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그라운드
::2022년 행안부 청년마을 강원 영월 ‘밭멍’
농사짓기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역자원을 재해석하거나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창직’하는 이른바 로컬크리에이터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농업을 주제로 한 청년마을의 등장은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올해에는 강원 영월의 ‘밭멍’이 농사를 기반으로 한 청년마을로 선정됐다.
흔히 청년이 농사에 도전한다고 하면 농업에 ICT기술을 융합한 스마트팜을 생각하기 쉬운데 ‘밭멍’이 추구하는 방향은 농업 생산량 증가나 고부가가치 창출이 아닌 지속가능한 자급자족에 방점이 찍힌 ‘퍼머컬처’이다. 밭멍은 ‘밭’에 흔히 불멍처럼 뭔가에 멍 때린다고 할 때의 ‘멍’을 붙여 만든 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철학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퍼머컬처는 지속가능한 농사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나 토양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며 동시에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해 건강한 생태 순환이 이어지도록 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파머컬쳐가 삶의 지속가능성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잡아가고 있다.
밭멍을 운영하는 로컬스타트업이자 농업법인 ‘이었던’의 김지현 대표는 영월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기 전부터 ‘밭멍 스테이’를 중심으로 농산콘텐츠를 개발해왔다. 영월은 과거 텅스텐 광산이 있어 광업으로 흥했던 곳이지만 폐광 이후 쇠락했다. 밭멍은 폐광 유휴공간을 재생하고, ‘퍼머컬처’를 도입한 농산콘텐츠를 결합해 청년의 지역 이주를 도우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밭멍이 말하는 자급자족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비용까지를 포함합니다. 땅도 있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와 별도로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착이 가능하니까요. 어느 날 밭에서 풀을 뽑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밭에서 생산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자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면 어떨까?” (밭멍 김지현 대표)
김지현 대표는 동생과 함께 바로 실행에 들어갔고 그것이 바로 ‘밭멍’이다. 영월 상동에 밭멍스테이를 마련해 귀농이나 귀촌에 관심 있는 청년을 모집해 지역이주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한 밭멍의 실험이 있었기에 청년마을 사업 첫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현재 밭멍은 이런 활동을 기반으로한 ‘잘자라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한 청년들은 함께 먹고 놀고 쉬면서 퍼머컬처가 무엇인지 배우고 채식 요리를 만들어 보거나 지역 탐색 활동도 한다. 특히 퍼머컬처에 관심이 있거나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청년은 우대한다고 한다.
앞으로 밭멍은 이곳을 거쳐 간 청년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확산시켜 더욱 많은 청년들이 정착하고 밭멍 콘텐츠를 자급자족 수단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김지현 대표의 바람대로 정착하는 ‘밭멍 프렌즈’가 늘어나고, 그들이 협업으로 서로 연결되어 자급자족하는 삶과 마을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부디 잘 자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