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단어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땅, 어느 곳에 눈을 돌리던 그 시선의 끝은 반듯하지 못했다. 구불구불하거나 삐뚤빼뚤한 그 선들을 보고 있자면 내 성격까지 그렇게 변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거짓말처럼 하늘과 땅이 만나고 그 만나는 공간이 한점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이어지는, 그 끝에 내 시선이 걸리는 그런 상상을 했다. 더불어 그 선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황량한 사막에 대한 로망을 품었다.
어린 왕자가 '고목처럼 쓰러졌다'던, 그 작은 몸을 품어준... 어딘가에 우물을 품고 있어 아름답다던 그 장소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하늘과 땅이 만나듯, 찌는 듯한 더위와 얼어 죽을 듯한 추위가 만나는 그 순간, 뉘역뉘역 해가 지는 그 찰나의 순간, 붉게 물든 하늘과 끝없이 늘어진 지평선을 보며 그 선의 어디쯤엔가 걸려 있을 그림자 한 자락을 내 눈에 담는... 그런 로망을 품었더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지평선이 예고도 없이 찾아 왔다.
상해의 하늘을 지나, 몇 발자국 옮겨 버스에 오르고,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난. 여름 날의 찌는 더위와 의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유리창 하나 사이로 만나는 그 버스 안에서, 황량한 벌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중천에 뜬 해가 버스 그림자를 짓누르는 그 순간에, 자다 깬 눈과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그 지평선을 봤더란다.
그 선에는 판타지도 없고 로망도 없었다.
창문을 열면 흙먼지가 밀려 들어 올 것 같이 진한 컬러의 공기와 풀 한 포기라도 발견한다면 그게 기적의 순간이라고 믿어 버릴 것 같은 황량한 벌판이 하늘과 맞닿아 시야 가득히 펼쳐졌다.
잠이 덜 깬 난 그게 지평선이라는 인식도 없이,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나중에 호텔에 도착해서야 내가 본 게 지평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해 버렸다. 그리고 사막에 가지고 있던 환상도 급속하게 사라졌다. 마치 신기루처럼....
그리고 고목처럼 쓰러진 어린 왕자의 무릎이 깨지진 않았을까?라는 묘한 동정심이 생겨 버렸다.