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레이 예능 <직장인들 2>
매주 토요일, 챙겨 보는 예능이 생겼다.
무한도전을 보면서 자란 무도 키드로써, 최근 들어 주기적으로 챙겨 볼 수 있는 예능의 부재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무한도전 방영 당시에 대국민에게 인기를 끌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공중파의 파워와 OTT가 없던 시절의 영향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배경 이외에 요즘 예능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멤버 간 케미이다. 프로그램 내 멤버들 간의 케미가 보장되어야 프로그램의 기반이 잡힐 수 있다. 이를 전제 하에 두고 게스트를 부르거나 매주 콘텐츠에 변주를 주는 경우에 재미가 보장된다. 장기적으로 시청을 유도하는 데는 멤버를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도 한몫하고, 이 역시 케미가 있어야 형성될 수 있다.
<직장인들 2>는 직장인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떠올리기 쉽다. 각 직급별로 겪는 고충과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대표부터 인턴까지. 직위에 맞는 연기를 펼치는 희극인, 가수, 배우의 열연을 보고 있으면 이 회사가 정말이지 실존하는 것만 같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백현진이 눈에 띈다. 시즌 2부터 새로 합류한 백현진은 나중에 들어온 부장님 역할을 맡아 ‘후장님’이라고 불린다. 타 작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아 강한 연기를 (특히 <무빙>의 진천 역) 보였던 만큼, <직장인들 2>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다. 초반에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할 일말의 생각도 없이 ‘시린 눈’을 하면서 핵심만 빼놓고 돌려 돌려 말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트라우마를 불러왔다는 평이 사실이었다. 어딘가 있을 부장님을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에 같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으로 가서는 새로 합류한 그와 기존 시즌 1의 멤버들 간의 관계성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 콩트가 처음인 백현진이 종종 콩트의 맥을 끊는 지점이 등장하는데, 하필 그게 김원훈의 흐름이고 김원훈이 찐텐으로 화내며 ‘그거(콩트)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짜증 나 이 씨.’ 같은 말을 뱉곤 한다. 그 뒤에 카더가든이 ‘근데 이건 후장님이 잘 못 하셨어요.’라며 맞장구치는 구성이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다. (참고로 후장님 아이디어는 카더가든이 냈다.) 아직까지도 직원들의 콩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노잼 포인트를 연기력으로 커버하여 극복하는 모습도 재밌다.
<직장인들 2>의 배경이 되는 회사 ‘DY기획’은 설정상 매주 다른 게스트를 두고 기획안을 제출하고 회의를 해야 한다. 이 점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매주 다른 주제로 개그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하기에, 신규 유입 시청자들은 진입 장벽 없이 즐길 수 있으며 기존 시청자들은 꾸준히 챙겨 볼 수 있게 된다. 여타 예능이 그렇듯이 출연진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지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이세돌 에피소드를 보면 생각보다(?) 무례한 질문도 유연하게 받아치고, 아이돌을 보며 잇몸 만개하는 모습 등을 발견할 수 있다.
희극인은 물론이고 본업이 희극인이 아님에도 웃기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출연자들끼리 어이없는 기획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서로서로 무리수를 던지면서 ‘어디 한번 받아쳐 봐’ 하는 상황과 이를 보며 웃음을 참는 게스트를 보면, 우리도 따라서 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지점에서도 김원훈한테 밀리는 백현진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만약 꾸준하게 프로그램 내 세계관과 출연자 간의 케미스트리를 형성해 간다면, <직장인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 매주 토요일 오후를 기다리게 해 주고 나의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들어 주는 <직장인들> 시리즈에게 참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