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의 보편화

결혼의 종말#6

법적인 부부는 아니지만 연인이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동거는 현대사회에서 각광받고 있다. 20세기에 생겨난 데이트가 연인 간 만남과 결혼의 중간 과정에 위치한 것처럼, 21세기에는 동거가 데이트와 결혼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이들은 동거를 파트너와 궁합이 잘 맞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혼의 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혹은 아예 결혼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동거는 ‘느슨한 형태의 결혼'으로써 훌륭한 대안으로 기능한다. “나랑 결혼할 것 아니면 우리 헤어져”라는 연인의 요구에 이별 아니면 결혼을 이분법적으로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동거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동거를 선호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 동거의 간편함,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결혼 전 동거를 통해 파트너와의 궁합을 판별하는 것, 자유로운 이혼, 외로움 해소 등등. 이 중에서도 특히 청년 세대가 동거를 선호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경제적 기반이 넉넉지 않은 청년 세대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결혼을 할 바에야 간소한 동거를 택하는 것을 선호한다. 결혼해서 같이 살 집을 구하고 결혼식을 치르고 육아비용을 마련하는 것 대신, 커플 중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림을 차리고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동거는 결혼의 지위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했다. 여전히 동거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시선이 존재하는데 이는 특히 보수적인 유교 문화권인 한국에서 더욱 심하다. 동거하는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문란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동거 사실을 밝히는 것이 금기시된다. 따라서 동거하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동거 사실을 숨기거나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린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도 동거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비율은 2008년의 42.3%에서 2018년 56.4%로 증가했다. 동거를 바라보는 인식은 세대별로 달랐다. 청년 세대일수록 동거에 우호적인 반면, 기성세대는 동거에 보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2008년과 비교 시, 전 연령대에 걸쳐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20대의 경우, 2008년과 2018년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61.1%와 74.4%였고, 60대 이상의 경우 해당 비율은 23.7%와 34.8%를 기록했다. 똑같은 조사를 2028년에 하면 어떨까? 전 연령대에 걸쳐 동거를 찬성하는 비율이 지금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동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시민연대 계약 팍스 (PACs)를 도입했다. 원래 동성 연인의 권리 보장을 목표로 시작된 팍스는 수많은 이성 연인들의 지지를 받았고 프랑스 내 확산되었다. 팍스에 등록하길 원하는 연인은 공공 기관에 계약 서류를 제출하고 결별 시 계약 해지 서류를 제출하면 그만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 – 결혼식, 상견례, 이혼 조정, 재산 분할 소송 등 - 이 필요 없다. 팍스에 등록된 연인은 세금 혜택, 자녀 양육 복지 등의 부분에 있어서 법적 부부와 비슷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오늘날 많은 프랑스 연인들은 결혼보다 팍스를 선호한다. “팍스 하면 되는데 왜 굳이 결혼을 해야 하냐”는 것이 요즘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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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책의 일부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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