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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jette Dec 24. 2016

2016년의 땡땡땡

언제나 그렇듯이, 제멋대로 이지러진 해. 

올해도, 올해의 나름 중요했던 무언가를 올려보도록 한다.(책, 영화는 이전 포스트에서 했으니 제외)

이 것이 늘 그렇듯 별로 쓸데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한 해를 돌아보면서 중요했던 무언가들을 기록해 두는 건, 나를 위해 좋을 것이다. 아마도.

(2015.12.27~2016.12.24)


올해의 이벤트

이직

나의 연간 이벤트를 보면 이사와 이직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런 거대한 이벤트가 매년 팡팡 터져 주는  덕분에 다른 이벤트가 들어갈 틈이 없다. 조금은 서글픈 일이지만, 나의 '이사' 보다는 '이직'이 머금고 있는 긍정적인 기운이 많으므로, 어쨌든 그나마 나은 일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든, 특히 이번에는 100% 내 결정으로 이루어진 일이니까.


올해의 공연

Ringo Starr and his All-Star band

사실 별로 크게 기대한 공연도 아니었고 펜타의 스웨이드 공연에서 워낙 멘탈 쇼크를 많이 받아서(...) 고민을 좀 했지만, 아 됐어 이제는 토토 내한 같은 거 안 와도 아무런 여한이 없다. 스티브 루카서-리처드 페이지 조합 넘나 좋구요....이 사람들이 연주하는 [Africa][Hold the line] 들었으니 됐어 다 필요없어(...) 


올해의 여행

제주도(4/20~4/22)

절에 들어가 있던 시간도, 혼자 제주도를 걸었던 시간도, 미친 척 하고 질렀던 동유럽도 모두모두 잊지 못할 여행이지만 올 봄의 제주도가 유난히도 뜻깊었던 것은 어머니와 둘이 가 본 처음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뭐 모녀 간에 많은 이야기를 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일찍부터 나와 살고, 성격도 무뚝뚝해서 가족과의 소통이 적은 인간이 되어버려서,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혹은 어머니께서 '아이고 저기도 좋겠다. 언제 또 둘이 같이 가자' 이런 말씀을 하실 때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이다. 


올해의 야경

부다페스트의 야경

올해의 여행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도저히 이 걸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다. 하...정말 넉다운되었던 부다페스트의 야경...여러분 동유럽 가시면 빼먹지 말고 무슨 유람선이냐 유치하게 이런 말씀 하지 마시고 정말 보세요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헤더 이미지는 일부고...(그나마도 아이폰으로 찍어서 화질도 별로다) 정말이지 mind-blowing 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검은 배경과 노란 불빛과 강에 찰랑이며 비치는 이미지의 조합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광경이었다.


올해의 게임

삼국지 13

네 원래는 문명 6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제가 아직 문명 6을 다 못 깬 관계로..(어흑) (그러게 왜 내가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야 했는가...내 주말 돌려달라)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캔디 크러시 소다 사가도 아직까지 하고 있다는 것!! 아 이 나님의 쓸데없는 끈기. 왜 나에게는 '질린다' 라는 것이 별로 없는가.....적당한 질림은 사람 사는 데에 꼭 필요합니다..


올해의 드라마

And then there were none

https://www.youtube.com/watch?v=JyPeQM4OgyU 

BBC에서 한 3부작 드라마다. 물론 내가 [Westworld]를 봤으면 아마 이것을 꼽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시즌 1을 다 못 본 안타까운 관계로(다시 한 번, 내 주말 돌려내...) 이건 꼽을 수 없었다. 어쨌든, 동명의 크리스티느님의 추리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인데, 별 기대 안 했으나 정말 근사하면서 긴장감 넘치게 잘 뽑아냈다. 워낙에 좋아하는 소설이라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라 내용은 다 알고도 넘치지만,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모던하게 조율해서 혹여나 나올 지도 모르는 촌스러움을 배제했다. 훌륭한데 영드인데다 짧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라서 안타깝다.


올해의 맥주

Barrel Aged Old Rasputin XVIII Aged In Wheat Whiskey

하아 올드 라스푸틴은 그 자체로도 진리인데 이걸 배럴에서 숙성시킨 건 더욱 훌륭하고요...더 무서운 건 그 배럴이 wheat와 rye버전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또 맛이 넘나 적나라하게 차이가 나서 당황스럽고. 하지만 wheat쪽이 좀 더 부드러워서 취향이었다고. (bourbon 에 숙성시킨 XIX버전이나 Rye 버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특히 이걸 드래프트로 마실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올해의 사진

프로필 사진

어찌어찌하다 프로필 사진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페북과 카톡 프로필로 해놓았더니 아주 흥한다고 한다.광학과 컴퓨터 공학의 승리. 최소 5년은 두고두고 쓸테다. (...) 사진은 생략. 


올해의 뮤지션

Brett Anderson(Suede)

아니 그래 예전에도 Suede좋아하긴 했는데...솔직히 이번에 펜타에서 스웨이드 공연 본 사람들 중에 돌아와서 스웨이드 앨범 안 훑은 사람 얼마 안 될 거라고. (...) 하 그 음향 박살난 공연에서도 그 정도라니 (혼절) 네 솔직히 솔로앨범까지 훑은 사람이 여기 있다. (펜타 공연 촬영한 것들을 올려볼까 하다가 참기로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보시압. 특히 So Young 강추고요(야))


올해의 문화 이슈

망자의 그림자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 움베르토 에코님도, 데이빗 보위도, 또... 이제 내가 나이를 정말 먹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더 이상 다른 좋은 분들을 못 받아들이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이제는 정말 더욱 더 망자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야 하겠지. 서글픈 일이다.


올해의 지름

맥북 프로

이것저것 잔뜩 질렀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앱등앱등한 한 해. 특히 6년 쓴 맥북 에어 1세대를 보내고 새 맥프레를 맞이했다. 몇 달 지나니까 새 버전이 나온 것은 조금 서글프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잘 하고 있다. 좀 더 많은 것을 같이 하자. 



그러니까,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아직 더 멋대로 일그러질 형태가 잔뜩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살을 붙이는 것이든, 떼어내는 것이든, 어떻게든. 


덧. 작년의 땡땡땡은 대강 이랬습니다. https://brunch.co.kr/@cojett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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