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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sky Oct 21. 2015

구글포토와 빅데이터, 그리고 빅브라더


2009년작 애니메이션 '동쪽의 에덴'이라는 작품에는 '에덴 시스템'이라는 화상인식검색엔진이 등장한다.

휴대폰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이 시스템은 카메라로 누군가는 비추면(찍는 게 아니다. 비추는 거다) 그 사람에 대한 프로필과 그가 인터넷에 남긴 글들이 휴대폰 화면에 모두 나타난다.

'증강현실(AR)'활용한 화상 검색엔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의 얼굴을 비추면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검색되는 '에덴 시스템'

동쪽의 에덴을 보다가 이 시스템에서 충격을 받은 건, 당시 'PicaSa'라는 이미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가능성을 봤었기 때문이다.

PicaSa는 '인물 태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금은 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당시에는 PicaSa만이 가진 독특한 서비스였다. 사진을 올리고 인물의 얼굴에 이름을 태깅 하면, 나중에 동일한 사람의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그 인물과 매칭 되는 이름을 태깅해 주었다. 애니 속 에덴 시스템을 보면서 난 피카사의 서비스가 떠올렸고, 에덴 시스템은 공상과학 속 허구의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5년 그 기술이 등장했다.


뭐 정확히는 동일한 형태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기술을 갖춰두고 서비스의 백단에서 그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상용화가 가능한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구글 플러스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4년에 PicaSa를 인수했다. 이후 꾸준하게 서비스를  업데이트했으며, 사진과 관련한 구글의 서비스에서 PicaSa의 기술들을 담았다. 그리고 최종 보스인 구글포토가 등장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구글포토는 굉장히 훌륭한 서비스다.

폰으로 찍은 사진은 자동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된다. 그것도 고화질의 사진을 무제한으로 말이다.

소팅 기능도 훌륭해서 장소나 사물로 분류된 캐비닛에서 원하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OSMU기능도 훌륭해서, 하나의 사진을 3~4가지의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서 전혀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포토를 뛰어넘는 사진 서비스는 아직까지 접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구글포토 출시 5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고 한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 포토의 검색 기능에 고유명사를 넣는 순간 약간은 소름이 돋을 수 있다. 구글포토 뒤에 숨은 '에덴 시스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구글포토에서 내가 기르는 고양이 이름인 'Liz'로 검색한 화면이다.

Liz로 태깅한 결과 값이 보여진다.

난 고양이 사진을 올리면서 Liz라는 이름으로 태깅을 했다. 그리고 이 화며은 그 태그를 기반으로 검색된 결과다. 


반면 '리즈'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태깅도 하지 않은 '리즈'가 검색되어서 보여진다.

이 사진이 무서운 건, 난 '리즈'라는 단어로 태깅 한 적이 없다는 거다. 

즉 구글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리즈라는 이름과 저 고양이 사진을 매칭 한 것이다.


이제 사람 이름을 넣어 볼까? 

유명 연예인 '김창완'을 넣어봤다.

'김창완'이라는 고유명사로 검색한 결과

몇 년 전 모 행사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검색된다.

당연히 난  김창완이라는 이름으로 태깅을 한 적이 없다.

역시 구글이 빅데이터를 통해 매칭 한 것이다.

유명인이라서 그렇다고?


그럼 일반인의 이름을 넣어 보자.

유명인이 아니어도 검색된다.

바로 사진이 뜬다.

이 사람 역시 그의 이름으로 태깅 하는 작업을 한 적이 없다.


재미있는 건, 내 사진이다.

난 인터넷에서 본명으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coldsky라는 닉네임으로만 활동을 한다.

그래서 구글 포토에 내 본명을 넣으면 내 사진이 거의 검색이 되지 않는다.

본명으로 검색한 경우 1장의 사진이 뜬다.

이 사진은 증명사진으로 사진관에서 내 본명으로 파일 이름을 만들어 줬기 때문에 뜬 사진이다.


그럼 coldsky로 검색을 하면 어떨까?

 

coldsky로 검색한 결과

coldsky로 검색하면, 구글포토에 저장된 내 사진이 대부분 뜬다.

재미있는 건, 본명에서는 검색되었던 사진인 coldsky에서는 검색되지 않는다.

즉 구글은 XXX라는 사람과 coldsky라는 인물을 전혀 다른 인물로 본다는 거다.


마지막 두 사진이 증명하는 건 단 하나다.

구글이 '내 폰'이 아닌,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사진만 있으면, 그 사람의 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구글의 백단에는 이미 에덴 시스템을 운용 가능할 수준에서 구현되어 있다는 거다.

다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서비스를 내 놓지 못하고 있을 뿐...


좀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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