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좋은 말 중에 알맞은 것을 고르기까지.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이후, 디자인 팀으로써 회사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대표님을 포함하여 4명이지만, 회사의 특성상 각기 다른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 각자 다른 고민을 갖고 있었다. 주간 미팅을 거치며 디자이너들이 겪는 문제들을 계속 발생했다. 이런 문제들을 각 스쿼드 내에서 해결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고, 스타트업이 그렇듯 다양한 제품 제작 프로세스 속에서 디자이너가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할지 몰라 겪는 문제들도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배 디자이너 한 분이 Design Principle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디자이너들끼리의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보자 제안하셨다. 나는 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준비는 하단에 첨부한 이미지와 같이 크게 4가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먼저 기존에 있던 원칙을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회사의 디자인 원칙을 알아보고 공부를 해서 발산하는 과정을 가지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관련된 이해관계자(대표님, PO 챕터, PD) 분들을 초청하여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내용들을 디자이너들끼리 다시 한번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이후에는 정해진 원칙들을 인지하기 쉽도록 공유하는 과정까지 진행했다.
먼저 기존 원칙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과정은 디자이너들끼리 진행했고,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주된 문제는 3가지 정도였는데,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는 '원칙의 개수가 너무 많다'였다. 회사의 디자인 원칙은 총 8가지였는데, 이는 디자이너들이 일할 때마다 기억하기에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다른 회사들을 살펴본 결과 보통 디자인 원칙들은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기억하기 쉽도록 인상적인 문구를 활용하거나 짧은 단어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명확하지 않은 원칙의 범위'였다. 예를 들면, '명확한 인지 가능한 정보', '접근과 사용을 위한 적정 크기와 공간'과 같은 원칙들은 UI에 치중되어 있는 원칙들이었다. 또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 같은 경우에는 UX 디자인의 대원칙 같은 부분이라 실제 업무에 효용 있게 사용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원칙의 범위는 워크숍에서도 문제로 이어졌는데, 각 이해관계자가 생각하는 디자인 원칙의 모습이 서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다른 많은 회사나 조직에서도 'Design Principle'이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아니었고, 이 부분은 레퍼런스 조사를 통해 보완이 필요했다.
세 번째로는 '모호한 실제 사용법'였다. 각 원칙들이 포함하고 있는 범위가 다르다 보니 일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모호했다. 디자이너의 업무 범위는 문제 정의에서부터 디자인 솔루션을 내고, 사용자에게 전달될 결과물을 확인하는 과정까지이다. 이 과정 속에서 각 원칙들이 어떻게 적용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앞서 언급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 'Design Principle'에 대해 공부를 하고 다양한 사례를 접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디자이너들끼리 Figjam에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디자인 원칙들을 모아보고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Design Principle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며 얻은 인사이트들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 결과 얻어낸 인사이트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는 '조직의 디자인 원칙 범위는 Product Design Principle을 포용한다.'였다. 닐슨-노먼 그룹에 따르면 Product Design Principle은 Usability Guideline이나, Heuristic, Visual-design Principles 과는 다르다고 정의했다. 특히 기존 원칙에서 발견되었던 시각적 정보의 위계나 게슈탈트 원리들은 Visual-design Principle이며, Product Design Principle의 범위보다 작은 형태였다. 또한 Usability Guideline이나 Heuristic의 경우에도 에러방지, 일관성 제공 등도 마찬가지였다. Product Design Principle은 결국 제품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두어야 하는지를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하고, 다양한 회사에서 반영하고 있었다. 특히 'Canva'의 'Great Default'와 같은 원칙들은 그런 특징들을 잘 드러냈는데, 사용자에게 기본적으로도 높은 품질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잘 드러났다.
두 번째로는 '조직의 디자인 원칙 범위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원칙을 포용한다.'였다. 디자인 원칙들을 모으면서 느꼈던 부분은 '세상은 넓고 원칙은 많다'였다. 유명 스타 디자이너가 언급한 10계명부터 정부기관, 그리고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칙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공유하는 원칙에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많이 담았다. 결국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하는 방식 자체도 원칙으로 공유되어야 일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LINE'의 'We ≠ Users'나, 'Intercom'의 'What you ship is What matters'와 같은 원칙들은 제품 자체에서 전달하려는 가치보다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원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조직의 디자인 원칙은 제품의 성격을 최우선으로 한다.'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렸지만 가장 재밌는 인사이트였다. 특히 국내의 채널톡과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Intercom의 경우에는 '상담'이라는 기능을 제공하기에 'Make it Feel Personal'이라는 원칙을 고수하지만 모두가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우에는 'One for all, all for one'의 디자인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모두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반대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만들고 있는 제품에서 비롯된 원칙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렇다면 발견된 문제점들과 레퍼런스 조사와 스터디를 통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원칙들을 우리 회사에 맞게 편집해야 했다. 이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먼저 구성원들이 중요시하는 제품이 줄 수 있는 가치들이 각자 달랐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디자인 원칙에 관한 생각도 모두 달랐기에, 모든 의견들을 한 점으로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디자이너들끼리 간단한 내부 설문조사와 워크숍을 3차에 걸쳐 진행했다.
먼저 설문조사는 간단하게 익명으로 진행하고 받은 결과들은 워크숍에 활용했다. 결과들을 쭉 펼쳐놓고 도트 투표를 하고 표를 많이 받은 의견들을 중심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모았던 다른 회사의 원칙들을 공유하며 얘기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원칙에도 도트 투표를 하도록 했다. 역시 투표수가 높은 원칙들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정의를 거쳐 디자인 솔루션을 내는 과정, 그리고 사용자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그 순간까지 디자이너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 범위를 압축했다. 이를 아래의 4개의 디자인 원칙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Seamless Experience
: 우리는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사용자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직관적인 정보 구조와 원활한 UX 플로우를 제공하여, 사용자들이 앱을 손쉽게 탐색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합니다.
End-to-End Ownership
:우리는 디자인 솔루션에 전체적인 책임을 집니다. 문제의 정의부터 사용자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합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왜'라는 질문을 통해 디자인 목표와의 연관성을 평가하고, 모든 단계에서 신중하게 행동합니다.
Craftmanship
:우리는 문제 해결을 넘어서 'Wow Moments'와 탁월한 경험을 창조합니다. 사용성에 집중하고 시각적인 디테일, 인터랙션 디자인을 통해 매력적이고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Constructive Feedback
: 우리는 목표 달성과 더 나은 디자인 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피드백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소중하지만, 때로는 구체적이지 않거나 제한적 정보일 수 있습니다. 피드백에서 '어떻게'와 '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위한 참고자료나 데이터 사용을 지향합니다.
원칙이란 단순한 글자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활용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이러한 신념 아래, 디자인 챕터의 꾸준한 피드백을 받으며, 나는 디자인 원칙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각 원칙의 의미를 추상적인 심볼로 표현하고,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 원칙으로 이어지는지 설명을 추가함으로써,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회사의 브랜드 컬러를 사용하여, 팀원들이 소속감과 책임감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포스터들은 회의실과 회사 라운지 곳곳에 게시되어, 디자이너들과 그들과 협업하는 이들이 언제든지 쉽게 원칙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접근성 덕분에, 원칙을 도입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를 포함한 디자인 팀 전체가 우리의 작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세밀한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여, 0.1초의 모션과 1포인트의 오차도 방치하지 않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와 더불어, 건설적인 피드백을 캐주얼하게 주고받음으로써, 개인과 팀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디자인 원칙은 또한 외부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 채용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원칙들은 채용 브랜딩에 활용되었고, 회사의 디자이너 채용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끝으로 이 모든 과정은 제작 기간 2개월, 원칙을 완전히 공유하기까지의 4개월 동안 많은 배움을 주었다. 디자이너로서 제대로 일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것, 그리고 그 합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큰 긍정을 느낀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고, 때때로 디자인에 매너리즘에 빠질 즈음이면, 이 원칙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며 자신을 다잡게 된다.
원칙 수립 시에 도움이 되었던 자료
공부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자료들을 함께 공유합니다.
1. 닐슨-노먼 그룹의 디자인 원칙에 대한 정의
https://www.nngroup.com/articles/design-principles/
2. 디자인 원칙과 디자인 가치, 그리고 디자이너
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1506/
3. The design principle paradox
https://uxdesign.cc/the-design-principle-paradox-4ef2686c2cb6
4. 디자인 원칙 모음 사이트
https://principles.adactio.com/
5. LINE Design System - Design Principles
https://designsystem.line.me/about/design-principl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