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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Aug 24. 2021

찍고 와.

군대는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부조리.

'저기, 저 전봇대 보이지? 찍고 와'

군 시절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다.

부조리다. (군대에선 보통, 인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을 부조리라고 한다.)

보통 먼저 찍고 오는 순서대로 위에서 1,2,3등 정도를 끊어

쉬게 해 주고 나머지는 다시 뛰고 오는데,

선착순이 아니어도 슬렁슬렁 걸어 다닐 수는 없다.


사회에서도 이런 부조리는 흔히 일어나는데,

의도하지 않은 채로 일어나는 일이 더 많다.

보통 공기관이나, 은행, 보험 등의 업무를 볼 때 심하다.


오늘 내가 겪은 일이다.

1. 외국에 돈을 송금하기 위해 인터넷 뱅킹을 접속했다.

2. 절차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웬일인지 오류가 계속 떠 'XX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3. 하지만 ARS 메뉴에는 내가 원하는 항목이 없었다.

4. 다시 챗봇으로 접속했지만, 내가 원하는 항목이 없었다.

5. XX은행 00 지점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원하는 사항을 말했고, 필요 서류를 전달받았다.

6. 필요 서류를 어제 준비했다.

7. 오늘 00 지점에 방문해 약 한 시간을 기다렸다.

8. 창구에 필요 서류를 보여줬지만, 다른 서류 A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9. A라는 서류는 말도 안 해줬을뿐더러, 이전에는 간이로 은행 창구에서 진행해줬었다. 그 점을 기억하고 어필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10. 앱을 깔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해서 깔았지만, 공인인증서가 없었다.

11. 나는 비를 맞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12.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다시 오류가 뜬다.


말 그대로 찍고 왔다.

뭐 어떤 교훈적인 이야기를 적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나도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열 받는다.

난 이런 '찍고 오는' 부조리가 군대는 물론 사회에서도 사라지길 바란다.


아니 그리고 공인인증서는 없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공동인증서라는 것만 더 생기고, 대체 뭐가 없어진지 알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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