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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jette Dec 27. 2015

2015년의 땡땡땡

올 한 해, 찬란하지는 않았어도 회색은 아니었다. 아마도.

올 한 해도 나름 다사다난했고, 그다지 잘 보낸 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생의 1/n이고, 남들에게는 별 거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소소하게, 올해를 기념해 보자.


(2014.12.24~2015.12.26)


올해의 행사

2015 Strata+Hadoop World London : 네. 제가 여기서 발표를 했는데요. (...)

올해 운을 여기다 다 쓴 것 같은 느낌이고 그만큼 올해 전반부의 시간도 다 여기에 투자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어쨌든 살다보니 이런 데서 발표도 다 해보고. 준비한 것에 비해서 발표는 잘 못 한 것 같아 영 부끄럽고 들인 시간에 비해서 별로 효용성은 없어서 어찌 보면 아이고 의미없다 아이고 의미없네지만 그래도 나름 나 자신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과연...)


올해의 여행

일본 여행(교토+북큐슈)

      스트라타 다녀오면서 들른 영국, 제주도, 정읍, 이다님 댁 방문 모두모두 즐거웠지만, 스타워즈 기차도 타보고 에바 신칸센도 타 보고 료칸도 가 본, 눈 딱 감고 지른 오랜만의 일본 여행의 임팩트가 역시. (...)


올해의 게임

Candy Crush Soda Saga

아 그만 좀 해야 하는데.... orzorz


올해의 이벤트

이사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늘 큰 행사다.  다만 이사가 2년 연속 올해의 이벤트로 올라온 다는 것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은 삶을 뜻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인 일이 있어서, 언젠가 다시 말을 풀 날이 있겠지요.

어쨌든 원래 편하게 살던 동네로(회사에서는 좀 멀지만) 다시 돌아와서, 좋아요.


올해의 공연

Paul McCartney Seoul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 눈 앞에서 폴맥경이....(생각하니 또 운다)


올해의 음악 발견

Dave Brubeck + Paul Desmond

물론 다들 오래 된 분이고 몰랐던 분들도 아닌데, 이 두 분이 갑자기 귀에 확. 특히 엄청 감정적으로 녹아드는 폴님의 색소폰에 재즈 치고는 정박 교향곡 스타일(?) 즉흥 연주를 겁내 멋지게 해내시는 데이브님 둘이 딱 어울리기 시작하면 아주 환상의 조합이 아주 그냥... 그래서 이 두 분의 iTunes Store 음원을 박박 긁고 특히 이 두 분이 따로 또 같이 연주한 All the things you are 는 버전 별로 매우 열심히 듣다 못해 어떤 건 악보를 따고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12Ahmng5ee0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버전인 Newport Jazz Festival 버전 한 번 보고 가시죠.


올해의 식사

유후인 료칸 가이세키

여행에서-특히 혼자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잘 챙겨먹기도 힘들거니와, 그다지 이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거나 한 적이 없어서 여행에서 아주 인상적인 것을-특히 식사로- 먹은 기억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료칸의 가이세키는...정말...하... 그래 이런 맛에 맛있는 것을 챙겨먹으러 다니는구나. 싶은.


올해의 차

Upton Baker Street Blend

랍상소총과 아쌈과 기문이라는 훌륭한 차들의 적절한 블렌딩으로 만들어진 홍차. 랍상소총만 마실 때의 부담스러움을 살짝 줄여주면서도, 특유의 훈연향이 적절히 배어있는 채 기문의 묵직한 우아함과 아쌈의 진한 향이 잘 조합된, 장점만 빼다모아 우아하게 섞인 듯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차. 접한 건 작년이지만 올해 아예 대량으로 사서 조금 쌀쌀하거나 쓸쓸한 아침에 우려 마시는데 아주 그냥.


올해의 사진

내가 올해 좀 인생샷들을 찍었다.

네. 한 해에 이런 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요. (당당)


올해의 변화

커트머리

올해 그냥 덥다 + 집에서 별 말 안 할 것 같아졌다 라는 생각에 머리를 한 번 커트를 쳐봤는데...네. 주변에서 호평이 이어지는 게 나쁘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이게 미용실도 자주가야 해서 귀찮고 역시 나는 단발머리가 진리인 것 같다. 웬지 내 정체성이 달라진 것 같달까...그래서 기르는데 이 머리가 잘 안 길어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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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는 뇌를 어디다 빼놓은 듯한 것이, 정신이고 마음이고 가는 데가 별로 없어 올해의 무언가를 꼽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어디서 이런 항목 카피해서 떠올리는 작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을 지경. 그래도 소소하게 이런 걸 짚고 넘어가는 건, 늘 꽤 재미있자. 의미도 있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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