜 맛있는 커피’를 구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여러분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작은 로스터리를 방문해 보라. 로스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피, 생두의 생산지와 등급이 제대로 표기된 커피, 가격이 합리적인 커피를 찾으면 된다. 로스터나 바리스타의 정성스러운 설명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진짜 맛있는 커피’다.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현명해진다는 것은 더 공정하고 향미가 우수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매장 늘리기 경쟁에 혈안이 된 대형 프랜차이즈에 맞서 골목상권에서 고군분투하는 작은 로스터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과 커피 문화를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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