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학습법(Effective Learning)
학습은 기억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억과 근육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억을 조금 쉽게 이해 근육에 빗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가 근육을 기를 때 무거운 무게를 들며 강도 높은 훈련을 합니다. 기억에서도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움들이 우리의 기억을 더 효과적으로 증진시킵니다. Bjork는 이런 점을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이라 명명하였습니다. (Bjork & Linn, 2006). 또한 앞으로 소개드릴 학습방법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1. Testing effect (검사 효과)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시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 없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연구결과는 학생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가 봅니다.
Spitzer의 실험 연구에서 91개 초등학교의 3,605명의 6학년 학생들에게 짧은 글을 읽게 하고 즉시 독해능력에 대한 기초선을 측정하였습니다. 이후 학생들에게 객관식 시험을 보게 했는데, 절반 그룹만 미리 한 번 연습 시험을 보게 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보지 않은 채, 1일 혹은 7일 후에 다시 보게 했지요.
그림 1을 보면 전반적으로 기초선에서 상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하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모두 연습 시험은 이후의 시험 성적을 더 잘 받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 향상이 약 20%로 하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12% 향상한 것에 비해서 크게 나타났습니다.
여러 공부 방법의 상대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실험(Dunlosky et al, 2013)에서, 가장 높은 효용성을 받은 방법은 연습 시험을 보기(practice testing)였다고 합니다. 기억하고 있는 정보를 가능한 많이 인출해낼 기회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Testing effect는 여러 가지 다른 실험들에서도 크게 지지받고 있습니다.
2. 집중학습 vs 분산학습
여러분에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단 하루 남았다고 해봅시다. 여러분께서는 그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쓰시겠습니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4시간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에 따라 학습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일정을 어떻게 짜느냐 에 따라서 우리는 분산학습과 집중학습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림 1에서 빨간색처럼 4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공부를 하는 방식을 집중학습이라 하고 초록색처럼 1시간씩 공부하는 방식을 분산학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처럼 학습 -> 집중학습
초록색처럼 학습 -> 분산학습 -> 장기기억에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들은 집중학습보다 분산학습이 더 효과적인 학습방법임을 보여줍니다. 분산학습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분산학습에서는 학습시간 사이에 간격이 있고, 이때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각 학습시간이 독특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변화가 기억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학습내용과 관련 없는 상황이 맥락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3. Spacing effect (간격 효과)
학습시간 간 간격을 두고도 우리는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Bahrick의 실험(Bahrick, 1979)에서 학생들은 스페인어 단어의 번역을 학습했습니다. 이후 학생들은 6회의 추가 세션에 참여하여 스페인어 단어의 번역을 재학습 하였습니다. 재학습 세션의 간격은 0일, 1일, 30일 간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0일 조건에서는 6번째 세션에서 거의 완벽한 정확도를 얻었습니다. 1일 조건에서는 0일 조건보다 전반적으로 각 세션에서 더 잊어버린 양이 많았지만 6번째 세션에 와서는 거의 0일 조건과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얻었습니다. 30일 간격의 조건에서는, 세션에서 잊어버린 것이 훨씬 더 많았으며 6회의 세션 후에서도 다른 두 조건에서 관찰된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각 집단에서의 6회의 세션이 끝나고 30일 후의 결과를 보면, 정확도는 역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습 간격이 클수록 장기 보존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 바람직한 어려움
하룻밤만의 벼락치기 운동법을 시도한다고 해서 멋진 근육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기억도 근육과 마찬가지의 속성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마블리(마동석 분)가 근육을 키운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기억을 습관적으로 훈련해봅시다. 마음에서도 ‘No pain, no gain.’입니다.
반복 학습을 하는 시간의 간격이 늘어나면, 학습 내용의 기억 흔적이 약해지고, 약해진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해집니다. 적은 단서들을 활용하여 어렴풋한 기억을 복구하기 위해, 머리를 최대한 쓰게 되지요. 분산학습에서 시간 간격을 늘리는 것은 기억 인출에 어려움을 주지만, 그런 어려움의 극복이 기억의 힘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산 학습의 이점은 앞에서 설명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일으킬 확률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5. Elaborative Interrogation (정교화 질문)
정교화 질문은 ‘왜’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본인이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시된 재료에 대한 기억을 향상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상물도 함께 저장이 되기 때문에 풍부하고 한층 더 정교한 맥락을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개념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자기 설명은 좋은 학습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Woloshyn의 연구 (Woloshyn et al, 1992)에서 캐나다와 독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캐나다와 독일의 지역들을 학습시켰습니다. 캐나다 학생들은 캐나다의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을, 독일의 학생들은 독일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이 더 많은 상태였고 학생들은 더 많은 사전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더 많은 정교화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1. 기존 지식이 많을수록 학습 수행이 더 좋아진다.
2. 정교화를 하려 하고 할수록 학습 수행이 더 좋아진다.
Highlighting, Underlining (밑줄 치기)
밑줄 치기는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학습 전략입니다. 하지만 연구 증거들은 이 방식이 유용성이 낮다고 평가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들은 밑줄 치기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이라이팅은 메타인지를 줄여서 학습 착각에 빠지게 하여 학습에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다.
이것은 학습자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밑줄을 쳐야 할지’ 알 때, 혹은 글이 어려울 때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더 높은 수준의 작업에서는 실제로 성능을 해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그림의 자까 (네이버 웹툰 ‘대학 일기’ 작가 분)와 같이 밑줄이 가득한 책을 보면 실제로 안다는 착각을 발생시키기도 하지요. 무언가를 배우거나 실행할 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해요. 이러한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하는데,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사고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수행하거나 배우는 과정에서 어떠한 구체적 활동과 능력이 필요한지를 알고, 이에 기초해서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하여 적절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학습 방법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 학습법의 인기와 앞으로의 지속성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연구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밑줄을 치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