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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호티브 Nov 19. 2018

#6 뭐 먹고살지?

뭐하면서 살아야 돼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 근처 중학교를 배정받는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지역 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갈 경우 대학 진학 대신 빠르게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경우 대학교에 진학해 대학교 졸업 후 직장에 취직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살아온 '평범'한 인생의 루트였다. 초중고 시절 알고 지낸 친구들은 대부분이 그 평범한 루트를 걸어가고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자 조금씩 다른 루트를 걸어온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어렸을 적부터 여기저기 이사를 다닌 친구,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한 친구, 공장과 음식점, 편의점 아르바이트밖에 몰랐던 나와는 달리 굉장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친구까지. 주변 모두가 동네 근처의 학교를 나오고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 대학은 다양한 루트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넓은 물과도 같았다.



서울에 살고 싶었다. 단순이 좋은 도시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맘때 즈음 나는 내가 사는 동네가 내 시야를 좁게 만든다고 느꼈는데,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부족했기에 그곳에 살며 최대한 가까이에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마주하고 싶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여행은 내게 즐거운 방식으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고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정말 매력적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전부 제각각이고 전혀 다른 길들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통해 배우며 내 시야가 더욱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런 삶도 있구나."라고 말하며.



여행이 내게 준 것


취업의 문턱 앞,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일본 여행은 의도치 않게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분위기가 있는 곳들로 코스를 짰고, 좋아하는 감성을 담아 아날로그 느낌이 가득한 사진을 찍었다. 무언가를 원해서가 아닌 온전히 스스로가 좋아하는 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나는 많은 고민거리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여행지에서 경험한 내용과 사진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때의 여행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 나는 이것이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관련된 일을 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고, 관련 직종에 지원하게 됐다.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그 분야를 알 수 있었고,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은 내 사진을 맘에 들어해 나를 채용했다. 그렇게 여행은 나에게 길을 보여주었고 감사하게도 기회까지 안겨주었다.


그렇게 여행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자 그 분야에 대한 나의 시야는 넓어져 갔다. 여행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콘텐츠 발굴 차원에서 경비를 지원받는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좁은 우물에서 나와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독특한 루트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느끼며 좁은 우물을 벗어나 넓은 곳을 보고 싶었던 나라는 개구리는 너무 많이 알아버렸던 것일까? 알면 알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이렇구나.. 여행업계는 박봉이라던데, 내가 가정을 꾸릴 정도의 돈을 벌어 평생 먹고살 수 있을까? 와 같은 물음들은 내가 하나하나 무언가를 알아갈수록 차갑게 들이닥쳤다. 너무 상세히 알게 되자 이걸 통해 평생 먹고 살 자신이 없어졌고,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더 선명히 눈에 들어와 자존감은 점점 낮아졌다. 물론 길은 여러 개를 알고 있었지만 당장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모르겠다. 뭐를 해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아등바등 살아온 것 같은데 쉽지 않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나는 그래서 이번에도 여행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첫 번째 일본 여행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고 해답을 보여줬듯이 이번 여행도 나에게 자연스러운 해답을 안겨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많이 알면 복잡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우회로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는 아직 너무 모른다. 아직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일을 해 먹고살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이 모든 경험들이 그 해답을 내리는 과정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나는 뭐 먹고살지?


당신은 뭐 먹고사세요?




● 함께 한 플레이리스트


2xxx! - 섬(rough) (Feat. Colde)

Swell - I'm Sorry (Feat. Shiloh)

Jazzinuf - Milk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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