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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트 조윤정 Oct 19. 2021

커피잔 아저씨

나는 내가 왜 커피집을 하게 되었는지가 늘 궁금했다. 어떤 사람들이 식당도 아니고, 바bar도 아닌 커피집을 하는 것인가, 하고.


<커피잔 아저씨>라는 동화가 있다. 건망증이 심한 덜렁이 화가가 있었다. 그는 늘 그림에서 무언가를 빠트리곤 했는데, 화가가 하루는 노란 베레모를 쓴 남자의 한쪽 귀를 그리지 않았다.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에 상심한 그림 속 베레모 아저씨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머리를 뾰족하게 올린 사람은 마치 포크처럼 생겼고, 턱이 조금 튀어 나오고 무뚝뚝해 보이는 아줌마는 주전자처럼 생겼으며, 목이 긴 아줌마는 숟가락과 닮아 있었다. 얼핏 보기에 완전해 보이던 사람들도 자세히 관찰하니 모두 결점이 있었다. 동네 꼬마가 한쪽 귀만을 가진 아저씨의 얼굴이 커피잔을 닮았다고 그를 “커피잔 아저씨”라 불렀다.


커피잔이라 불리는 아저씨가 커피를 파는 가게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당연히 가게의 이름은 <커피잔 아저씨>다. 커피를 가장 닮은 그가 내린 커피는 향기가 좋은 따뜻한 커피였다. 게다가 그의 매력적인 외모로 인해 그 가게는 유행을 만드는 장소가 되었다.


아저씨가 가진 바리스타의 자질은 그가 가진 결점에 있다.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것이 문제다”라고 어느 선인이 말했듯이, 그가 가진 결함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이미 없는 한쪽 귀에 더이상 마음을 쓰지않는 그의 긍정성으로 인해 그의 커피집은 늘 손님이 가득했다.


나의 외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늘 사람들을 기다렸다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아프고 지치고 힘든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를 방문하곤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체한 사람의 손을 따주고 등을 쓸어주는 게 다였다. 동화를 읽으면서, 어쩌면 내게 있는 외할머니와 커피잔 아저씨가 가진 공감 능력 같은 것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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