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jette Dec 27. 2015

2015년 회고

 모든 것의 시작에 서서 다시 앞으로 '전진하는' 여행.

I like living. I have sometimes been wildly, despairingly, acutely miserable, racked with sorrow; but through it all I still know quite certainly that just to be alive is a grand thing. - Agatha Chistie


벌써 올해도 5일도 남지 않았다. 늘 그렇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올해는 딱히 연말이라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고 정신은 하나도 없는데 어머 벌써 연말 정리야?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래도 한 번씩 이렇게 끊고 넘어가는 것은 나름대로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면서 낫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으므로 부랴부랴 상반기 회고도 돌아보면서 올해의 이것저것을 정리해 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올해도 역시나 나의 다이나믹함은 떨어지지 않고 이제는 좀 그만 다이나믹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안정적으로 살기’가 한 해 목표였던 게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나와 안정적인 삶은 그다지 거리가 없나보다. 안정적인 듯 보이면서도 내부는 휘청휘청 안은 너덜너덜. 


언제부터 이런 강박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어떻게든 내 힘으로 서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이런 강박이 심해진 것 같은데, 개인 실력과 이력을 어떻게든 계속 쌓아야 한다는 것. 

그런 강박에 비추었을 때 올해는 영 불편한 한 해였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었던-어쨌든 월드 무대 데뷔!! (...) - 개인적으로 올해 최대의 행사였던 Strata Conference에 나가서 발표도 하고 이 걸로 외국 데이터 하시는 분들이랑 미약하게나마 엮이고 소통도 했었다. 정말 다른 데서는 못 할, 개인에 있어서 진짜 재밌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아쉬워지는 것이다. 여기에 들인 시간(올해 최소 4개월은 여기에 다 들이붓고, 다녀온 다음 탈진해서 쭉 놀았으니(핑계도 좋다))과 노력  등을 생각했을 때, 과연 이 발표 하나가 이후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하면 잘 모르겠는 것이다. 그냥 어느 흔한 발표 하나.가끔 있는 것도 아니고 벌써 이 이후에도 올해 두 번이나 더 한, 이제는 그냥 지나간 겨우 하나의 컨퍼런스.훌륭하신 분들은 여기저기서 이런 발표 뛰는 게 일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정말 빛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도 수두룩할텐데.


물론, 후회는 하지 않는다. 1년 전으로 돌아가서, accept 메일을 받는다면, 나는 다시 바로 오케이 하고 발표 준비를 그만큼 들여서 할 것이다.  늘 그렇듯,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내가 언제부터 효용성 같은 거 따져가면서 살았다고. 

다만 하반기는 영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신나게 놀았으면 다시 신나게 무언가를 하거나 자기 역량이라도 쌓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뭔가 갑자기 슬럼프 만빵에 바닥을 기면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아예 아무 것도 안 했다면 좀 아쉬우니까, 굳이 따지자면 나름 MOOC 같은 것도 조금 듣고, 나름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도 잠시 진행하려고 했지만 애초에 틀려먹은 것을 알고 멀리멀리 던져버리고 다시 리셋되다보니 다시 바닥을 파고. 그러다보니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러다 겨우 11월쯤 되어서야 정신을 조금 차린 것 같다.  슬럼프로 점철된 하반기는 영 서글프다.


 그래도 올해 FDS 쪽 일을 하게 되면서 그간 크게 접할 일 없던, 혹은 얇게만 접하던 Fraud detection이나 Anomaly detection을 실제로 접하고, 이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서 나름 재미있었다. 'Big data'만큼 뜨겁게 부풀어오른 단어인 'Fintech'에 대해서도 탐색해보는 기회도 되고. 내년에도 이 일을 계속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미래는 예측불허, 그래서 생은 의미를 갖는다나. 난 이 말이 참 싫다. 언제쯤 이 말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 이 분야가 뻥튀기 되고 있는 만큼 허언과 욕심과 비논리적 이슈들이 팽배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이 분야에서는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 것 같아서, 계속 해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1년이나 한 데인데 그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꽤 피곤한 해였다.집 이사 관련해서 올 초부터 지금까지, 피곤함이 줄긴 했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새해에는 끝이 나겠지. 잃은 것도 많지만 그래도 레벨업하는 기분이다.


무언가 내내 정신을 어디다 빼놓고 지내고 있는 한 해다. 먹고사니즘은 여전히 편하거나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간이 너무 길어 많은 것들이 다 재미없어 보였다. 책도 많이 못 읽었고, 그렇다고 무언가 눈에 띄는 걸 한 것도 없고, 그나마 이사 후 도장도 가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지금 겨울이고 춥고 어쩌고 여행다녀오고 하면서 다 째고 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아니며, 어떤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소소한 아쉬움이 한가득 찰랑거린다. 


아마도 나는 이렇게 계속 혼자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그 사람들은 어쨌든 주변인이고, 나는 오롯이 나의 인생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지만, 결국은 강해지고 보다 레벨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늘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삶은 늘 다이나믹하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 왕왕 일어난다. 그나마 이런 걸 줄이려면  내가 좀 더 능력자가 되어서 내가 좀 더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야겠지. 하지만 그게 뭔가 먹는 건가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능력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타고 나는 걸까. 내가 무슨 금수저도 아니고 슈퍼파워를 가진 것도 아닌 그냥 흔한 잉여일 뿐인데 심지어는 능력자 되는 법도 모르겠다. 역시 캐삭하고 신규서버에서 새 캐릭터... 이제는 늙어서 어떤 제다이도 나를 파다완으로 받아줄 리도 없겠지만 받아준다면 냉큼 들어가고 싶다. 아니면 어디서 포스를 받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그것으로 바뀔 것이다.


슬럼프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우울모드에서는 벗어나지 못해서 새해에는 무언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은 솔직히 아직 별로 없다. 올해가 간다는 것도 아직 안 와닿는데 뭐. 그래도 조금 더 밝아지기 위해서(?) 한 번 써보기라도 하자. 

하지만 일단 지금 간단히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그만 배째고 좀 해서(...) 새해 초에는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번역이든 무엇이든 어쨌든 이력상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좀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그렇다 올해는 번역도 하나도 못 했다. 좀 하고 싶다. 음. ) 시간과 돈이 된다면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안되면 벨기에 맥주 투어라도 가고 싶다. 내년엔 책도 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배우고 싶고, 친한 능력자분들, 좋은 분들과 더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다. 피곤한 일들은 좀 그만 일어나고, 좀 더 즐겁고 차분하여 쓸쓸하지 않고 덜 흔들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그만 땅을 파고 좀 더 활기차게 살아야 이게 다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필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실패로 좌절하거나 세상의 칭찬에 으쓱해져 한눈팔지 말고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 말러


작가의 이전글 2015년의 땡땡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