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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찾는남자 Nov 04. 2016

시간 있으세요?

"안녕하세요?"라는 당신의 문자

"안녕하세요~"


'카톡~'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오랜만의 연락이다. '이 사람이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지?'하고 메세지를 읽었다. 무슨 말을 하려나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마치 내가 답장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말을 잇지 않겠다는 듯, 그는 말이 없다. 나는 대답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왜 이 사람은 인사만 던지고 용건을 말하지는 않는 것일까?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그대로 시간이 지나자 민망했는지 그가 애매하게 나의 시간을 물었다. 사실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는 용건에 따라 다르다. 그는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어떤 일로 그러시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중요한 일이라면 없는 시간도 만들 수 있고,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라면 있는 시간도 없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안녕하세요'와 비슷한 맥락이다. 애초에 "안녕하세요. 무슨 무슨 일로 연락을 드렸어요"라고 말했다면 흔쾌히 "네. 안녕하세요. 그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인사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


애초에 "무슨 무슨 일로 그러는데 오늘 저녁에 시간이 어떠세요?"라고 했으면, 나의 상황과 그 일의 관계를 생각해서 저녁에 시간 여유를 낼지 말지 결정했을 일이다.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없을 수 있다. 약속은 없지만 남는 시간이 있다면 천천히라도 꾸준히 해야하는 일이, 지금 당신이 말하는 용건보다 상대방에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데 있을 수도 있다. 약속이 있지만,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시간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가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게, 용건을 먼저 말해주면 좋다.'라고 까지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참 피곤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시간이 있다"고 우선 대답은 했는데, 상대방의 용건이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어도 뒤늦게 거절하기는 껄끄럽다. "시간이 없다"고 이미 말했는데, 다시 "그럼 내가 시간을 내야지" 말하기도 좀 그렇다. 마치 내가 "시간 없다"고 말한 것이 거짓말 같지 않은가?


나는 내일 저녁에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없다. 내일 저녁에 시간이 없는데 시간이 있기도 하다. 그건 앞으로도 쭉- 그럴 예정이다. 사회 생활 중에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가급적 용건을 서두에 정확하게 전달했으면 좋겠다.


*첨부한 사진은 한동안 함께 했었던 프로젝트, 브래들리 타임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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