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뉴스를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
한 지인이 종편채널 뉴스 기사를 하나 보내줬다. 제목은 '의사라 봐주고 로스쿨생이라 봐주고'였고, 내용은 강제추행을 한 의사와 로스쿨생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라는 이른바 봐주기식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님들이나 정치인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특별 사면받는 것을 수시로 지켜보고 분노해 왔는데(무전유죄 유전무죄!) 법원이 이제 학벌과 직업으로도 차별을 한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런데 기사에서 나타난 의사와 로스쿨 생 등 3인의 범행을 잘 살펴보니, 이게 정말 비상식적인 판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위 3인의 범행 내용과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의사 A의 경우
의사 A는 진료 과정인 양 환자 B씨의 바지를 벗기고 "남자친구가 있느냐, 성관계는 했냐"고 물은 뒤 의료용 장갑도 끼지 않고 내진했다. 법원은 A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간 의료기관에 취업을 제한받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 의사 C의 경우
의사 C는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여성 환자의 가슴 등 신체를 만졌다. 재판부는 C씨가 사건 이후 로스쿨에 다니는 것을 감안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변호사 자격 취득에 장애가 생기는 점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 의사 박모씨의 경우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모 치대 교수 박모씨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기사에 범행 내용이 간략하게만 서술되어 있고 초범인지 재범인지에 대한 내용도 나타나 있지 않지만, 모두 초범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집행유예 선고가 특별히 현재의 양형기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다른 강제추행 사건과의 형평성을 말하는 것이므로 강제추행죄 자체의 양형 문제는 별론으로 한다).
지금까지 형사 합의부 국선을 담당하면서 여러 건의 강제추행 사건을 맡아 진행하였지만 단순 강제추행죄의 경우에 학생이건 일용직 노동자건 회사원 이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다. 동종 범행 전력이 있거나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범행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동반되었거나 강제추행과 함께 다른 범죄도 함께 기소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보통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었다.
판결문에 집행유예 선고 사유로 직업적인 부분을 참작한다고 기재한 것은-피고인들이 정상 사유로 주장하였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했을 테지만-일반인의 법감정을 고려할 때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판결 결과가 형평성을 잃은 것은 아닌 듯하다. 이 기사는 실제로 판결이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의사와 로스쿨생만을 강조하면서 교묘하게 읽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악마의 편집이 제대로 구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