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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Aug 24. 2022

일본의 지역재생은 왜 실패했을까

《마을 만들기 환상-지역재생은 왜 이렇게까지 실패하는가》

지난 8월 16일, 행안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을 시작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출연금이다. 지난 해 첫 고시한 소멸위기 지역 89곳에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을 지원한다. 행안부는 이와 별도로 소멸 위기 지역에 청년마을을 구축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중기부도 ‘로컬크리에이터 양성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문체부는 ‘문화도시 사업’, 국토부는 도시재생 사업을 전개하면서 저마다 국토 균형 발전 및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역자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소규모 상점을 꾸며 지역 골목 상권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청년의 활약으로 과연 지역이 되살아나고 있을까. 물론 이런 노력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지만 지금 우리가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만한 도서가 잇달아 발간됐다. 하나는 《마을 만들기 환상-지역재생은 왜 이렇게까지 실패하는가》라는 다소 도발적 제목의 책이고, 다른 하나는 《로컬의 발견-제3의 장소와 관계인구》이다. 한국보다 앞서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문제에 매달려온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더가능연구소’에서 출간한 책으로 서강대 지역재생연구팀 조희정 박사가 번역했다.


최근 한국이 일본을 GDP로 추월할 정도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더 이상 일본으로부터 배울 게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아베 정권 이후 일본은 급격한 갈라파고스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풀어가는 일본의 사례는 여전히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먼저 마주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애써왔기 때문이다.

《마을 만들기 환상》은 일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역에 쏟아 부으며 지역재생에 열을 올렸지만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과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를 많은 사람이 ‘환상’에 빠져있는 데서 찾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환상이란 한마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우리가 이렇게 지방창생 정책 자금을 풀고 있으니 언젠가는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환상이라고 말한다. 50년 이상 걸쳐 진행 중인 지역 쇠퇴 문제가 1~2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고 해결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일본의 지역창생 정책은 해당 지역주민들의 주도권이 약하고 외부 자원에 의지하는 구조라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지역창생 기금이 지역으로 배분됐다가 다시 도시의 컨설팅업체 외주비로 빠져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외부인에게 의지하는 구조로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나올 수 없으며, 지역 스스로 집행할 능력이 고양이 안 될 뿐더러 판단 능력조차 상실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주보다 인재에 투자해야 하며 당사자인 지역주민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빠른 성과를 위해 기존의 성공사례만을 찾아왔다고 분석한다. 성공사례를 따라하면 모두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이란 것이다. 이를 책에서는 “지역의 민간 의사결정권자 스스로 생각해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답’을 구하고 행정은 예산을 따내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고 지적하는데 우리도 곱씹을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지역을 도시와 대립하는 틀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은 상호 연결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를 자극해 인구를 지역으로 이동시킨다는 대립적 사고방식은 ‘환상’이다. 도시와 지역 마을은 서로 적절한 역할을 갖고 적절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같은 책 41쪽)


물론 이 책은 지역창생 정책 비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연히 대안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12가지 실천 사항’을 하나씩 풀어 제시하고 있다. 요지는 진심어린 사람들을 육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내년부터는 한국도 일본의 ‘고향납세’처럼 ‘고향사랑기부제’를 본격 시행한다. 모두에서 언급한 정부 지원 정책과 별도로 시민들에 의한 민간 기금이 별도로 지역에 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와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지원금을 받아온 관성대로 기부금을 사용한다면 지역소멸 문제는 절대로 풀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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