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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un 15. 2019

창조적 파괴를 위한 상상력

에필로그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지속적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의 수평적 진보가 아니며 일련의 우연한 사건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맞물린 수직적 진보이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과거의 연장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미래는 현재와 전혀 다른, 낯선 차원의 세계일 것이다. 현재는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미래에는 보편적 준칙이 될 수 있으며, 지금은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앞으로 쓸모를 잃고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법칙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도 적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마땅한 시대적 흐름으로 여겨지는 역사의 궤적이 변곡점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급진적인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시대 사람들이 믿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어떤 시대를 가장 객관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집단은 바로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역사가 도약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너무나 빈번하게 어리석은 (당시에는 합당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을 되풀이해왔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에서 각별히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역사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현상을 올바르게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칠이 말했듯이 우리는 역사를 더 멀리 돌아볼수록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역사, 인터넷의 역사, 화폐의 역사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역사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종합해 봤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새로운 디지털 제국주의의 시대가 개막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디지털 제국주의 1.0이라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디지털 제국주의 2.0이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제국주의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인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사기로 취급하며 반쪽자리 블록체인 산업 육성책만 내놓고 있다. 금융 기업들은 비트코인 때문에 금융 헤게모니가 인터넷 기업에게로 넘어갈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탈중앙화를 부르짖는 블록체인 업계 내 이상주의자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 및 협잡꾼들은 돈벌이만 궁리할 뿐 애초에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정보화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은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는 일이다. 하찮은 정보의 쓰레기 더미에서 중요한 것만을 선별해 이를 바탕으로 통찰하고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 그러나 매일 쏟아지는 정보 폭격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시 각각 변하는 디지털 자산 가격,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트윗, 근거 없는 단기 전망, 시장 조작을 위한 선동, 가짜 뉴스, 과도한 마케팅과 같은 소음이 주의를 분산시키고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현상에 관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피라미드 사기가 아니다. 또한, 이상주의자들이 기대하는 낭만적인 사이버 유토피아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업화와 규제의 단계를 거쳐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활용될 잠재력이 높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인식의 확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상상’이다. 괴테가 상상력이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비유했듯이, 나는 인간이 상상하는 능력이야말로 다른 종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상상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종이다. 인간이 구축한 문명의 토대가 되는 사회, 과학, 예술, 정치, 법, 문화, 경제는 모두 상상의 질서이다. 문명에서 벗어나 무인도에서 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인간이 상상의 질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해 전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 때,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혁신은 낡은 것을 파괴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혁신의 양면성을 두고 창조적 파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창조적 파괴를 위해 혁신가는 인습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혁신가의 운명은 예술가의 그것과 비슷하다. 일이 계획대로 풀릴 경우 아찔한 성공을 맛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싸늘한 무관심과 조소만이 기다릴 뿐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이미 앞을 내다보는 혁신가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20년 안에 사람들은 이것 없이 생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마치 인터넷처럼 말이다. 부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지닌 연장을 갈고 닦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길 바란다.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신선한 영감과 지적인 자극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내가 비트코인을 알게 된 이후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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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제국주의 끝. 북저널리즘과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나온 후에도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독서할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분만 투자하면 책 한 권의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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