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보고,書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결국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할 곳은 오프라인!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
지난 3월 25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가치 창업가 250팀을 뽑아 사업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가치 창업가란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 등의 로컬 자원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로컬크리에이터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번 중기부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규모는 작년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났다. 그만큼 로컬크리에이터 육성과 지원에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5년 사이 ‘로컬’은 새로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현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온라인 세계에만 갇혀 살던 대중의 피로감이 표출되면서 로컬은 언택트 시대의 뉴노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로컬은 단순히 지역이나 지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콘텐츠가 살아있고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로컬 경제 생태계를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의 신간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가 나왔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골목길 자본론』과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 이은 ‘로컬 비즈니스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한다. 『골목길 자본론』에서 저자는 골목길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골목장인(로컬크리에이터)을 중심으로 한 골목 경제 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책은 실제로 로컬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을 위한 로컬 입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로컬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지역성과 로컬 콘텐츠에 대한 다양하면서 방대한 사례와 분석을 열거하면서 로컬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왜 로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가치관의 변화를 꼽는다.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과 사회적 성공과 물질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개성과 삶의 질, 윤리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획일화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에 종속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과 장소를 로컬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세대의 소비 스타일인데 이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바로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라이프스타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저자의 전작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를 참고해도 좋겠다.
문제는 스타일이 살아있는 골목을 누가 만들 것인가이다. 저자는 로컬이 앞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며 그 이유를 ‘대체 불가’에서 찾고 있다. 또한 그 대체 불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사람, 다시 말해 로컬 기획자로서의 로컬크리에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골목산업은 창조성과 예술성이 중시되는 측면에서 여타 문화산업과 유사한 면모가 있어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획사’ 모델을 참고해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번 책의 방점은 골목에서 시작해 도시로 마무리하는 데에 있다. 골목상권으로 시작한 변화를 도시로 확대해야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처럼 우리의 강릉이 로컬크리에이터에 의한 창조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뿐 아니라 현재 자신이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 왠지 지루하다면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