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카페 탐방기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암스테르담은 빽빽하게 밀집되어있는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운하, 그리고 어쩌면 자동차보다 편할 것 같은, 특별한 자전거 문화를 가진 도시였다.
반 고흐 미술관이나 램브란트의 집, 국립미술관에도 들어가 보고 ‘I amsterdam’ 구조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근교의 풍차마을도 한 번 방문해보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었다. 이번 암스테르담 방문은 여행이 아닌 대회 취재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는 대회 시작 전날 도착하여 대회가 끝난 다음날 저녁에 귀국했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암스테르담의 몇몇 카페를 다녀왔다. 사실 항공 예약이 꼬여 한국에서 새벽 1시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참 피곤한 이 일정의 덕을 보고 있다니 새삼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느낀다.
암스테르담의 거의 모든 카페들은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7시 이후에 문을 연 곳들은 ‘카페’가 아닌 ‘커피숍’들이고 대마 연기 가득한 곳에 커피투어를 하겠다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은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마약 판매가 가능한 ‘soft drug’ 상점이다. 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구경만 하자, 실수로라도 섭취하면 귀국 시 처벌받는다.
네덜란드에서 다녀온 카페는 총 세 곳이다. 이 카페들의 선정기준은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최소의 환승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에 난 2개의 캐리어와 1개의 백팩, 그리고 카메라와 함께하고 있었으니 이해해주시길……
주소 : Kerkstraat 96HS, 1017 GP Amsterdam, 네덜란드
영업시간 : 8:00 ~ 18:00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뒤로 세 개의 운하를 지나 한 블록을 더 가서 왼쪽 길로 들어서서 조금만 걷다 보면 왼편으로 간판이 보인다.
보카커피는 네덜란드의 큰 로스터리 중 하나인 Bocca coffee rosters의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많은 원두가 비치되어 있고 핸드드립으로 내릴 수 있는 원두의 선택지도 넓은 편이다. 네덜란드에서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거나 ‘다양한’ 원두로 만든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케냐 AA를 주문했는데 나의 영어실력이 문제가 있었던 걸까? 에티오피아 게이샤가 나왔다. 이미 입속에 한 모금을 머금은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오히려 그 향이 굉장히 좋아서 그냥 마시기로 했다. 영어 울렁증 때문에 그냥 마신 것이 절대 아니다.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 ‘작은 로컬 샵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장 입구에 서기만 해도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장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주문/계산대 및 커비 바(bar)가 위치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공간은 이 커피 바를 둘러싼 ‘n’ 자 구조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화요일 오전 11시였는데, 한창 업무시간일 이 시간에도 매장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오픈 시간대에는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고 하니, 여유롭게 좋은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오전 8시를 노려보자.
방문하기 전에 알아둘 한 가지, 현금결제가 불가능하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꼭 소지하자. 아예 주문/계산대 위에 ‘NO CASH’라고 붙여두었다.
주소 : Weteringstraat 48, 1017 SP Amsterdam, 네덜란드
영업시간 : 8:00 ~ 18:00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국립미술관 쪽으로 걷다가 두 번째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왼쪽 골목 어귀에 위치한 ‘백 투 블랙’ 카페에 이를 수 있다. 로스터리를 함께 운영한다는 정보에 당연히 큰 카페인 줄 알았는데, 그 덕에 창문에 크게 붙여놓은 가게 이름을 눈앞에 두고 지도를 확인하면서 근처를 한참 돌았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방문한 암스테르담의 카페에 또다시 속은 순간이었다.
백투 블랙의 창업 이야기는 꽤나 동화 같다. 11살, 12살에 만난 두 소녀가 여러 사람들과 여행을 하며 커피를 공부하다 언젠가 열겠다고 다짐하던 그녀들의 작은 카페, 2015년에 오픈한 이 가게에 대한 방문객들의 평점은 4.8점에 이른다. 가게 구석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요란하고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로스터는 지하에 있는 것 같지만 차마 직접 내려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따듯한 드립 커피를 마시고 왔으니, 찬 음료를 주문해보자. 그리하여 주문한 더치커피, 무슨 생각이었을까? 바리스타는 메뉴판은 보지도 않은 고객이 요구한 ‘더치커피’의 정체를 의아해했고 그제야 메뉴판을 확인한 나는 재빠르게 ‘콜드 브루’로 정정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더치(네덜란드)에 ‘더치커피’라는 말은 없다.
커피 맛은 물론 좋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친근함이었다. 취재를 위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은 머리 외국인인 나를 친구라 부르더라. 방금 경험하고 온 보카커피의 친절함과는 또 달랐다.
한쪽에는 고양이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고 손님들은 동네 친구처럼 바리스타와 어깨에 손을 얹고 대화를 나눈다. 내가 조금만 적극적인 성격이었다면 좋은 바리스타 친구를 사귀어 돌아왔을 것이다.
주소 : Spuistraat 281, Amsterdam, 네덜란드
영업시간 : 7:00 ~ 19:00
드 코피 살롱? 무어라 읽어야 할지 몰라 그냥 De koffie salon로 기록기로 한다. 앞서 소개한 두 카페와 거리가 꽤 된다. 사실 이곳은 마지막 날 방문한 카페인데 첫날과 같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피곤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오직 카페인을 위해서 방문했다.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리스트레토’를 주문해 받아 들었는데 자리를 잡으려고 매장을 둘러보니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의 매력적인 매장이었다.
서울 경리단 길에도 매장이 있는 덴마크 인테리어 브랜드 HAY의 암스테르담 매장과 같은 건물 위치하고 있는데 테이블, 의자 등의 가구들이 모두 HAY제품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이쁜 카페를 찾는다면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카페인이 필요해 단숨에 들이켠 리스트레토라 커피 맛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사실 기억이 난다고 해도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앞서 소개한 두 카페보다 비교적 중앙역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다소 분주해 보였다. 나 또한 비행시간이 다가와 30분 정도만 머물다 일어났다.
암스테르담 카페 탐방기는 여기까지다. 암스테르담에는 더 많은 카페들이 있다. 소개한 카페들보다 서비스, 맛, 분위기가 훨씬 좋은 카페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카페’를 가고 싶다면 길을 나서기 전에 카페의 위치나 메뉴를 정해놓고 길을 나서자.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카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미리 알고 가지 않는다면 화려한 네온과 큼지막한 간판의 ‘커피숍’들 사이에서 한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 이 글은 커피 TV의 콘텐츠로 작성된 글입니다. / 필자 : 김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