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감정이라 부르고 있는가

언어로 감정을 다루기에 앞서

by Kay

감정을 꽤나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따금 내 안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감정을 살펴본다는 것의 기본 전제는 무엇일까. 감정은 다들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나 역시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 정도의 마음으로 출발해도 되는 걸까. 실제로 많은 연구와 실무는 그런 전제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 채 진행된다. 하지만 가끔은, 뭔가 중요한 질문을 건너뛴 채 결과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친다.


민경환 교수님께서 진행한 「한국어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과 차원 탐색」 연구는, 이따금 내가 느끼는 이런 불안의 틈을 정확히 파고드는 작업처럼 느껴졌다. 이 연구는 감정을 측정하는 새로운 도구를 제안하거나 감정의 종류를 다시 나열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감정 연구가 암묵적으로 전제해 온 토대 자체를 다시 점검하려는 데 가깝다. 연구의 출발점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롭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감정단어’들 가운데 과연 무엇이 감정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연구진은 현대 한국어에서 사용 빈도가 확인된 방대한 어휘 목록을 출발점으로 삼아, 감정 연구자들의 판단을 통해 감정과 비감정을 단계적으로 구분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성격 특성, 신체 감각, 행동이나 동기,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된다. 그렇게 남은 것은 ‘감정상태’라고 비교적 합의할 수 있는 434개의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다시 일반 참여자들의 평가를 통해, 감정단어로서 얼마나 전형적인지, 얼마나 익숙한지, 얼마나 쾌·불쾌한지, 그리고 얼마나 활성화된 상태를 함축하는지를 수치로 부여받는다. 감정이라는 모호한 대상이 언어를 매개로 아주 조심스럽게 정렬되는 순간이다.


이후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선별된 감정단어들 사이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감정을 어떻게 묶고 구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 결과, 한국어 감정단어들은 가장 먼저 ‘쾌–불쾌’라는 축을 중심으로 분명하게 배열된다. 반면 영어권 감정 연구에서 자주 등장했던 ‘활성화’ 차원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나 자신을 향한 것인가, 타인을 의식한 것인가’라는 또 다른 방향성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결과는 감정의 구조가 보편적이기보다는, 언어와 문화가 허용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몇 번을 반복해 읽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이 연구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면 나는 감정의 근본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결과로서의 감정만을 수도 없이 말해왔다는 사실이다. 감정이 어떻고 저떻고 이야기하던 와중에, 어느 순간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한 부끄러움이 남는다.


주변 분들로부터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은 나중에 고민하고, 지금은 일단 쉬운 길을 가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듣는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는다. 이번 논문을 읽으며, 그 숙제 하나를 또렷하게 발견해 버린 기분이다. 당장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질문을 덮어두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조금씩 떼어내어, 감정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감정이라고 불러왔는지에 대한 연구들을 차근차근 다시 정리해보고 싶다.




한국어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과 차원 탐색


박인조, 민경환. (2005). 한국어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과 차원 탐색.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1), 109-129.


1. 이 연구를 3줄로 요약하면?

연세대학교 어휘빈도 자료를 기반으로 감정 연구자 10명이 434개의 한국어 감정단어 목록을 제작하였다. 각 단어에 대해 원형성, 친숙성, 쾌-불쾌, 활성화 수준을 조사하였다. 87개 대표 감정단어를 대상으로 MDS 분석을 수행한 결과, 첫 번째 차원은 '쾌-불쾌', 두 번째 차원은 '타인 초점적-자기 초점적 정서'로 해석되었으며, 영어권 연구와 달리 '활성화' 차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2. 저자는 왜 이 연구를 진행했는가?

기존 한국어 감정단어 목록(안신호 등, 1993)에는 감정단어로 보기 어려운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단어 수도 213개로 영어권의 500개 내외에 비해 적었다. 또한 감정단어 선별을 일반 대학생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감정과 비감정 단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발간한 '현대 한국어의 어휘 빈도' 자료를 활용하면 빈도가 조사된 어휘들을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인 감정단어 목록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이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개념은?

원형성(Prototypicality): 해당 단어가 감정단어로서 얼마나 적절한지를 나타내는 정도

친숙성(Familiarity): 해당 단어가 일반인에게 얼마나 익숙하게 느껴지는지의 정도

쾌-불쾌(Pleasantness-Unpleasantness): 감정단어가 함축하는 긍정적/부정적 정서의 정도

활성화(Activation): 감정단어가 함축하는 각성 수준의 정도

기본정서 이론(Basic Emotions Theory): 문화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기본 정서들이 존재한다는 이론

정서의 차원 이론(Dimensional Theory of Emotion): 개별 정서가 소수의 차원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는 이론

자유 유사성 분류과제: 참가자가 제한 없이 자유롭게 범주를 나누어 단어들을 분류하는 과제

제한 유사성 분류과제: 참가자에게 분류 범주 수와 수행 횟수를 지정해 주는 분류 과제


4. 저자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가?

연구 1에서는 연세대학교 어휘빈도 자료집의 64,666개 단어에서 형용사, 동사, 명사 52,275개를 추출한 후, 감정연구자 10명이 여러 단계에 걸쳐 감정단어를 선별하였다. '감정상태', '신체감각', '성격', '행동', '동기', '관계', '구로 표현될 경우 감정단어로 보이는 것', '기타'의 8개 범주를 사용하여 434개의 최종 감정단어 목록을 완성하였다. 대학생 365명을 대상으로 원형성, 친숙성, 쾌-불쾌, 활성화 수준을 7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하였다.

연구 2에서는 원형성과 친숙성이 모두 4.0 이상인 단어 225개에서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어 87개 대표 단어를 선정하였다. 대학생 80명이 자유 유사성 분류과제와 제한 유사성 분류과제에 참가하였고, 수집된 유사성 자료를 MDS(다차원척도법) ALSCAL로 분석하였다.


5. 연구의 결과는?

434개 감정단어 목록이 완성되었으며, 원형성 평균값 범위는 2.25~5.98, 친숙성 평균값 범위는 1.70~6.19였다. 불쾌 감정단어(312개)가 쾌 감정단어(122개)보다 약 7:3 비율로 많았고, 고활성 감정단어(262개)가 저활성 감정단어(172개)보다 6:4 비율로 많았다.

MDS 분석 결과, 두 과제 모두에서 첫 번째 차원은 '쾌-불쾌'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차원은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웠으나 잠정적으로 '타인 초점적-자기 초점적 정서' 차원으로 명명하였다. 영어권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던 '활성화' 차원은 본 연구에서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어 감정단어가 극단적인 활성화 수준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1. 감정의 어휘분석 연구


감정을 연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생리적 지표, 얼굴표정, 언어적 표현이다. 생리적 지표는 객관적 측정치이며 의식되지 않는 정서상태도 반영하지만, 개별 감정에 따른 구분이 용이하지 않고 신뢰로운 측정치를 얻기 어렵다. 얼굴표정은 내적 감정상태와 연결되어 있으나 의도적 왜곡이 가능하고 유사한 감정들을 구분하는 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언어적 표현은 가장 다양하고 섬세하게 내적 감정상태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발달된 감정표현 방식이다.

Goldberg(1990)의 기본 어휘 가설(Fundamental Lexical Hypothesis)에 따르면, 인간의 관계적 삶에서 중요한 개인차들이 세계 대부분의 언어들 속에 어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설은 감정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감정단어들을 추출하여 정리하고 분석하여 감정의 구조를 탐색하는 작업은 이러한 감정의 기본 어휘 가설에 근거하여 수행된다.



2.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


감정의 어휘분석 연구의 첫 번째 작업은 감정단어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선행연구

Bush(1972)는 2,186개의 형용사를 기초단어로 하여 264개의 감정단어 목록을 마련했다. 그러나 'sleepy'나 'aroused' 등 신체의 활성화 수준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방법에 문제점이 있었다.

Clore(1987)는 단어들을 'feeling something'과 'being something'의 두 언어적 맥락에서 평정하도록 하여 585개의 감정단어에 대해 적절성 정도를 측정하였다.

Storm과 Storm(1987)은 38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감정단어를 자유롭게 적게 하거나, TV나 비디오에 나온 인물들의 감정을 명명하게 하는 세 과제를 통해 786개의 감정단어를 수집했다. 이 연구는 사전에서 추출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표상하는 감정단어를 수집했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선행연구

안신호, 이승혜, 권오식(1993, 1994)은 Bush(1972)의 방법을 기반으로 한국어 감정단어 목록을 제작하였다. 국어사전에서 3,582개의 단어를 수집한 후, 연구자와 대학원생이 1,340개로 선정하고, 대학생들에게 성격, 행동, 감정, 신체감각의 네 범주 중 하나에 할당하도록 하여 213개의 최종 감정단어 목록을 완성하였다.

한덕웅과 강혜자(2000)는 일상생활 경험, 국어대사전, 선행연구들에서 감정단어들을 총합하여 1,515개의 목록을 얻었다. 연구자들이 심사하여 818개로 줄인 후, 유학사상의 4단 7정 감정단어 16개를 추가하여 834개의 최종목록을 마련하였다.



3. 기본정서 이론과 정서의 차원이론


기본정서 이론

기본정서 이론(Basic Emotions Theory)은 개별정서이론(Differential Emotions Theory)으로도 지칭되며, Ekman과 Izard 등 Darwin의 진화론 영향을 받은 학자들이 대표한다. 이 이론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문화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기본 정서들(기쁨, 분노, 슬픔, 공포, 혐오 등 8~14개)이 존재한다

이들 정서는 진화론적 적응가치 때문에 발달되었다

기본정서들은 각 정서마다 고유한 얼굴표정, 생리적 변화, 행동경향성 등의 특징들을 보유한다


기본정서 이론에 대한 비판

학자들마다 기본정서의 수와 내용에서 일치를 보이지 않는다

기본정서와 비기본정서를 구분할 근거가 설득력이 없다

얼굴표정이나 생리적 지표들이 정서 간 변별의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한다


정서의 차원 이론

정서의 차원 이론(Dimensional Theory of Emotion)에 따르면, 개별정서는 고유한 특징들을 보유한 상호 독립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소수의 차원(혹은 성분)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개인이 개별정서를 타고나거나 생래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정서적인 성분들이 환경과 유기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서로 형성되어 나간다고 주장한다.



4. 정서의 구조 연구


정서의 구조를 밝히려는 연구들은 얼굴표정의 유사성 평정, 자기보고 정서체험의 요인분석, 정서단어의 유사성 분류 등의 방법에 의존한다.


얼굴표정 연구

Schlosberg(1952)의 연구에서는 '쾌-불쾌'와 '주의-거부'(attention-rejection)의 2개 차원이 발견되었으며, 후속 이론적 논문에서 '수면-긴장'(sleep-tension)이 제3의 차원으로 제시되었다. Abelson과 Sermat(1962), Gladstones(1962), Russell(1978) 등의 연구에서도 활성화 수준 차원 및 쾌-불쾌 차원이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자기보고 정서체험 연구

Russell(1980)은 28개의 대표적인 감정형용사들에 대한 평정자료를 요인분석한 결과 '쾌-불쾌'와 '활성화 수준'의 두 차원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안신호 등(1994)의 개관에 따르면, 다양한 연구들에서 5~11개 차원이 자료를 설명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쾌-불쾌 차원은 항상 중요한 차원으로 등장했지만 활성화 수준 차원은 찾기 힘들었다.

Watson 등(Clark & Watson, 1988; Watson & Tellegen, 1985)은 정서체험이 '정적 감정'(positive affectivity)과 '부적 감정'(negative affectivity)의 두 개의 독립된 단극차원에 의해 더 잘 설명된다고 주장하였다.


정서단어 연구

Averill(1975)은 558개의 정서단어들을 의미 미분 방법(semantic differential method)으로 분석하여 '평가'(evaluation), '활동성'(activity), '힘'(potency)의 세 차원을 발견했다. Russell(1978)에 따르면 평가는 '쾌-불쾌'와 가깝고 '힘'과 '활동성'은 '활성화'와 유사하다.

안신호 등(1993)의 연구에서는 213개의 한국어 감정단어를 12가지 군으로 나누어 분류하게 한 후 MDS 분석한 결과, 제1차원으로 '쾌-불쾌'가 밝혀졌지만 제2차원으로 '활성화 수준'은 나오지 않았다. 안신호 등은 영어 감정단어 목록에 'sleepy'나 'tired' 등 활성화를 나타내지만 감정단어로 간주되기 어려운 단어가 포함된 결과라고 비판하였다.



5. 연구의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한국어 감정단어 목록을 마련하고 둘째, 이 목록을 기반으로 정서의 차원을 밝히는 것이다.

새로운 감정단어 목록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세대학교 언어정보개발연구원(1998)에서 현대 한국어 어휘들의 빈도를 조사하여 어휘총집을 만들었기 때문에, 빈도가 높은 중요한 어휘들이 누락되거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어휘들이 선정되는 표집 오류를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안신호 등의 목록에는 '뒤숭숭하다', '궁금하다', '꿈같다' 등 감정상태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려운 단어들이 포함되었다

선행연구들의 단어목록에 비감정단어들이 포함된 이유는 감정의 의미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감정단어를 평정시킨 것과, '동기'나 '관계' 등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배제시키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 1. 한국어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

연구 1의 목적은 정서의 차원을 탐색하는데 기초 자료로 사용될 정서단어들의 목록을 마련하고, 선정된 단어들에 대해 원형성, 친숙성, 쾌-불쾌, 활성화 수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연구 1-1. 감정단어 목록에 포함될 단어들의 선정

방법

참가자: 서울대학교 정서연구실에서 감정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원 10명(박사 2명, 박사과정 1명, 석사 졸업생 2명, 석사 과정생 5명)이 참가하였다.

재료: 연세대학교 언어정보개발연구원(1998)에서 제작한 '현대 한국어의 어휘 빈도' 자료집을 기초자료로 활용했다. 이 자료집은 최근 10년 동안 출판된 신문, 잡지, 소설 및 수필, 취미 및 교양, 수기 및 전기, 국어 교과서, 희곡 및 시나리오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빈도 7 이상인 총 64,666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절차

1차 감정단어 선정: 총 64,666개 단어에서 형용사 3,235개, 동사 10,301개, 명사 38,739개 등 총 52,275개의 단어를 추출하였다. 5명의 연구원에게 2주일에 걸쳐 감정과 관련된 단어를 체크하도록 하여 3,781개를 선별하였다. 이후 연구원 전원(10명)이 검토하여 6명 이상이 감정단어라고 판단한 1,218개로 줄였다.

2차 감정단어 선정: 형태론적 이형체를 정리하는 기준을 정하였다. 형용사, 동사, 명사의 순서로 단어들을 남기는 방식을 취하였다. 예를 들어 '걱정스럽다'(형용사)와 '걱정하다'(동사)에서 '걱정스럽다'를 남겼다. 감정표현을 기술하는 단어들('키스하다', '포옹하다' 등)은 배제하였다. 2차 선별을 통과한 감정단어는 총 788개였다.

최종 감정단어 선택: 788개의 감정단어 중 '성격', '신체감각', '감정표현(행동)', '동기', '관계' 등에 가깝지만 '감정상태'로 혼동될 수 있는 단어들을 배제하기 위해, 안신호 등(1993)의 네 범주에 '관계', '동기', '구로 표현될 경우 감정단어로 보이는 것', '기타'를 추가한 여덟 범주를 사용하였다. 연구원 8명 중 6명 이상이 '감정상태' 범주에 할당한 단어는 총 434개로서 최종 감정단어 목록으로 정하였다.


연구 1-2. 감정단어의 원형성과 친숙성 조사

방법

참가자: 한양대학교 학부생 136명 중 불성실 응답자 17명을 제외한 119명(남 79명, 여 40명)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절차: 434개의 단어를 100개 정도씩 한 페이지에 넣고 원형성('감정단어의 매우 좋은 예이다'~'감정단어의 매우 나쁜 예이다')과 친숙성('전혀 친숙하지 않다'~'매우 친숙하다')을 7점 척도로 평정하게 하였다.


결과

원형성 평균값의 범위는 2.25(회오)에서 5.98(기쁘다)이었고, 친숙성 평균값의 범위는 1.70(회오)에서 6.19(기쁘다)였다.

원형성 평균값이 가장 낮은 단어들은 '회오', '송연하다', '시름겹다', '떠름하다', '기껍다' 등이었고, 가장 높은 단어들은 '신나다', '반갑다', '즐겁다', '행복하다', '좋다', '기쁘다' 등이었다.

어휘자료집의 빈도와 친숙성은 정적 상관을 보였지만 상관정도는 높지 않았다(r=.26, p<.01). 원형성과 친숙성은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r=.88, p<.01).


연구 1-3. 감정단어의 쾌-불쾌 및 활성화 수준 조사

방법

참가자: 경상대학교와 한양대학교 학부생 246명(남 138명, 여 108명)이 참가하였다.

절차: 한양대학교 학부생 123명이 '쾌-불쾌' 정도를, 경상대학교 학부생 123명이 '활성화' 정도를 7점 척도로 평정하였다.


결과

'쾌-불쾌' 평균값의 범위는 1.29(울화통)에서 6.24(홀가분하다)였고, '활성화' 평균값의 범위는 1.90(안락하다)에서 6.66(열광)이었다.

불쾌 감정단어들(312개)의 빈도가 쾌 감정단어들(122개)의 빈도보다 높았다. 고활성 감정단어들(262개)이 저활성 감정단어들(172개)의 빈도보다 높았다.

쾌-불쾌와 원형성이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r=.48, p<.01). 활성화는 쾌-불쾌, 원형성, 친숙성 어느 것과도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 1 논의

본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어휘빈도를 고려하여 일정빈도(빈도 7) 이상의 단어들을 기본재료로 감정단어들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선행 연구들과 차별화된다. 감정전문가들이 감정단어 선별을 담당하고, 여러 단계의 시행을 거쳐 신중하게 단어들을 선별했으며, 여덟 범주를 사용하여 감정단어를 엄격히 선별하였다.

불쾌 감정단어의 비율이 쾌 감정단어보다 높게 나온 점은 기본정서 이론가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인류의 진화사에서 쾌 정서보다 불쾌 정서의 구별과 대처가 보다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 2. 정서의 차원 탐색

연구 2의 목적은 정서의 주요한 차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 2-1. 자유 유사성 분류과제를 통한 정서의 차원 탐색

방법

참가자: 서울대학교 학부생 40명(남 28명, 여 12명)이 참가하였다.

재료: 434개 단어 중 원형성과 친숙성 모두 평균 4.0 이상인 225개에서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어 87개 범주로 분류하였다. 각 범주별로 원형성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것을 대표단어로 선택하였다.

절차: 87개의 대표단어가 적힌 카드를 의미의 유사성에 따라 분류하도록 지시했다. 1차 분류에서는 범주 수를 많도록 하고, 2차 분류부터는 앞 분류의 반으로 범주 수를 줄여가며 분류하도록 했다. 과제 수행 시간은 평균 1시간 20분이었다.


결과

유사성 지표를 집계하여 87×87 행렬을 만들어 MDS ALSCAL로 분석하였다. 첫 번째 차원에서는 반하다, 즐겁다, 행복하다, 정겹다 등이 한 극을, 실망하다, 화나다, 미안하다, 억울하다 등이 다른 극을 이루었다. 이 차원은 '쾌-불쾌' 차원으로 해석되었다. 두 번째 차원에서는 괘씸하다, 황당하다, 배신감, 싫증 나다 등이 한 극을, 절망하다, 안타깝다, 상실감, 후회하다 등이 다른 극을 이루었다. 이 차원은 '활성화'로 해석하기 어려웠으며, 잠정적으로 '타인 초점적-자기 초점적 정서' 차원으로 명명하였다.


연구 2-2. 제한 유사성 분류과제를 통한 정서의 차원 탐색

방법

참가자: 서울대학교 학부생 40명(남 30명, 여 10명)이 참가하였다.

절차: 단어들을 1차 분류에서 두 범주로 나누고, 2차 분류에서는 각 범주를 다시 두 범주씩으로 나누며, 3차 분류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하였다. 과제 수행 시간은 평균 40분이었다.


결과

첫 번째 차원에서는 반하다, 즐겁다, 재미있다, 평화롭다, 편안하다 등이 한 극을, 실망하다, 의심스럽다, 약 오르다, 미안하다, 샘내다 등이 다른 극을 이루었다. 이 차원은 '쾌-불쾌'로 해석되었다. 두 번째 차원에서는 증오하다, 배신감, 경멸하다, 괘씸하다 등이 한 극을, 놀라다, 황당하다, 망설이다, 안타깝다 등이 다른 극을 이루었다. 이 차원은 여전히 '활성화'보다는 '타인 초점적-자기 초점적 정서'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료에 더 가까웠다.


연구 2 논의

두 과제 모두에서 첫 번째 차원으로는 '쾌-불쾌' 차원이 나왔으며, 두 번째 차원은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웠지만 잠정적으로 '타인 초점적-자기 초점적 정서' 차원으로 명명하였다. 첫 번째 차원은 사용된 재료나 분류과제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쾌-불쾌' 차원으로 나오지만, 두 번째 차원은 재료나 분류과제의 영향을 받는 비안정적인 차원이다.

영어권 연구들과 달리 본 연구에서 '활성화' 차원이 나오지 않은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어 감정단어의 경우 단어 하나하나가 쾌-불쾌의 정도는 비교적 잘 전달하지만 극단적인 활성화 수준은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활성화 수준을 나타낼 때는 감정단어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우', '대단히', '아주', '전혀' 등 부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87개 대표 단어를 분석한 결과, 7점 척도에서 극단값(1~1.99와 6~6.99)을 가진 단어들은 '쾌-불쾌' 차원에서 17.2%인데 비해 '활성화' 차원은 1.1%에 불과했다. 중간값(3~4.99)을 가진 단어들은 '쾌-불쾌' 차원에서 12.7%이고 '활성화' 차원에서는 67.8%에 이르렀다. 이는 감정단어가 활성화의 극단적인 수준을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성화' 차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앞으로 정서의 구조를 확인하는 연구에서 유의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감정단어의 분석이 정서체험의 구조를 밝힐 것이라는 생각은 재고해야 한다. 언어적 정서표현의 분석은 정서의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을 제시해 준다

얼굴표정이나 목소리나 제스처 등이 정서 커뮤니케이션의 어떤 측면들을 각각 담당하는지 밝히는 것도 정서의 구조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감정단어들의 분석을 통한 정서차원의 확인은 감정단어 목록에 어떤 단어들이 포함되었는지와 어떤 분류과제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