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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Jun 21. 2022

술 한 잔 사케!

군산 청년마을 '술 익는 마을'


군산에 청년이 주도하는 ‘술 익는 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군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지역자원 관리 기업 ‘지방’은 202년 행안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다. 그 중심에 있는 조권능 대표는 군산을 이끌었던 청주 산업에 주목했다. 근대 청주 산업 중심지였던 군산의 유산을 이어받아 수제 청주 양조법을 되살리고, 청년 감성으로 재해석한 청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군산에는 ‘백화양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일제 강점기 군산은 곡창지대로서 미곡 수출항 역할을 했다. 양질의 쌀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조산업이 발달했다. 소주와 달리 청주는 오직 쌀로만 빚는다.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이 더해진 후 발효 과정을 거치면 탁주(막걸리)와 맑은 술 청주로 변한다. 청주는 과거 정종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정종(正宗)은 일본의 니혼슈(우리의 청주 같은 술) 브랜드 이름이다. 당시 워낙 유명했던 브랜드라 청주의 일반명사처럼 쓰였다. 이 청주를 증류한 걸 증류주(전통 소주)라고 한다.


청주는 세계 시장에서 ‘사케(SAKE)’로 통한다. 사케는 일본어로 ‘술’ 전반을 대표하는 말이지만 일본이 니혼슈를 세계화하면서 사케란 말이 알려졌다. 군산 청년이 앞으로 만들 새로운 청주는 세계 사케 시장 진출을 염두에 놓고 있다고 한다. 와인은 프랑스도 빚고, 이태리도 빚고, 미국, 칠레 등도 생산한다. 이들 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듯이 한국에서 만든 청주(사케)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할 날도 올지 모르겠다.(BTS가 세계 팝음악 시장을 석권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지방’의 조권능 대표는 내공이 대단한 인물이다. 미술을 전공한 조대표는 학창 시절 홍대앞에 예술 문화인이 모여 거리 문화를 바꿔 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졸업 후 일찍부터 고향마을로 유턴해 군산의 예술인을 규합했다. 이들과 여러 모임을 꾸리며 이런저런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 커뮤니티 바도 운영하면서 지역 자산 관리에 눈을 떴다. 로컬에서 다진 경험은 군산 ‘영화타운’에서 빛을 발했다. 영화타운은 군산 영화동에 있는 영화시장을 재생한 곳이다. 군산 원도심에 있었던 영화시장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때 군산 산업단지가 호황을 이룰 때는 복닥복닥거렸던 곳이다. 그러다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원도심의 풍경이 바뀌었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거리는 활기를 잃었다.



조대표는 영화시장의 비어있는 상가를 임대해 청년 소상공인에게 공간을 재임대했다. 단순히 부동산을 임대하는 사업이 아니라 ‘영화타운’이라는 공간을 기획한 것이다. 몇 개의 상점은 직영하기도 한다. 현재 영화타운 거리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화타운은 물론 근대건축물을 보러 온 사람, <8월의 크리마스> 촬영지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몰려든 사람, 군산 명물 짬뽕을 먹으러 길게 늘어선 줄, 지금은 전국구가 된 ‘이성당’ 빵집으로 빵지순례를 온 사람들로 거리는 활력을 되찾았다.


조대표는 우선 영화타운 내에 수제 청주를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사케바를 만들 계획이다.(‘수복’이라는 사케바를 이미 운영해 오는 중) 동시에 청주 양조 장인에게 양조를 배우고, 청주라는 전통주에서 파생되는 관련 프로그램(예컨대 술잔을 직접 빚는 교실이나 바 운영 실무를 배우는 강좌)도 진행한다. 앞으로 사케바가 군산 영화동의 새로운 앵커스토어로 자리 잡으면 청주 양조장으로 이어지는 청주 문화 거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로컬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스타가 필요합니다. 그 스타를 배출할 앵커 공간 역할이 중요하죠. 그런 공간이 없으면 지역 내 연결이 어렵습니다.” 로컬 크리에이션 개념을 부동산 매니지먼트 사업에 결합하는 ㈜지방의 지역 자원 관리 회사로서의 노하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는 7월 10일부터 8월 6일까지 4주간 ‘술 익는 마을’ 한달살이가 시작된다. 처음 2주간은 양조 문화를 경험하고 다양한 강좌를 듣는다. 그리고 나머지 2주는 영역별로 팀을 나눠 청주바를 재탄생시키는 미션을 수행한다. 이른바 ‘술마 1기’ 모집이다. 군산의 문화와 청주 양조에 관심 있는 청년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면 좋을 듯하다. (여기서 신청하면 된다. https://linktr.ee/soolma)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은 궁극의 음식이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도 물을 술로 만드는 기적이었고 우리 조상도 제사 때에는 정성이 깃든 술을 올렸다. 인류의 지혜가 집적된 음식, 술. 따라서 술에는 국경이 없는 셈이다. 인류는 결국 술로 대동단결이다. 군산 ‘술 익는 마을’의 건투를 빈다!



* 더 많은 로컬 소식은  http://localgrou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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