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은이다.

by coldsky

'차는 은이다'

펄벅의 대지를 읽고 내 머리 속에 남은 유일한 문장이다.

막 시집온 며느리가 식사 후에 차를 내오자 이를 타박하는 시어머니의 대사다.


난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옛날이라서 그런가?'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황건적에게 잡혀서 보검을 내어줄 지언정 찻잎만은 지키겠다던 유비를 보면서도 저 대사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해를 하지 못하긴 매한가지였다.


뭐, 나이가 들어서도 티백만 죽어라 마시니, 그 몰이해는 꽤나 오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선물용으로 '세작'을 사다가 차 값에 놀라고 말았다. 한 줌도 안 되는 차 값이 내 일주일치 밥값과 만먹었다. 그것도 그나마 저렴한 것이....


그 시어머니가 왜 며느리에게 바가지를 긁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차를 선물받았다.
믹스 커피처럼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내가 차를 잘 끓여 먹을 리도 없고, 그냥 많은 양을 한 번에 끓여 보리차 대신 마시고 있다.


대지의 시머니가 보신다면 아마도 입에 거품을 물고 까무라치실 것이다.


뭐 변명을 하자면 더 오래 우리기 때문에 한 잔 분량의 차로 더 많은 양을 우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거다.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이 귀한 차의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벌컥벌컥 들여 마신다는 거다. 좋은 차가 객지 와서 고생한다는 연민도 좀 생기고;;


암튼 이렇게 팔자에도 없는 사치 아닌 사치를 부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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