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4500원 이발소가 있다.
이 이발소에는 묘한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500원짜리 동전이 가득한 작은 바구니다. 이 바구니는 다이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재질이지만, 바구니 가득한 동일한 크기에 동전의 찰랑거리는 은빛과 어우러지면 신성한 성물의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머리를 깎고 5000원을 주면 주인은 그 신성한 싸구려 바구니에서 500원 동전을 꺼내서 건네준다.
이 행위도 나에게는 좀 특별한데, 리듬감 이랄까? 아님 무슨 의식 같달까? 아무튼 뭔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이 두 마력에 홀린 난, 가까운 블루클럽에 가는 것 보다 5분 정도 더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이 이발소를 이용하고 있다.
오늘도 머리를 깎고 언제나와 같이 5000원 지폐를 건네주고 손을 벌렸다. 내 손바닥 안에 떨어질 차갑고 까끌까끌한 동전의 감촉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 손에는 그 작고 둥근 동전이 올라오지 않았다. 서랍 안에 있던 500원짜리 가득했던 동전 바구니도 보이지 않았다. 주인과 나 사이의 시간이 멈췄다. 나에게는 뻘쭘함의 시간이었을 터이고, 주인에게는 민망함의 시간이었을 그 시간이 다행히 멈췄다.
다시 시계바늘의 초침 소리가 들렸을 때, 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요금이 올랐나요?"
"네 6월 1일부터... 죄송합니다."
주인은 뭔가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 꼬리를 내리다가, 살짝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난 신경 쓰지 말라며 인사를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몇 년 만에 500원을 인상하고 죄진 사람처럼 말 꼬리를 낮추던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500원 가득했던 그 바구니를 보지 못한다는 공허함과, 5000원을 주면 500원을 둘려준다는 그 묘한 의식이 사라진 것이 더 아쉬웠다.
다음 달부터는 5분 더 가까운 블루클럽을 갈까?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