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사과를 싸가야지." "한 개에 30원짜리 사과를 세 개 사면 모두 얼마일까?" "예쁜 바구니에 넣어 팔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을텐데."
사과를 싸가겠다고 말하는 건 내일 소풍을 갈 초등학생이고, 한 개에 30원짜리 사과를 세 개 사면 얼마일까라고 말하는 건 문제를 내려는 수학 선생님, 그리고 사과를 더 비싸게 팔 방법을 생각하는 건 장사를 하는 상인입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하디 흔한 빨간 사과일 뿐인데 이것을 보는 사람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과가 되어버립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이노우에 마사지의 작품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죠. 화가, 작곡가, 선생님이 지나가고 그때마다 사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가지 사물에도 갖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는 걸 보여주죠. 그냥 보면 보이지 않지만 내 이야기를 담게 되는 순간, 사과는 특별해집니다.
십수년전 '커피'를 보았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잠깐 한 숨 돌릴 수 있겠는데."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취미삼아, 잠깐 일에서 벗어나 내 시간을 가질 취미였죠.
그리고 어느 날 '커피'를 보며 말했습니다. "커피에는 쓴맛만 있는 게 아니라 신맛, 단맛, 떫은맛, 짠맛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이 다 들어있지. 이 커피는 어떤 맛일까?" 커피 공부를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몇 년 전 하던 일을 멈추고 중국에 도착한 첫 날,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던 때였습니다. 그 때 중국 상하이 신천지에서 스타벅스를 발견했습니다. "휴, 다행이다. 중국에도 스타벅스가 있구나."
이후 상해생활에 적응해가며 호기롭게 카페를 창업한 중국의 젊은이들을 만날 기회도 생겼습니다. '커피'로 '중국의 스타벅스' 혹은 '스텀타운'을 꿈꾼다는 중국 젊은이들. 그들은 커피에서 중국 혹은 세계 최고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는 잠깐의 휴식이고, 만남 속에서는 대화의 매개체가, 낯선 타국에서는 안도감으로, 그리고 생존이 목표가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열정이 되기도 하고.
내가 만난 커피는 그저 한 잔의 커피가 아닌, 백 개의 이야기와 꿈이 담길 수도 있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처럼 한 잔이라도 백 개의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커피!
지금 내가 가진 생각, 혹은 꿈이나 고민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이건 어떨까요? 무언가를 통해 떠올려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생각일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품고 있는 생각을 보고 우리에게 없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